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이어 메르스까지 덮쳐 발주 물량 줄어 신장비 구매한 일부 업체, 헐값에 중고 시장에 내놓아도 문의 없어
실사업계에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수금이 업체끼리 서로 물리고 물려, 돈이 돌지 않아 폐업 직전까지 몰린 업체들도 있다. 실사출력관련 업계가 미수금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엔 세월호 사건,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기존에 준비됐던 축제와 다양한 행사들이 일제히 취소되거나 연기됨으로써 현금이 돌지 않아, 수금이 되지 않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소송에 나서는 등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A사는 B사를 상대로 1억원의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사가 A사에게 약 1억원의 물품 대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B사가 차일피일 미루며, A사에게 송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한 업계 관계자는 “B사도 다른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야 A사에게 지불할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A사에게 소송까지 당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올해 초엔 C사가 D사를 상대로 수 십 억원 대의 송사를 벌이는 등 미수금으로 인해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동업자들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한 실사 소재 유통업체 대표는 “현수막 등 다양한 실사출력물이 예정됐던 축제와 행사에 납품이 돼야 하는데, 중간에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됨으로써 최근 실사출력업계엔 현금이 씨가 말랐다”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미수금을 일부러 깔고 가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업계에선 마치 관행처럼 돼있다. 실사출력업계의 병폐다”라고 지적했다. 야심차게 신장비를 구매했던 업체들 중엔 중고 시장에 장비를 내놓은 업체들도 있다. E사는 2013년 1억4천만원대의 UV프린터를 구매해 최근까지 사업을 확장하려 애를 썼으나, 여의치 않자 최근 중고시장에 내다 팔았다. E사 관계자는 “빚을 내서 UV프린터를 구매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려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데다, 최근 급격하게 경기가 나빠지는 바람에, 일감이 거의 없어 결국 중고 시장에 팔았다”라며 “고철 값 밖에 받지 못하고 넘겼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E사는 현재 자신들과 연결된 업체들에게 돈을 못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돈을 떼먹을 의도는 전혀 없다. 어찌됐든 그들에게 나는 빚을 진 것인데, 나도 수입이 없으니, 돈을 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서 “가게 임대료가 너무 부담되고 힘들어서 가게를 빼야 하는데, 계약 기간이 1년이 남아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F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F사도 최근 솔벤트 장비를 중고시장에 내놓았지만 문의가 없어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지난해부터 실사출력 일감이 거의 없어 1년간 장비가 가동되지 않고 있어 차라리 중고로 팔아서, 밀린 외상 대금이라도 일부 갚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내놓았지만, 문의 조차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하고 있다. F사 관계자는 “자리만 차지하고, 일은 하지 않는 장비를 보니 속이 터진다”라며 “급한 불을 꺼야 할 곳은 많은데, 돈이 돌지 않으니 매우 두렵다”라고 했다. 채널사인제작업체 중 한 업체는 1개의 공장을 둘로 쪼개서 최근 2년 간 절반은 자신이 사용하고 나머지 한 곳은 실사출력업체에게 세를 줬는데, 밀린 월세를 받지 못하고 결국 돈을 떼였다고 했다. 돈을 못 받은 대신 실사장비를 현물로 받았는데, 사용할 수 있을지, 또는 중고로 팔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했다. 고가의 장비를 납품한 업체들도 미수금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다보니, 하루하루가 노심초사인 상황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받아야할 미수금이 약 5억~6억원 되는데 불안하다”라며 “최근의 불경기가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돈을 떼이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한 실사업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전문 거래 실사출력업계들은 불경기에도 나름 유지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선불이어서 미수금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라며 “우리 사인업계는 외상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는데, 우리 모두가 서로 외상 문화를 버리는 데 동참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