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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10:12

바닥 찍은 ‘엔(¥)’에 옥외광고업계 엇갈린 희비

  • 신한중 | 315호 | 2015-05-12 | 조회수 3,313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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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출력장비 등 대일 수입업체 반색… 파상적 가격 공세 나서기도
LED·POP 등 일본 수출업체들 수익 감소에 고전

엔화 환율이 바닥을 찍으면서 옥외광고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4월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는 장중 한때 9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원엔환율이 900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8년 2월 28일 이후 7년 2개월만의 일이다. 원엔 환율은 2012년 6월까지만 해도 1,500원대를 보였다. 하지만 양적 팽창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경기 부양책 아베노믹스에 의해 엔저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엔화 하락세는 국내 옥외광고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사업의 성격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실사출력장비 유통업체를 위시한 대일 수입업체들의 경우에는 엔저에 따른 호재요인에 반색하고 있다. 단지 수익성이 높아진 것 뿐 아니라, 수입원가 하락에 따라서 마케팅 비용을 늘리거나 파격적인 가격인하 정책을 써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사출력장비 업체들은 자사 장비를 최대한 많이 시장에 공급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인 만큼, 엔저에 따른 기회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의 경우, 최근 엔화 하락을 기회로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쳐 단기간 동안 극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 실사출력업체의 관계자는 “최근 일제 실사출력장비·커팅장비 유통업체 대부분이 판촉비를 늘리거나 제품가격을 인하하고 있는데, 실사출력업체들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장비를 교체하거나, 신규도입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급부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서, 북미 등에서 제품을 수입·유통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가격경쟁력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 커팅기 유통업체의 관계자는 “엄청나게 떨어진 엔화에 비해, 달러 환율은 아직 큰 변화가 없어서, 북미나 대만 등의 제품을 유통하는 채널들은 대일 유통업체들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당장의 위기를 넘어서는 것이 문제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LED모듈이나 배너·POP 등 일본 수출에 주력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해야하는 기업들은 엔저 하락에 따라서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해당업계에 따르면 대일 수출이 많은 사인용 LED제품의 경우, 마진폭이 급감한데다 일본기업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한국제품의 수입을 축소·중단하는 일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진율이 좋은 일본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던 업체들도 중국·남미·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추세.
일본에 사인용 LED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원화절상에다 엔저까지 겹쳐 수익률이 30%이상 낮아진 상태인데, 최근 들어서는 물량마저 대폭 줄어들고 있다”며 “이제는 내수 판매에 더욱 힘쓰고 글로벌 시장을 다양화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당장 엔화 약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업체들도 엔저가 더욱 장기화될 경우, 수출 부분에 있어서는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는 까닭이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옥외광고 관련 업체들이 일본 업체와의 경쟁구도가 나타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소재·장비·완성품 등을 막론하고 광고용 상품은 일본은 고가, 한국은 중저가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까닭이다. 때문에 업체들도 대일 수출 분야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엔저에 따른 악영향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저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엔화 하락에 따라 수익구조가 개선된 업체들도 많지만, 이런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경쟁국가들도 통화 정책이나 환율 정책을 펴 환율 약세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로화 환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으며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등도 약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통화 완화 정책이 벌어지면 위안화 약세도 나타날 수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엔저=위기’공식이 반드시 성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엔저 기조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며 “특히 엔화 약세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촉발된다면 오히려 더 큰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 이상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중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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