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사이즈 레이저 조각기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아크릴의 절단면이 깨끗하고 광이 나 별도의 후가공이 필요없다. 가장 보편적인 3×6 사이즈 제품은 협소한 공간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작업 편의성은 레이저, 범용성은 CNC 라우터가 유리 스펙·가격보다 작업용도 우선 고려해야 불필요한 지출 없어
아크릴 등 소재 가공을 위한 장비 구입에 있어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레이저 조각기를 살지, CNC 라우터를 살지의 문제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두 장비 사이에서 선택을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해당 장비들의 특성을 정리,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지면을 마련해 본다.
■아크릴 가공에는 레이저가… 범용성은 CNC라우터가 우수 레이저 조각기(이하 레이저)와 CNC 라우터(이하 CNC)의 구입 결정에 앞서, 무엇보다 본인의 용도를 우선 고려하라고 판매 업체들은 거듭 강조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건만, 아직도 본인의 실제 용도보다 장비 자체의 스펙 및 가격을 먼저 비교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한 레이저 유통사 관계자는 “보통 소비자들은 다짜고짜 사양과 가격부터 묻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마다 먼저 ‘어떤 작업을 하실 건데요’라고 물어본다”며 “제품 스펙은 줄줄 외면서도 정작 그 스펙이 자신의 작업에 꼭 필요한 부분인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스펙보다는 장비를 들여놓을 작업공간의 규모나 형태, 가공 소재, 가공 목적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그에 적합한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조사들은 입을 모은다. 레이저와 CNC는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장비이지만, 그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가공방식. 레이저 조각기가 이름 그대로 고열의 레이저를 이용해 소재를 깎고 잘라낸다면, CNC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엔드밀의 힘을 이용해 절삭·조각하는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두 장비간 가공방식에 따라 결과물도 차이가 난다. 일단 CNC는 레이저에 비해 가공된 판재의 절삭면이 매끄럽지 않다. 절삭면에서 소위 광빨이 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경면장비를 통한 후가공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이저의 경우는 고열의 레이저로 가공된 절단 표면이 아주 매끄럽기 때문에 특별한 작업을 요하지 않는 이상 별도의 후가공 작업은 사실상 필요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크릴 가공만을 생각할 때는 레이저 조각기가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레이저는 CNC에 비해 소재 가공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레이저로 PC와 같이 열에 약한 폴리 계열 소재나 고무 소재를 가공할 경우, 절단면이 열로 인해 오그라들 수 있는데다, 심한 냄새를 유발한다. 소재에 따라서는 다이옥신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CNC는 아크릴은 물론 PC, ABS, 나무, 스카시, 포멕스, 대리석,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무리없이 가공할 수 있으며 V커팅 등 특수 작업도 가능하다. CNC 제조사 태화시스템 김효준 대표는 “레이저는 확실히 CNC보다 아크릴 가공에 더 최적화된 장비라고 할 수 있지만 소재 범용성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CNC의 경우, 훨씬 다양한 소재를 가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아크릴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소재를 가공해야 하는 업체라면 CNC를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레이저는 냄새, CNC는 분진… 작업공간 특성도 고려해야 ‘무엇을’ 가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끝났다면, 이젠 ‘어디서’ 작업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10평 이하의 좁은 작업실에서 가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CNC보다는 레이저를 사용하는 게 좀 더 유용하다. 레이저는 좁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3×6사이즈 대응 장비가 주를 이루고, 제조사마다 약간의 규격·형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협소한 공간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CNC의 경우, 4×8사이즈 원판 가공이 가능한 중대형 장비가 활발하게 사용되는 추세다. 이유는 CNC는 진공 흡착 방식을 통해 가공할 원판을 흔들리지 않도록 장비에 단단히 고정시키는데, 4×8 사이즈 정도가 돼야 흔들림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통설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또한 CNC의 경우 가동 소음도 크고, 엔드밀이 소재를 파내듯 잘라내기 때문에 절삭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분진이 발생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레이저는 가동 소음이 적고 분진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 공간이 다소 좁다 해도, 큰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업 환경의 편의성을 고려할 때, 레이저가 무조건 좋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레이저의 경우, 소재 가공시 특유의 강한 냄새가 발생한다. 하지만 CNC는 상대적으로 냄새 문제가 없고, 별도의 집진설비 장착을 통해 분진을 줄일 수도 있어, 공간의 특성에 따라 CNC가 더 쾌적한 작업이 이뤄질 수도 있다. 아크릴 가공업체 여울빛 이세준 대표는 “보통 처음 아크릴 가공 사업을 시작할 때는 협소한 공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레이저를 우선 구매하고, 그 이후에 사업장을 확장하면서 CNC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아크릴 가공업체가 CNC를 도입한다는 것은 사업영역 자체를 확장하는 발판으로 삼는 경우도 많아, 사업장의 이전이 함께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사후 관리비-AS 등도 꼼꼼하게 검토 이제 남은 건 예산이다. 관련 업계에 의하면 레이저 조각기의 경우 가장 대중화된 150W 제품이 최소 1000만원 초반부터 30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이런 가격 차이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 국산의 차이,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CNC의 경우 가격폭은 더 크다. 4×8사이즈 제품이 3000만원선부터 1억원을 호가하는 제품까지 폭이 넓다. CNC의 역사가 더 오래된 만큼, 하이 레벨부터 로우 레벨까지 더욱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장에 들어와 있는 까닭이다. 이런 시장상황만 봤을 때는 레이저 조각기가 확실히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레이저도 4×8사이즈 장비나 고출력 장비, 금속 절단이 가능한 파이버 레이저 등은 급격히 가격이 상승하는 만큼 단순히 레이저가 저렴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단지 더 손에 닿기 쉬운 가격대의 제품이 대중화돼 있을 뿐이다. 결국 가격만으로는 레이저와 CNC간의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가격보다 용도를 먼저 생각하라고 강조를 거듭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태화시스템 김효준 대표는 “고성능 CNC보다, 되레 저렴한 레이저 장비가 필요한 사업이 있고, 아무리 좋은 레이저라도 CNC를 절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쓸데없는 투자비를 줄이려면 용도에 맞춰 장비를 선택하고 AS와 내구성, 브랜드 이미지 등 총체적인 부분을 점검해 제조사를 고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구매”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비의 사후 관리비용은 레이저가 CNC보다 다소 높게 나타난다는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보급형 레이저 장비의 경우, 발진부가 유리 방전관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의 파손이 잦은 까닭이다. 또 수냉식 장비는 여름철(국내, 7~9월, 습도 60% 이상 상승)에 결로 발생으로 인하여 광학부품, 전자부품 등의 누적피로에 의한 출력저하 및 장비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검증없는 장비 선택은 시간과 돈 날리는 지름길 될 수도 한편, CNC와 레이저 모두 중국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같은 출력과 사이즈의 제품이라면 가격 차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제품의 스펙 자체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3000만원선의 CNC와 1억원을 호가하는 미국 하스오토메이션의 CNC를 비교했을 때, 숫자로 명기된 스펙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결국, 그 가격 만큼의 차이는 실제 사용상의 성능·편의성·관리성에서 나타난다는게 관련 업계의 지론이다. 스펙상의 차이는 없어도 결과물의 퀄리티 차이, 최적화에 따른 생산속도, 내구성, AS 대응력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AS 부분은 사업의 지속성과 직결될 부분이라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 미국산 CNC 유통업체 관계자는 “어떤 가격대의, 어떤 제품을 구매할 건지는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검증없는 무분별한 장비 선택은 시간과 돈을 날리는 지름길”이라며 “가격이 높은데는 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과 소재 개선, AS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등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레이저 제조사의 한 관계자도 “AS를 두고 공급사와 소비자간 실랑이가 자주 벌어지는데, 공급사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AS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 공급사들에게 연락해 많은 돈을 주고 장비를 고치거나, 폐기처분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여기에 드는 돈도 상당하다”며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를 설명했다.
마카스시스템이 판매하고 있는 트로텍 레이저 ‘스피디400-flexx’. 장비는 CO₂레이저와 파이버 레이저가 동시에 장착돼 있어 아크릴, 우드, 플라스틱, 금속 재질의 소재까지도 가공과 마킹, 조각이 가능하다.
억대 하이엔드 장비에도 소비자들 관심! 파이버 레이저 등 고성능 장비 도입 늘어나
최근에는 옥외광고 시장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CNC 라우터 및 레이저 조각기를 도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생산성과 내구성, 활용도면에서 보다 우월한 장비를 찾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옥외광고 시장에서 해당 장비들의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에 옥외광고 시장을 관망해 왔던 대형 제조사들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금속까지 가공이 가능한 고출력 파이버 레이저 조각기는 기존 레이저 조각기에 비해 활용범위가 훨씬 다양해, 최근 일부 중대형 업체들 사이에서 서서히 구매가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CNC의 경우에도 좀 더 빠른 생산성과 정밀도를 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하스오토메이션 제품과 같은 고가 장비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