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형 화재가 난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건물에서 간판 시공 베테랑 이승선(위)씨가 불길과 연기 때문에 대피하지 못하고 있던 주민을 밧줄로 묶어 내려보내고 있다. 오른쪽 위는 이승선씨.
의정부화재 현장서 ‘인간 완강기’된 15년 경력의 간판시공 베테랑 200kg 간판 들던 힘으로 위험 무릅쓰고 10명 주민 구해 ‘화제’
지난 1월 10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 의정부시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서 난 불이 위층으로 번졌다. 불길은 순식간에 바로 옆건물 드림타운 아파트로 옮아 붙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인명피해는 사망 4명, 부상 126명으로 큰 화재에 비해 비교적 적었다. 재난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구조에 나선 의인(義人)들 덕분에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직접 자신이 ‘인간 완강기’가 돼 화마 속에서 10명 주민을 대피시킨 의인이 있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대봉그린 3층 창문에 ‘살려달라’며 매달려 있는 주민 3명을 보고, 밧줄을 어깨에 걸고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갔다. 4층 가스배관에 밧줄을 묶어 고정시킨 그는 밧줄을 타고 3층으로 내려와 밧줄 반대편 끝에 한 사람씩 묶어 고정시킨 뒤 천천히 1층으로 내려보냈다. 밧줄을 두 팔로 잡고 창문턱에 발을 대고 버텼다. 그렇게 3명을 모두 내려보내고, 그의 손등과 팔뚝은 모두 상처투성이가 됐다. 그러나 잇따라 6층과 7층, 8층에 사람들이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구하러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직 불길이 출입구를 막지 않은 바로 옆 드림타운 아파트로 들어가 옥상으로 올라갔고, 대봉그린아파트 옥상으로 훌쩍 건너뛴 그는 옥상 난간에 밧줄을 묶고 아래로 내렸다. 3층에서 한 것처럼 6층, 7층, 8층에 있던 7명을 차례로 땅으로 내려 보냈다. 화재 속 주민 10명을 대피시킨 그는 바로 15년 경력의 간판시공 베테랑인 이승선(51)씨다. 그는 당일 오전 9시 20분쯤 승합차를 몰고 일하러 가던 길에 검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걸 보고 현장에 달려와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는 작업할 때 ‘생명줄’로 사용하는 30m 길이 밧줄꾸러미와 생수 2병을 챙겨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을 대비시켰다. 이씨는 “크레인을 타고 빌딩 외벽에 간판을 다는 일을 했기 때문에, 3층 정도의 높이는 제가 일하는 난이도의 C급 정도의 수준이어서 자신있게 올라갈 수 있었다”면서 “또 늘 100~300kg짜리 간판을 들고 내리느라 힘에서도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층에 있는 주민들을 구하고 온몸에 힘이 빠졌는데, 위층 사람들의 절박한 눈빛을 보고 다시 힘을 내 그들을 구해낼 수 있었다”면서 “제가 한일이 그렇게 주목받을 일이 아닌데 이렇게 이슈가 돼서 기분이 얼떨떨하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밧줄을 믿고 몸을 맡긴 주민들이 고맙다”라고 이야기했는가 하면, 한 독지가가 그의 행동에 감명받아 전달하려 한 성금 3,000만원을 한사코 거절하는 등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여 진정한 의행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전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