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옥외광고업계를 이끌어왔던 중심축 중 하나인 현수막 시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위기에 놓여있다. 업체 간의 과열경쟁에 지속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강력한 불법 현수막 근절방안을 잇달아 내놓음에 따라 규제의 벽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팎의 이중고, 외통수에 걸린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현수막 종말시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만큼, 현수막 업계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작금의 현수막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외적 규제와 내적 갈등요인을 각각 짚어보는 한편, 현수막 시장의 축소가 옥외광고업계 전체에 가져올 변화도 함께 진단해 본다.
※외환(外患)
강력한 불법 현수막 근절대책 잇따라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 실시… 벌금 기준도 강화
현수막은 비용대비 광고효과가 아주 크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광고물이다. 수요가 큰 만큼 출력업체 및 간판업체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한지 오래다. 문제는 이런 현수막들 대부분이 불법 광고물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교차로, 가로수, 전신주 등에 무분별하게 부착된 불법현수막을 도시미관을 훼손하고 보행자와 차량의 시야를 가려 종종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는 골칫덩이로 판단하고 있다. 옥외광고물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의 경우, 불법 현수막 문제를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 포함시킬 정도다. 행자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올해 1~9월간 단속된 불법 현수막 건수는 64만59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만6194건) 대비 30% 가량 증가한 추세다. 최근 건설 분양 경기가 호조를 이루면서 분양광고 현수막이 난립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난립하는 불법 현수막에 몸살을 앓아왔던 행자부는 이번에는 반드시 불법 현수막을 뿌리까지 뽑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강력한 규제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다. 최근 서울시와 의정부시 등 다수의 지자체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란 지역사회에 밝은 시민이 직접 나서 불법 현수막을 수거하고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이를 확인해 자치구에서 수거에 대한 보상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서울시의 경우 1장당 2000원(족자형 현수막의 경우 1000원)씩 하루 10만원, 월 2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한다.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는 사실상 일반인 감시단을 꾸리는 것이 목적이다. 지자체 인력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운 만큼, 일정 보상을 통해 일반시민들이 직접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게 하는 것. 아직은 초기 단계라 효과검증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보상액수가 큰 만큼 강력한 근절효과가 날 것이라고 정부측은 기대하고 있다. 벌금제도도 더욱 강화된다. 현재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하면 불법현수막은 불법유동광고물에 포함되기 때문에 설치시, 최대 500만원을 과태료로 지불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규정 자체가 전체 현수막 합산에 대한 금액인지, 현수막 1장에 대한 것인지 모호한 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차체들이 합산 500만원만을 부가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최근 행자부는 이 규정에 ‘장당’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물론 현수막 1장에 500만원의 과태료가 나오는 경우는 흔치않지만, 문제는 전체 과태료 합산금액에 제한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불법 분양현수막 100개를 설치할 경우 장당 14만원 정도의 과태료가 나온다고 할 때 총 1,400만원의 금액을 내야한다. 이 뿐 아니다. 과태료 대상에 있어서도 기존 전화번호 명의자에서 현수막 설치자와 광고주, 관리자 모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내우(內憂)
과열된 가격 경쟁… 마진률 급감 장당 4000원대 초저가 제품마저
정부의 강력한 불법 현수막 근절대책이 현수막 제작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지금, 업계내부의 문제도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열 경쟁에 따른 마진률의 감소다. 현재 5m×90cm 기준 1장당 현수막의 가격은 현재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격 하락세는 과당경쟁과 경기침체로 궁핍해진 시장 상황을 가격 파괴를 통해 극복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과열됨에 따라서다. 특히 최근에는 수익률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졌던 5000원대의 가격선 마저 무너지고 4000원 대의 초저가 현수막까지 유통되면서 현수막 제조업체들의 단가 경쟁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의 현수막 가격의 하락은 일부 출력업체가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며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출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존 판매가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자, 거래처를 뺏길 것을 우려한 업체들도 저마다 파격적인 가격인하 전략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또 이에 대한 맞대응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결국 시장 전체의 가격이 추락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저가 바람몰이를 하고자 했던 업체들도 몇몇을 제외하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유통마진만 깎아먹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는 천과 잉크 등 현수막 원자재 대부분이 구매량에 따라 가격차가 큰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저가 경쟁 레이스에 뛰어든 업체들은 수익성 개선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박리다매를 통해 순환률을 높이고 보자는 업체들의 불합리한 전략과 경기한파에 따른 저가품 선호현상 등 여러 시장 상황이 맞물리며 현수막 시장의 저가 레이스는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 출력업체 업체 관계자는 “이젠 대량생산에 맞춰진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현수막으로 이익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장당 마진이 워낙 적기 때문에 옛날처럼 현수막에 의존하는 업체는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묻지마 현수막 의존해선 미래 없어… 새 시장 개척해야
정부 규제에 따라 불법 현수막 규제가 강화되면서, 출력업체는 물론 관련 장비 공급사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시장 전반의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불법 현수막, 일명 묻지마 현수막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 위축되는 것 뿐, 적법한 현수막 시장은 고스란히 남는다. 아니 되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 현수막을 걸 수 없다고 광고에 대한 수요 자체가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수요가 제도권에 있는 광고매체들에게로 옮겨갈 소지가 크다. 또한 불법 현수막을 대체할 새로운 광고환경의 조성도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한발 먼저 이 시장을 잡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판단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불법 현수막 근절에 대한 업계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다.
현수막 규제에 대한 업계의 말말말!
실사출력업체 S사 관계자 실사출력 분야에서 현수막 매출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현수막 근절과 같은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떨리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정부가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늘리거나 해서 그 요구를 수용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디지털프린팅 장비 유통업체 T사 관계자 많은 출력업체들이 현수막 위주로 사업이 전개되고 있어서, 정말로 현수막 시장이 축소되면 관련 장비업체들도 타격이 있다. UV프린터나, 전사프린터 등 새 시장을 미리 선점해 놓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옥외광고매체 운영사업체 V사 관계자 불법 현수막의 근절은 합법적인 광고매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매우 바라는 일이다. 분양광고 같은 경우 현수막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합법매체보다 묻지마 현수막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근절되면 제도권의 매체로 광고수요가 옮겨질 것이라 예상된다.
옥외광고물 제조업체 S사 관계자 최근 일부 지자체와 함게 불법현수막을 대체할 1단 또는 2단의 저단형 지정 현수막 게시대를 개발해 시범적으로 적용해 가며 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존 불법 광고물이 있던 자리를 깔끔한 디자인의 게시대로 대체해 가고 있어 시민 호응이 좋아 앞으로의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행정자치부 관계자 불법 현수막 단속을 강화하면서 옥외광고업자들의 원성이 많다. 그렇다고 불법을 두고 볼 수 없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고처야 하고 필요한 것은 만들어야 하는 만큼, 업계가 먼저 적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면, 정부도 충분히 수용할 의사가 있다. 이와 관련 한국옥외광고센터에서는 불법 현수막을 대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일반을 대상으로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 불법 현수막을 대체할 수 있는 광고매체로 광고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세수를 늘리겠다는 건 많은 지자체들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관련 게시대의 디자인이나, 형태, 사용소재 등을 업계 전문가가 먼저 제안할 수 있다면 정부 입장에서 환영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사이니지 제조사 K사 관계자 불법 현수막이 줄면 디지털 광고매체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 생각한다. 불법 현수막의 대안으로 나왔던 LED전자게시대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시대의 흐름상 디지털 광고매체가 새로운 광고환경을 만들어 갈 것은 틀림없다. 특히 디지털 광고물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디지털 광고물 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는 만큼 디지털사이니지에 기초한 새로운 광고환경이 만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