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와 옥외광고시장의 인기 저하에 고민 깊어져 중소 옥외광고업체들과 대기업간 영역 다툼 확대
현대축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띤 포지션은 미드필드에 있다고 한다. 상대의 강한 압박을 탈(脫)압박하면서, 우리팀이 공격의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미드필드 진영에서 해줘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반대로 상대가 공격해 올 땐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프랑스가 1998년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 미드필드를 지휘하던 프랑스의 영웅 ‘지네딘 지단’이 있었고, 2010년 스페인이 우승할 땐 바르셀로나의 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있었다고 축구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들의 미드필드에서의 탈압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옥외광고매체대행 시장도 탈압박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자체의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데다 옥외광고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여기다 중소형 토종 옥외광고업체들과 새롭게 진입한 대기업 계열사 및 중앙언론사들의 영역 다툼이 치열해 지면서, 일부 매체의 경우엔 낙찰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점도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 절실하다” 한목소리 옥외광고업계는 최근 서울시의 지나친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규제를 풀고 있는데 서울시는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특히 서울시가 버스 주류 광고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과감히 풀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옥외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를 할 수 있는 매체가 가뜩이나 제한적인데, 서울시의 버스 주류광고 금지 방침으로 주류광고는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버스의 주류광고 금지는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막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광고매체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TV와 라디오는 방송법의 방송광고심의에 의한 규정에 따라 시간대별 규제를 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IPTV는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 버스의 주류 광고는 전면 금지다”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 치매예방 등을 이유로 주류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은 마치 교통사고가 무서워 자동차를 타지 말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면서 “술이 그렇게 나쁘고 해악이 크다면 주류허가 자체를 취소하고 술 자체를 만들거나 팔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또 고용노동부가 수도권지역 시내버스에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려 했으나 서울시가 광고 제한 규정을 들어 반대하면서 서울지역의 버스 광고는 결국 무산됐다. 고용부는 ‘노동개혁으로 대한민국이 새출발합니다’,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합니다’, ‘노동개혁 속도 좀 내시죠’등 세 가지 문구를 마련했으나 서울시는 ‘민감한 이슈’임을 고려해 거절했다. 서울시는 특히 해당 광고가 서울시내버스 광고 제한조항 중 하나인 ‘여론 분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대부업에 따른 폐해와 잇따른 성형의료사고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버스와 지하철의 대부업광고 및 성형광고에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 임의규제 여파는 여타 옥외광고 매체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옥외광고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발주처들의 이중삼중 규제로 옥외광고시장의 중요한 소비자인 해당 광고주들이 이탈하고 옥외광고 예산이 여타 매체로 전용되는 매체간 역차별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고가의 매체 사용료를 내는 광고사업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규제 여파로 손실된 광고수익은 어디에서 보전받을 수 있느냐”며 하소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서울시 버스·지하철 광고 규제강화 조치는 근거가 취약한 임의규제라는데 문제점이 있다”라며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은 ‘해당 시·도지사는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허가 또는 신고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4조)’고만 돼 있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옥외광고의 인기 저하 극복 필요 지난 11월, 제3차 기금조성용 야립광고 사업자 선정에서 대량 유찰 사태가 발생됐다. 낙찰된 권역도 낙찰 금액이 대폭 하락하는 결과가 발생됐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내심 담담한 편이었다.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제3차 기금조성용 옥외광고사업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결과 8개 권역 중 1, 2, 3, 7, 8권역 등 모두 5개 권역에서 낙찰자가 나왔다. 5개 권역 모두에서 기존 사업자가 단독 응찰하여 낙찰을 받았고 투찰 금액은 거의 예가 수준에서 결정됐다. 낙찰된 5개 권역의 낙찰가를 단순 합산할 경우 총 491억 2,700여 만원으로 이는 2차 때 낙찰금액 합계 649억 9,500여 만원보다 158억 6,800여 만원(24.4%) 가량 감소한 수치다. 유찰된 3개 권역 중 2곳은 3번째 입찰에서야 비로소 사업자를 찾았다. 나머지 1곳은 아직도 유찰 상태로 남아 있다.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야립광고가 올해 3차 사업기간 입찰을 계기로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선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옥외광고 간판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에게 있어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사업가동률이 8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여기다 광고료가 크게 낮아져, 영업 마진이 10%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것이 현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재벌 총수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자신의 회사 또는 제품 광고가 옥외 광고에 붙어 있지 않을 경우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라며 “SNS 등 온라인 매체가 급성장하면서, 옥외광고의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크린 광고와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GV의 경우 지난해 스크린 광고 매출액은 약 810억원에 달했으며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상반기에만 420억원을 가뿐히 넘겼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약 9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스크린도어 광고도 여전히 인기 매체였다. 유진메트로컴은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 등으로 9년간 255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엔 324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올해는 지하철 노선 연장이 더 늘어나 이 보다 많은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대기업의 싹쓸이를 막아라” 중소 옥외광고대행업계 두려움 가중 올해는 옥외광고대행 시장의 영역을 두고 기존의 중소 옥외광고 대행업체들과 대기업, 특히 CJ그룹 계열 광고회사간의 공방이 격화된 한 해였다. CJ그룹 계열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이하 JS컴)는 지난 5월 서울 시내버스 후면 광고사업권과 서울역 맞이방 광고사업권을 잇따라 최고가 투찰로 따냈다. 한 달 전인 4월에는 CJ그룹의 다른 계열회사인 CJ파워캐스트가 강남역 지하도상가 광고사업권을 최고가 투찰로 따갔다. 이어서 12월엔 대구 시내버스 외부 광고사업권을 JS컴이 움켜쥐었다. 이로써 CJ그룹은 지난해 올해 들어 옥외광고 시장에 입찰로 나온 씨알 굵은 4개의 매체물량을 모두 수중에 넣었다. 지난해 국내 옥외광고매체 입찰시장의 최대물량인 서울 시내버스 외부광고 사업권을 926억원의 최고가 투찰로 거머쥔 CJ그룹 계열사 JS컴은 지난 5월 21일 있은 서울역 맞이방 매체 광고사업권 입찰에서 최고가인 109억 2,012만원을 써내 사업권을 따냈다. JS컴은 이틀 전인 5월 19일 실시된 서울 시내버스 차체후면 광고사업권 입찰에서도 최고금액인 60억 5,200만원을 써내 사업권을 확보했다. JS컴은 또 11월 30일에도 대구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사업자로 선정됐다. 금액은 104억6,934만7,000원을 제시했다. 또 다른 CJ그룹 계열사인 CJ파워캐스트는 지난 4월 14일 실시된 강남역 지하도상가 매체 광고사업권 입찰에서 투찰금액 73억 5,000만원으로 사업권을 가져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저히 우리가 제시할 수 없는 금액을 JS컴과 CJ파워캐스트가 매체를 따가고 있다”라며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장 확대로 인해 중소 광고대행업체 직원들이 직장을 잃을까 다들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옥외광고미디어협회는 ‘옥외광고업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직적·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영세 중소업체들과 시장을 파고들려는 대기업간에는 생존권을 전제로 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옥외광고미디어협회는 2015년 6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옥외광고 매체 대행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보호해 달라며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신청은 12월 현재 심사가 진행중이다.
▲시위 농성장으로 변한 전광판·야립광고, 관련 업체 엄청난 타격 옥외광고 매체가 시위·농성용 매체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의 한복판인 중구 무교동 금세기빌딩 전광판에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부 사내하청분회 소속 직원 2명이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광판을 통해 표출되던 약 15개의 광고방송이 모두 중단됐고 광고를 진행하기로 예정했던 광고주들도 모두 계약을 파기해 전광판 매체 보유 회사는 지금까지 피해액만 1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맞은편 올림픽대로 옆에 있는 야립 광고탑도 농성자들에게 점거를 당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서울교의 야립 광고물도 농성자들이 무단으로 점거, 농성시위를 벌이다가 철수한 바 있다. 시위와 농성을 목적으로 광고물을 무단 점거하는 사태는 지방으로도 이어져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전광판이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2인에게 점거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광판 및 야립광고물이 시위를 위한 무단점거에 대해 옥외광고업계는 전광판과 야립광고물 등의 매체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아무런 해결방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업계에는 중차대한 당면 현안으로 부각됐다. 해당 대행업체는 항의와 하소연을 해보고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도 나서봤지만 결국 정부당국과 해당 근로자들이 속한 노사 어느 쪽에서도 아무런 해결책을 구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을 감내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매체 불법 점유에 따른 해당 업체의 손해를 반드시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최고가 낙찰제가 아닌 적정가 낙찰제 필요한 시점 올해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물품제도 입찰시에 진행돼온 ‘최저가 낙찰제’가 최근 폐지되고 ‘적격심사 낙찰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공사 등에서 발주하는 옥외광고매체 사업자 선정도 ‘최고가 낙찰제’를 ‘적정가 낙찰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자체 발주 물품제조 입찰 때 최저가 제시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방식인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부실기업의 덤핑 수주와 저가 수입품 납품 등으로 인해 사업의 품질이 저하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됐다. 옥외광고 매체를 운영하는 대행업계는 최고가 낙찰제가 제작업계의 최저가 낙찰제 만큼이나 폐단이 큰 만큼 최고가 낙찰제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고가 낙찰로 매체사용료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철도, 공항, 항만, 버스 등 주요 교통시설과 체육시설 등의 광고매체 입찰 만큼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조건 높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에게 사업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 유지를 위한 적정한 가격과 사업 실적, 신용도, 신기술 적용 여부, 직원 복지 현황, 청년 고용 현황 등 다양하게 가산점을 부여해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면 각자 써낸 입찰 금액의 평균값을 구한 뒤 평균값에 가장 근접한 업체에게 높은 점수를 우선 배정하고, 그 후 나머지 평가 항목들을 수치화해서 경쟁업체들에게 부여하는 적정가 낙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최고가 낙찰제는 사업자들을 과당 경쟁으로 몰아가는 제도”라며 “옥외광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쟁에서 이겨도 전리품이 없는 싸움이 되고 있다”라며 “최고가 입찰로 인해 이익을 보는 쪽은 발주처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고가 낙찰제는 중소기업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며 “만약 대기업들이 광고매체를 싹쓸이한 뒤 계열사끼리 서로 일감 밀어주기를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지나치게 높은 매체 사용료를 기업이 발주처에 지불할 경우 그 손해를 메우기 위해 기업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편법이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옥외광고 시장의 입찰 시스템은 단기 사업기간, 최고가 입찰에 의한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그에 따른 후유증과 부작용의 순환고리를 반복해 왔다. ‘고가낙찰→매체사용료 상승→광고비 상승→광고주 이탈→매체 경쟁력 저하→사업권 반납 및 유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업계의 자생력이 크게 악화돼 왔던 것. 이에 따라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발주처(매체주)들이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사업자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줘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