최병렬·이정은 | 306호 | 2014-12-15 | 조회수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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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음에도 대기업에 유리한 7,400대 일괄입찰 방식 고수 ■입찰 진행중 특정업체 요청받고 계약체결 시한 대폭 연장 ■계약체결도 하기 전 낙찰사의 하청, 하청사의 영업 및 광고부착 묵인 ■업계가 입찰조건 위반을 따져 묻고 낙찰 취소 요구하자 서둘러 계약 체결
업계가 서울버스조합의 입찰이 불공정하다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2012년 말 새 입찰을 앞두고 조합은 서울 전역의 시내버스 7,500여대를 한데 묶는 일괄입찰 방식을 검토했다. 그동안 버스업체별로 쪼개는 바람에 참여 기회를 누려왔던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많았지만 조합은 그 방식으로 입찰을 공고했다. 업계는 이게 과연 누구의 작품일까 궁금증이 많았고 입찰에 3개 중앙일간지와 재벌그룹 계열회사가 참여하자 그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했다. 결과는 재벌과 언론사로부터 시장을 지켜야 한다며 공세적 방어에 나선 전홍이 51만2,000원을 써내 사업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낙찰 직후 조합은 입찰공고에도 없던 주류광고 금지조항이 담긴 계약서를 전홍에 들이밀었다. 수용을 안하면 계약을 안하겠다고 했다. 시장 방어가 급했던 전홍은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었고 이 도장 한 방으로 총 광고매출액의 10%가 날아갔다. 광고 규격을 확대해 주겠다던 약속은 10개월이나 지켜지지 않았다. 광고경기는 급락했고 여기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올해 5월까지 180억원 넘는 손실이 생겼다. 승자의 저주였다. 전홍은 조합을 향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시장여건의 변화를 이유로 여러 차례 계약 변경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합은 계약조건 이행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 6월 26일자로 전홍은 마침내 손을 들고 계약 미이행에 따른 페널티 120억원을 감수한 채 계약 해지 및 사업권 반납을 통보했다. 1년 6개월간 3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상태였다. 이로써 사업자는 피멍이 들었고 조합이 처음 도입한 일괄입찰 방식은 실패로 끝났다. 조합은 한 달이나 시간을 끌다가 “7월 23일자로 계약해지가 확정됐다”고 전홍에 통보했다. 그런데 그보다 6일 앞선 7월 17일 민형사 책임을 거론하며 신규 광고물을 게첨하지 말라고 통보했고 7월 24일에는 7일 이내에 모든 광고물을 철거 및 원상복구하되 완전철거 및 원상복구가 될 때까지 하루에 1억 2,600여만원씩을 매체사용료로 청구하겠다고 했다. 전홍 관계자는 “영업과 손실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조합을 상대하는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업권이 반납됐지만 조합은 무슨 이유인지 새 입찰을 계속 지연했다. 입찰 나오기를 기다리던 업계의 궁금증이 커졌고 본지가 취재질문을 했다. 조합 관계자는 일괄입찰 방식이 실패로 끝난 만큼 원인과 새로운 방식을 검토하느라 늦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전홍의 사업권 반납 통보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나 9월 17일 새 입찰이 공고됐다. 그런데 입찰방식은 지난번 그대로 7,400여대를 한데 묶은 일괄입찰이었다. 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업계는 달라진 것 대부분이 특정업체를 위한 맞춤형 조건들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입찰진행 도중에 낙찰일로부터 계약체결일까지의 기한을 7일에서 30일로 갑자기 늘린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는 CJ그룹이 JS컴과 CJ파워캐스트, 메조미디어 3개 법인의 합병을 추진중이며 이사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 일정을 감안해서 기한을 늘려준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조합 관계자는 기한을 늘린 이유가 뭐냐는 본지의 질문에 “업체로부터 요청이 있어서 늘려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JS컴을 포함해 입찰에 참여했던 3개 업체 관계자는 모두 자신 회사는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하나 업계가 문제삼는 대표적인 것은 권리·의무의 양도·양수 금지다. 조합은 이번에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컨소시엄 업체는 양수도를 금지하고 직접 관리해야 하도록 하면서 단독 응찰업체는 그러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JS컴은 낙찰 직후 계약체결도 하지 않은채 Y사에 하청을 주었고 Y사는 자사 명의로 된 영업자료를 뿌리며 영업을 했다. 새 광고물을 부착한 시내버스들이 도심을 질주했다 그런데 계약 해지와 동시에 기존에 붙어있던 광고물까지 모두 떼내라며 전홍을 압박하던 조합은 이를 그대로 묵인했다. 나아가 협회가 무슨 근거로 Y사가 광고영업을 하는 것인지 따져 물으며 낙찰 취소를 요구하자 계약체결 시한이 보름이나 남아 있음에도 바로 다음날 JS컴 관계자들을 불러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지난 2012년 입찰때부터 조합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의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광고사업 수입금이 늘어나면 서울시 지원금이 줄어들고, 수입금이 줄어들면 서울시 지원금이 늘어나는 아주 희한한 제도다. 업계는 준공영제 때문에 시내버스 광고사업권 입찰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