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업계 대형화-토털화 흐름 타고 장비 보급·구매 열기 ‘활활’ 업계 “프린터 대중화로 요동쳤던 예전 실사출력시장 모습 보는 듯”
CNC라우터, 레이저조각기 등의 전문장비를 활용하는 입체사인 가공시장이 거센 팽창기류를 맞으며, 요동치고 있다. 이전까지 해당 장비들을 보유한 업체들의 전문영역이었던 이 시장이 관련 장비들의 급격한 보급 확산과 함께 대중화의 영역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CNC라우터와 레이저조각기 등 의 가공장비가 업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갔다.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광고물 제작업체라면 이제 해당 장비 1~2대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 종합 사인제작업체 관계자는 “원래 아크릴 등의 가공물량은 을지로 아크릴거리 등의 전문업체들에게 무조건 하청을 주던 형태였는데, 언제부턴가 사인업체가 직접 장비를 구입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형태가 변하고 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 CNC라우터 제조업체 관계자 또한 “현재 사인업계에서 CNC라우터나 레이저조각기 한 대쯤 갖추지 않은 집은 많지 않다”며 “이젠 이런 장비들이 하나의 공구처럼 사인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갖춰야할 품목이라고 생각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같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흐름의 이유에는 우선 아크릴 가공시장의 급성장을 꼽을 수 있다. 아크릴을 활용한 POP나 실내사인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데다, 에폭시 면발광 사인의 대체를 표방하고 나선 아크릴 면발광 사인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붐을 이루듯 성장한 까닭이다. 사인업계의 대형화·토털화도 장비 보급에 불을 당겼다. 최근의 시장 상황은 영세업체들이 대거 정리되면서 일정 규모와 시설이 갖춰진 업체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업체들은 기존 하청단계의 작업까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최근의 중요 키워드인 입체사인 가공업에 대해서도 충분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와 관련, 최근 레이저조각기를 구매한 한 사인업체 관계자는 “아크릴 가공물량을 외주처리하면 캐파가 작은 사인업체들의 물량이 제일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잦다보니, 납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공업도 손을 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장비의 발전과 가격하락, 서비스의 발전 또한 가공업 대중화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재 CNC라우터나 레이저조작기 모두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가격대는 낮아지고 있는 반면, 다루기는 더 쉽고 편리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시장의 팽창과 함께 수많은 제조·유통사들이 몰려 경쟁함에 따라서 전반적인 가격 하락과 기술 개선이 이어진 까닭이다. 또한 제조·유통사들의 업력이 길어지면서 AS 부분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져 사후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도 줄었다. 최근에는 고가의 산업용 장비를 제조·유통하는 업체들까지 광고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글로벌 CNC라우터 제조기업 하스오토메이션과 산업용 CNC 및 레이저 장비 기업인 이머신, 아거스코리아 등이 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시장 성장에 따른 가능성을 엿봤다는게 이 회사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이머신의 CNC를 유통하는 빅포미디어 관계자는 “산업용 CNC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반해 사인시장에서의 수요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며 “예전부터 사인시장을 관망했지만 업체들이 영세해 고가의 장비 구입이 어렵다고 봤는데, 지금은 아주 보편적 장비가 되고 있는 것같아 전략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런 가공업의 대중화 흐름에 따라 시장구조의 재편도 예고되고 있다. 제작분야에서는 전통적인 가공업체들과 새롭게 시설을 갖춘 사인업체들간의 경쟁이 촉발되고 있는데다, 사인시장의 전통적 장비 공급업체들도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업체들과 물러설 수 없는 생존 싸움이 시작되고 있는 까닭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시장의 분위기가 예전 실사출력 시장의 전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출력장비의 대중화에 따른 전통적 출력업체들의 붕괴와 가격을 앞세운 신규 사업자들의 성장, 장비 유통업체들의 폭발적 증가 등의 모습이 요즘 사인물 가공 시장의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인물 제작업체 관계자는 “예전 장비의 대중화에 따라서 출력시장이 요동치던 시절의 모습이 가공분야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같다”며 “출력시장이 그랬듯 가공분야 또한 생산성·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만큼 장비에 대한 업체들의 투자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