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 일반적 관행 깨고 시각·포장디자인 전문업체만 응찰 허용 사인업계, 대부분 환경디자인 전문업체여서 입찰 참여 원천봉쇄 당해
‘사인물 단일계약건 25억원 이상 실적 보유업체’ 기준도 구설수에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박완수, 이하 ‘공사’)가 최근 공고한 80억원대의 안내사인물 입찰을 둘러싸고 사인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사는 지난 6월 30일 ‘제2여객터미널 및 T2 전면시설 안내사인물 제작설치사업’건 입찰을 조달청 전자입찰로 공고했다. 그런데 입찰 참가 자격조건을 시각·포장디자인분야 전문업체(업종코드 4440) 또는 종합디자인분야 전문업체(업종코드 4444)로만 제한했다. 그러자 대부분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로 신고가 돼있는 사인업계의 입찰참여 희망업체들이 참여를 원천봉쇄당하게 됐다며 공사측에 항의를 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사인업계는 사인물 제작업체의 상당수가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로 신고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인물 입찰시에는 당연히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를 포함시키는 것이 관행이었고, 또한 실제로 그동안의 공공분야 사인물 제작 및 시공 입찰에서 환경디자인 분야가 제외된 사례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 사인물을 많이 해온 한 사인업체 관계자는 “규정상 시각·포장디자인과 환경디자인 분야의 신고기준에 차이는 없다”면서 “하지만 시각디자인 분야는 대부분 기업 BI, 로고, 또는 캐털로그 등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전문업체로 신고돼 있고, 사인물 관련 업체들은 주로 사인물과의 연관성이 큰 건물 벽체 마무리공사 등을 감안해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로 신고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 일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각 지자체들의 간판개선사업 입찰을 비롯해 공공분야의 입찰에서 환경디자인 분야가 배제된 경우는 없다”면서 “때문에 인천공항이 정작 안내사인물 제작설치 사업을 진행하면서,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를 배제한 것은 사인물 제작업체를 의도적으로 제외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인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여수엑스포 사인물 공사에도 참여했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안내사인물 제작·시공을 경험한 회사인데, 인천공항 입찰엔 명함도 못내밀었다”라며 “시각디자인 업체로 새로 신고하려면, 해당 전문인력 3명을 확보해 추가로 디자인진흥원에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천공항 입찰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아무것도 없는 백지의 상황에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것을 시각디자인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인 시설 및 디자인 조건이 갖춰져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제작해 설치하는 것은 환경디자인이다. 인천공항 안내사인물은 이미 인천공항이라는 거대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는데다 고유의 BI, 로고 등이 모두 정해져 있는데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를 왜 제외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공항의 이번 입찰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사인물 제작일을 10년 이상 해오면서 환경디자인 분야를 입찰 자격조건에서부터 제외시키는 경우는 처음 봤다”라며 “픽토그램 등의 사인 디자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온 경험이 있고, 우리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인업체들이 그 정도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다. 인천공항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의 실적 제한 기준에 대해서도 업계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사는 공고에서 5년 내 단일계약건으로 25억원 이상 계약 실적이 있는 업체로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다만, 3개 이내에서 공동수급업체(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고 구성시 업체들의 개별 실적을 합산한 금액이 25억원 이상일 경우 자격을 인정하고 있지만 업계는 25억원은 터무니없는 장벽이라고 주장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 사인물 입찰에서 단일계약건으로 25억원 이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납품기한이 2017년 9월로 장기간 사업인데 합산실적도 아니고 단일건으로 25억원 이상을 못박은 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인물 제작업체들의 법정 단체인 한국옥외광고협회의 안일함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 협회 회원은 “업종 단체인 협회는 그 업종에서 종사하는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대형 기관의 안내사인물 입찰에서조차 사인업계가 배제되는 상황에서 협회는 항의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고 있다”면서 “협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선거에 누가 당선되고 낙선되느냐가 아니라, 사인업계 종사자들이 사인업계에서 발붙이고 살아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업계의 반발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모든 조건과 입장은 회사마다 모두 다 다르고, 입찰 제한 조건도 회사의 상황에 따라 정해진다. 공사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해진대로 입찰 공고를 냈으며, 조건은 규정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