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주장한 ‘디지털사이니지 특별법’ 결국 좌초 “아쉽다” VS “옳은 방향” 업계 반응 ‘분분’
미래창조과학부가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였던 ‘디지털 사이니지 특별법’이 결국 좌초됐다. 최근 정부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부가 올해 중 입법예고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디지털 사이니지 특별법을 포기했다. 대신 별도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관련법의 초안까지 작성했음에도 미래부가 특별법의 제정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6월 미래부는 올해안에 디지털사이니지 특별법을 입법예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날로그 중심의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다양한 디지털 융합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사이니지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사업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이법 제정의 목표였다. 하지만 법의 초안까지 작성된 상황에서 미래부가 특별법을 포기한 것에 대해 관련 업계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개정을 통해 디지털사이니지의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선 행정자치부와의 정책주도권 싸움에서 결국 미래부가 백기를 든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디지털 사이니지 특별법’의 시작부터 무산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 봤다.
▲초안 가닥 잡았으나 행자부와 기싸움 등 난항 이어져 미래부가 추진했던 디지털 사이니지 특별법은 기본적으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진흥법이다. 따라서 이법에서는 기존 법체계의 규제조항들이 없어지거나 대폭 완화된다. 단 세부 시행령을 통해 형태와 규격, 이격거리 및 면적제한 등 표시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광고물 난립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려 했다. 이법 초안에 따르면 우선 광고매체 사업자가 지자체에 등록해야 했던 기존의 방식이 미래부에 대한 원칙적 신고제로 변경된다. 또한 설비 설치와 관련해서도 기초자치단체의 허가 및 신고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된다. 또한 옥외광고물법에서는 광고물 내용에 대한 사전 심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특별법에서는 사업자의 자율심의에 의한 사후 규제로 관리된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거해 디지털 사이니지가 관리되고 있는 현시점에는 대단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초기부터 삐걱이기 시작했다. 특별법 입법예고를 앞두고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주체인 행자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존 옥외광고물들관리법에서 충분히 아우를 수 있는 사안들을 특별법으로 귀속시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행자부의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행자부는 작년 2월 입법예고를 통해 기존 옥외광고물 분류체계 16종에 디지털 광고물을 포함시켜 17종의 분류체계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다. 또한 그동안 꾸준한 노력을 통해 불법 광고물들을 계도·정비해서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시점인데, 특별법이 제정되면 무분별한 디지털 광고물이 난립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우리가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는 부분들은, 우리 법 내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통시설과 시민안전, 도시미관 등 여러 부분을 다른 부처와 상의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특별법은 사업 활성화만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례로 사업자들이 사업을 실패했을 때 해당 시설 처리 등에 대한 문제나, 무분별한 광고물 난립에 따른 시민 안전·불편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유망산업 정책주도권 잡기 위한 기싸움도 또한 특별법 초안에는 산업의 진흥과 지도감독, 안전검사, 사업자 등록·접수 등 주요 권한과 책임은 미래부 장관으로 일원화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미래부 장관이 수장을 맡고 유관 부처 고위공무원들을 위원으로 참여시키는 가칭 ‘디지털사이니지 진흥위원회’가 설립돼 3년마다 관련 산업분야 진흥계획을 세우고 지자체에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등의 구상도 녹아 있었다. 따라서 법이 제정되면 미래 유망산업인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한 대부분의 정책권한 자체가 미래부에게 옮겨가게 되는 만큼, 행자부로서는 특별법의 제정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분석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미래부의 특별법은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한 감독과 정책 운용의 창구를 사실상 미래부 소관으로 일원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그러다 보니 소관부처였던 행자부로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해 디지털 사이니지 규제 개선 특별법이 좌초되면서 이제 디지털 사이니지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규제를 받게 됐다. 이미 행자부는 작년 2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기존 옥외광고물 분류체계 16종에 디지털 광고물을 포함시켜 17종의 분류체계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대부분 불법 광고물로 치부되고 있는 디지털사이니지가 제도권으로 편입된다. 그리고 허가 및 신고사항, 표시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기 때문에 불법과 적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게 된다. 이에 대해 특별법의 제정을 기대했던 업계 일각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부처와 지자체별로 분산된 정책 운용의 비효율적 구조를 풀지 못한 상황에서 디지털 사이니지의 법적근거가 마련된다 해도 판로의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디지털 사이니지 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디지털 사이니지의 정의와 표시방법 등을 정하는 차원에서는 디지털사이니지 산업을 육성시키기 어렵다고 본다”며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자체가 지자체의 조례에 따르는 경우가 많아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춰가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반면, 특별법의 폐지가 옳다는 의견도 많다. 옥외광고매체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조급증이 빚어내는 어설픈 특별법은 자칫 거리가 현란한 광고물로 도배가 되거나 옥외광고물법 적용 광고매체와의 역차별 논란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며 “산업 진흥은 물론 중요하지만 합법적인 예외를 양산하는 특별법보다는 일반법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