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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3 15:24

중견재벌 이랜드그룹, 간판 제작·시공업 진출하나

  • 김정은 | 318호 | 2015-06-23 | 조회수 3,827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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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 이랜드건설 사인디자인 부서 신설하고 경력직원 채용
이랜드그룹.jpg

사인물 디자인·설계부터 제작·시공까지 간판작업 전반 담당할 듯
업계, “CJ 때문에 대행업계 난리인데 제작업도 재벌 타깃 되나” 걱정


옥외광고 대행업계가 대재벌 CJ그룹의 전방위적인 매체확보 공세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견재벌 이랜드그룹이 간판제작업에 발을 들여놓아 옥외광고 업계에 또다른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월드를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에 1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패션, 유통, 레저, 외식, 호텔,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 7조 7,6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이랜드그룹이 최근 계열사에 사인디자인 부서를 신설, 옥외광고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를 위해 지난 4월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 ‘사람인’에 ‘사인 제작 및 시공관리 경력직 모집’ 공고를 냈고 그룹 인력채용 전문 사이트(www.elandscout.com))를 통해서도 사인디자인 분야 인턴십 채용 공고를 냈다.
사람인 사이트의 구인 내용은 (주)이랜드건설이 올린 것으로 분야는 옥외광고물 제작 및 시공감리이고, 담당업무는 ▲옥내·외 사인물 제작 및 설치 감리 ▲일러스트, 포토샵 업무 ▲사인물 실시설계 업무 등이다. 지원자격은 경력 7년 이상이며 모집인원은 ○명이다.
업계에는 이랜드건설이 이미 사인디자인 전담부서를 신설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간판 전문 기업이 아닌 이상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사인디자인 부서를 신설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 시설물관리 부서나 홍보 및 마케팅 부서가 포괄적인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기업에서 선정한 대행사가 사인디자인 설계 등 기초 실무를 맡아 진행한다. 대행사는 제작업체를 선정, 제작·시공을 외주주는 방식이다. 주유소나 은행권 등의 사인물 제작·시공은 제작업체가 원청으로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행업체를 거친다.
일단 제작업계 입장에서는 대행사를 거치는 것만으로도 하청의 하청 구조가 되기 때문에 마진이 거의 남지 않고, 제작 및 시공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던 게 현실이었다. 그런데 대기업이 대행사를 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인디자인 부서를 신설해서 직접 사인물에 대한 제작과 총괄을 맡아 진행하겠다고 나서자 제작업계는 이를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비중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골목상권 침해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군다나 이랜드는 사인디자인 설계를 포함, 제작 및 시공관리까지 맡아서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설된 부서는 이랜드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외식, 패션, 리테일, 호텔레저 등의 사인물 제작 및 시공을 맡아서 하게 된다. 때문에 업계가 느끼는 심각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이랜드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부문의 물량이 외식사업부만 하더라도 애슐리, 자연별곡, 피자몰, 로운 샤브샤브 등 전국적으로 수많은 체인점이 뻗쳐 있고 패션부문도 미쏘, 스파오, 뉴발란스 등 누구나 들어도 알만한 매장 수백개가 전국에 분포돼 있다.
한 제작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부문이 전국적으로 따지면 아마 수백개는 될 텐데, 이 많은 곳의 물량을 사인디자인부터 시공, 제작까지 도맡아서 하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제작업계에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사인업계가 이에 대해 대처할만한 뾰족한 방안도 없는 것같아 답답하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이 사인물을 중국 공장에서 찍어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이게 더 큰 문제”라면서 “이랜드그룹을 시작으로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이렇게 운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CJ 때문에 대행업계 난리인데 이제 제작업도 재벌그룹의 타깃이 되는 것같아 미래가 암울하다” 고 말했다.
대기업이 간판 제작업계에 진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경 미국 사인 프랜차이즈 ‘사인어라마’가 국내에 도입돼 2006년 중견기업인 신라교역에 편입된바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사인어라마는 선진국형 사인제작 및 시공과 관리로 고품격 사인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데다 국내 사인업계의 급격한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신라교역은 사인시장에서 손을 떼고 철수했다.
그러나 이랜드는 그룹 계열들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 신라교역과는 경우가 다를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이 참에 업계가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한들기획 신동우 팀장은 “외부의 강한 공격에 대항하려면 스스로 건강해져야 한다. 즉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디자인력과 기획력을 키우고, 영업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영업력은 키우지 않고 인맥과 커넥션에 의존하는 영업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아직도 인맥으로, 소주한잔 나눠먹으면서 영업했던 방식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공정한 방식이 아니라서 당당하게 높은 가격에 영업권을 따오지 못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품질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랜드 마케팅실과 해당부서 관계자는 그룹의 간판 제작시공업 진출과 관련된 본지 취재진의 취재 질의에 “민감한 사항이 있으며, 사인디자인 부서에 대해 노출했던 적이 없어서 답변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김정은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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