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이달까지 3개월간 ‘블랙아웃 시티’ 원전 홍보 극장광고 상영 관람객들 “공포 스릴러로 원전 당위성 주장은 억지” 비판
빛으로 뒤덮인 도시가 일순간 정전이 되며 암흑 천지로 뒤바뀐다. 대규모 정전 사태로 인한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이다. 술을 먹고 어느 순간 필름이 끊겨 기억이 사라지는 것처럼 도시에서 빛이 사라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달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주요 지역 극장에서 내보내고 있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시티’라는 제목의 광고가 관람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전체 스크린의 20% 정도에서 이 광고가 나오고 있다. ‘블랙아웃 시티’라는 제목의 1분짜리 광고는 2035년 서울의 한 건물에서 조명이 꺼지면서 시작된다. 블랙아웃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 속에 ‘잿빛 어둠이 세상을 뒤덮는 날, 충격과 공포가 시작된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어둠에 잠긴 도시는 아수라장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전기를 찾아 나선다. 이어서 한 남성이 “아, 원자력발전만 있었어도…”라는 말과 함께 두 손을 모으며 끝난다. 블랙아웃은 발전소 1~2기가 갑작스레 동작을 멈추거나,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수요를 잘못 계산하거나, 천재지변 등으로 고압전선이 차단되는 경우 등으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9월 15일, 전국적으로 벌어진 대규모 정전사태다. 결국 원자력발전이 없으면 전 세계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한 관람객은 “마치 전기를 아껴 쓰지 않아서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처럼 표현한 대사는 한수원이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며 영상 속 대사를 문제 삼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원전의 당위성을 위해 일부러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내용이 황당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영상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자력발전 아니면 블랙아웃이라는 일방적인 생각이 그대로 들어 있다”며 “오히려 발전원의 대다수가 원자력일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 위험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영화 예고편처럼 일종의 공포 설정을 한 데 대해 공포를 조장하려 한 것이 아니라 화석 연료가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 발전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