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사보기

뉴스기사

2015.08.10 15:37

출력업계, “일부 대형 업체가 물량 다 빨아당겨 생존 불가능” 하소연

  • 이석민 | 321호 | 2015-08-10 | 조회수 3,172 Copy Link 인기
  • 3,172
    0
48.JPG

실사출력장비의 고속화 덕분에 일부 출력업체들 가격 후려치기 다반사
업계 관계자들, 후발 주자들의 조급증이 시장 질서 무너뜨리고 있어
부가가치 높은 쪽으로 시선 돌려야


실사출력업계가 일부 대형 출력업체들의 저가 마케팅 전략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사출력업체들은 가격을 무리하게 내리는 이들 업체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실사출력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일부 대형 업체는 일감이 더 많이 늘어나는 반면, 소규모 업체는 일감이 더 감소하고 있어 조만간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살아남는 자와 퇴출되는 자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오래전부터 감지돼 왔다. 6~7년 전부터 일부 업체들이 출력물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면서 시장의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는 불만들이 곳곳에서 등장해 왔다. 최근까지는 솔벤트 출력물과 UV 출력물 가격 등은 어느 정도 높게 유지돼 왔지만, 이젠 이마저도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해, 수성 출력물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심지어 라텍스 출력물 가격까지도 심지어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가격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실사출력장비의 선진화다. 6~7년 전만 하더라도 퀄리티 모드로 시간당 10㎡ 출력을 넘기기 버거웠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등장한 최신 장비들은 시간당 20㎡ 출력을 훌쩍 넘긴다. 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주문량만 많아진다면, 가격을 낮추더라도 기계를 지속적으로 돌리는 것이 회사측으로서는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다 자동화된 재단기와 커팅기를 실사출력업체들이 적극 보유하면서,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부분이 극히 일부분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 시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회사의 이익은 극대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단돈 100원만 남더라도, 공장을 풀가동시켜 물량을 끊임없이 받아내는 전략이다. 박리다매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일부 대형 업체들에게만 국한된 경제적 논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사출력장비를 30~70대 정도 보유하고 쉴새 없이 공장을 돌릴 경우 이 같은 저가 정책이 맞아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실사장비 10대 이하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엔 도저히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500×90 현수막 1장에 5,000원 짜리도 등장했다”라면서 “소규모 업체들 입장에선 생산 원가만 따져도 그 정도의 가격인데, 판매가격이 5,000원이면 동종 업체들을 모두 다 죽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강한 시장에서 가격이 낮아지는 것과, 부실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A/S 문제부터 출력물에 대한 내구성, 품질 등이 보장돼야 하는데 일부 업체들의 저가 정책으로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최근 일부 실사출력업체들의 저가 마케팅이 후발주자들의 조바심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실사출력장비의 성능이 크게 발전하면서 업계에서는 자본금만 있으면 출력업체를 차려서 돈을 벌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 같은 소문이 사인업계 외부에도 퍼지면서, 사인업종과는 전혀 무관했던 자본가들이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본을 투자해서 잡지와 신문, 인터넷에 광고를 내고 물량을 싹쓸이하면 된다는 계산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기획사들이 기존의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않고, 국내 옥외광고 시장의 상황도 나빠지다보니 후발주자들은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 저가 가격 정책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큰 돈을 투자해서 수 십대의 장비를 마련해놓고, 인터넷 키워드 광고 등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또 다른 의견도 있다. 시장경제사회에서 자본을 투자해서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결코 시장 경제를 흩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이마트나 롯데마트처럼 대형 창고형 매장이 들어설 경우 영세 골목 상권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그 결과만 놓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논리다.
사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것이다”라며 “일부 업체들이 저가 정책을 펼친다고 해서 그것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시스템을 합리화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는 것도 능력이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논리에 대해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시장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대기업이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에 마음대로 진입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가격이 파괴되면서 발생되는 업계의 후유증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빵집을 차리든, 김밥집을 차리든, 치킨집을 차리든 시장 논리로만 따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면서 “일부 업체들이 시장 가격을 파괴시킴으로써 소재 및 장비 유통업체들도 타격이 크다. 그렇다보니 유통업체들도 실사출력사업에 진출하고 있고, 그들도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 할인 정책을 펼치게 된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가격 마케팅으로 성장한 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을 통하지 않고 소재 공장과 직접 타협해서 대량으로 소재를 저가에 공급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력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통업체들이 실사출력사업을 하고 있거나, 하다가 폐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로 시장이 혼탁해지고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져야 하는데, 그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직언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시장 상황에 대해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과감한 기술 및 영업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사출력업체들이 가격으로 싸우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서 기획사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상품을 구매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라며 “저가 시장에서 뒹굴고 있을 시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토탈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사출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크릴 가공, 합성지 출력 시공, 고무 스카시 가공, 간판 제작 등 모두 하고 있다”라며 “이렇다보니 기획사에서 원스톱으로 일감을 맡길수 있기 때문에 가격 때문에 거래처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실사출력업체중에 과연 런닝 코스트를 제대로 산출해 내는 업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라면서 “잉크비용과 실사장비의 감가상각비용, 소재비, 인건비, 가게세, 전기세, 식비, 각종 공과금 등을 제대로 산출해서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업체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부분이 다른 업체가 가격을 내리면, 우리도 내린다는 식으로 가격 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석민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