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제작업계 환경이 점점 변화하고 있다. 채널사인 일변도와 이른바 저가형 ‘막 채널(망치로 캡과 캡이 안맞는 부위를 두드려서 대충 만든 채널)’ 시장에서 새로운 제작시스템으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파사드코리아를 비롯해 엘케이비주얼, 에스케이채널, 비전테크솔루션, 알리다그룹 등 다수의 업체가 신개념 간판을 선보여 간판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이 시장에 출시한 품목은 판류형 간판과 채널사인의 결합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함께 대량생산을 통해 제작 시스템을 아주 단순화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와함께 간판제작 시스템을 브랜드화해 시장에서 상품의 가치를 끌어올려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 엿보여 제작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기업 간판 리뉴얼 수요의 감소, 생활형 간판의 소비자인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줄어들어 지갑을 닫은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간판정비사업 등 관급공사가 증가하면서 일반 간판 시장을 급랭시킴에 따라 간판 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란게 관련업계 중론이다.
채널사인 일변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간판들이 올해 간판 업계에 속속 등장했다. 이들은 업계의 오랜 침체를 탈피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시계 반대방향으로부터 에스케이채널의 ‘라운드 바’, 파사드코리아의 ‘참좋은간판’, 엘케이비주얼의 ‘라이트윙’.
독특한 소재·조명기법을 적용해 관심 받았던 하나은행의 판류형 간판.
현대자동차와 GS칼텍스 사인물 마감재에 활용된 아노다이징 소재. 이 소재는 주로 건축마감재로 사용됐던 것으로 내식, 내마모성이 강하고 자유자재로 색상을 입힐 수 있다.
대신증권의 간판으로 ‘그린 투 블루’의 색상으로 패턴화해 압구정 지점 외관에 적용한 모습.
업계 오랜 침체 탈피해 새로운 시도 모색 잇따라 단가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아이템이 성장동력
▲얼어붙은 간판시장, 마진없는 단가 경쟁·획일적인 채널사인 점입가경 얼어붙은 경기 만큼이나 간판시장도 지금 제작 수요가 눈에 띄게 급감하는 등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특히 제작업계가 기대하는 기업간판 교체 특수가 올 한해는 거의 없었다. 편의점 위드미,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 화장품 브랜드에선 더페이스샵과 바닐라코 매장 등이 간판을 완전히 새롭게 교체했지만 전국 일괄교체 진행이 아닌 권역별 소량 교체로 이뤄지고 있어 수요량이 급격히 감소한 수준이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교체수요가 예년만큼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게 현 실정”이라면서 “앞으로 대량교체 수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현재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기업간판을 전문으로 제작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렇게 시장이 얼어붙은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면서 “예전 같으면 기업간판 입찰물량만 따놓으면 1년 장사는 다했다고 할 만큼 일이 많았는데 2012년도부터 일감이 확 줄더니, 점점 일이 없어지고 있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활형 간판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활형 간판의 소비자인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줄어들어 지갑을 닫는 바람에 이 시장 수요도 바닥을 치고 있다. 이같은 내적인 요인 외에도 밖으로는 글로벌 경제의 위기, 총선 등 정치적 변수가 있어 간판 시장의 소비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제작업계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단가경쟁 구도에서 맴돌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시장상황이 악화될수록 단가경쟁이 심화되긴 하나 요즘같이 마진율이 0에 가까울 정도로 가격 파괴가 일어나거나 입찰을 따더라도 손해를 보고 제작·시공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란게 관련업계 중론이다. 이미 가격에만 치중하는 불황마케팅이 제작업계에서 판을 치고 있을 정도다. LED모듈 가격이 수년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업계가 내년에 또 한 번 저가 가격 공세를 예고함에 따라 가격 경쟁구도는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제작 분야의 경우 채널사인 역시 극심한 단가 전쟁 속에 놓여있다. 채널 1글자당(50각 기준) 13만~14만원 하던 것이 5만~6만원대로 하락하더니 최근에는 2만~3만원대로까지 하락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후발주자들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치고 나오면서 채널 단가를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 한 채널업계 관계자는 “마진이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자재를 어디서 훔쳐와서 만드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파괴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추는데 급급하다 보니 제작업계에서는 더 이상 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 만큼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데, 소비자가 저가 제품만을 찾고 있어 개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그러다보니 소재, 디자인의 변화없이 획일적인 채널사인 일변도의 시장 흐름이 깨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가격 중심의 마케팅이 제작업계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이를 타개해 나갈 뾰족한 묘책 찾기를 위해 골몰하는 모습들이다. 단가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시스템,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인 것. 이같은 상황에 변화하고 있는 간판 제작 시스템이 등장함으로써 또 하나의 먹거리로 이어지게 될지 업계 전반이 주목하고 있는 시점이다.
▲브랜드형 간판, 전국시장 영역 확대… 생산성·가격경쟁력·효율성이 키워드 새로운 간판제작 시스템은 일명 브랜드형 간판으로 제작·생산 과정에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과 프랜차이즈 (대리점체계) 방식의 판매 시스템을 전개한다는게 기존 간판제작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형 간판은 전방위적으로 마케팅 공략을 펼치며 시장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브랜드형 간판의 시작을 맨 처음 알린 곳은 파사드코리아. ‘참좋은간판’ 브랜드로 지금까지의 간판 개념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성품 간판으로 80여 가지의 독창적인 디자인 샘플을 구비하고 있다. 등장 초기에 간판 업계의 흐름을 확 바꿔놓을 만큼 아주 새로운 개념의 간판으로 인식됐던 ‘참좋은간판’은 지난 2월 사업설명회를 열자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간판 제작 및 유통 업체 대표자들이 대거 참석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특히 이 회사는 프랜차이즈 방식의 판매 시스템을 구축, 전국을 무대로 대대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으며, 사업설명회 6개월 만에 총판·협력업체 및 취급점이 전국 600개를 돌파할 정도로 간판업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회사측은 대량생산 및 플렉스 소재의 활용 등을 통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지역 업체들이 공동브랜드 전략 및 공동 구매로 원가를 절약할 수 있고,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경영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매출액을 50% 이상 증대시킬 수 있다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LED테리어(LED와 인테리어 합성어) 전문업체 엘케이비주얼도 완전한 브랜드간판 시스템은 아니지만, 대량생산 시스템을 통해 원가를 낮춘 신개념 판류간판 ‘라이트윙’을 출시하며 간판업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공했다. ‘라이트윙’은 플렉스간판의 대체를 목적으로 개발된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내구성이 뛰어난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간접조명 간판이다. 기존 판류형 간판과 달리 제품 자체가 곡면으로 살짝 휘어져 있는 라운드형으로 상단과 하단에 LED바 조명이 설치되는데, 이 LED바가 비추는 각도와 간판의 곡선 형태의 구조가 맞물리면서 빛이 간판에 고르게 퍼져나가게 된다. 빛의 속도에 따른 밝기의 저하까지 계산, 설계돼 중심부와 테두리의 밝기가 일정하다. 에스케이채널은 곡면형으로 제작돼 LED의 빛을 고르게 집중시킬 수 있는 조명용 채널거치대 ‘LED라운드 프레임’을 시장에 출시했다. 조립과 설치가 간편하고, 프레임은 공급하기 편하게 규격화돼 있어 시장 접근성이 뛰어나다. 알리다그룹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더조은 트러스바’를 출시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채널 거치용 트러스바다. 통사각바와 직사각바, 빅사각바, 라운드바, 슬림라운드바, 두줄포인트바 등 여러 형태를 라인업하고 직접 유통·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진없는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결국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며, 가격을 낮추면서 품질까지 낮추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자승자박할 게 뻔하다”면서 “이런 시장상황에서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브랜드형 간판이 늘고 있는 만큼 저가 위주의 가격경쟁 구도가 점차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반기성품 브랜드간판이 마치 유행을 타는 것처럼 속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지금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브랜드간판이 몰고 올 간판업의 변화상에 관심들이 높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 ‘순풍’ 위한 업계 노력 절실 이처럼 시장에 불어온 새로운 변화의 바람은 활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기존의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악화된 시장경기, 채널사인 일변도의 시장흐름, 제품의 출혈과당 경쟁, 업체의 난립 등 전반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게 업계 전반적인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대에 맞는, 시장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간판제작 시스템이 시장에 출시됐는데, 모두가 이 시스템을 따라 가는 형태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플렉스간판에서 채널사인으로 변화했고, 이젠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 ‘브랜드형 간판’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판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하면서 채널사인 일변도의 폐해를 지켜봐온 만큼 ‘브랜드형 간판’ 일변도를 또 보고 싶지 않다”면서 “트렌드에서 탈피, 독특하면서도 진화한 간판을 개발해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며 제품 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업계는 답답하고 허기진 간판 시장에 새로운 무언가, 먹거리가 될만한 ‘물건’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차별화된 출구전략을 찾겠다는 의지가 강렬하다. 간판 업계의 성장 잠재력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바로 업계의 몫이다.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아이템, 진일보한 아이디어, 새로운 관점으로 기존 시장을 재조명, 인테리어나 건축물에 사용됐던 소재의 재사용, 다양한 마케팅 전략 등 다각적인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제작업계의 가능성에 날개가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개발도 개발이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홍보전략으로 오히려 평범한 제품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도 많다”면서 “제작업계가 힘들다고 볼멘소리만 낼 게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과 환골탈태를 통해 변화하는 시장의 선두에 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장을 활성화하고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다채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는 간판업계가 새해에는 올해의 어려움을 딛고 힘차게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