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만 특혜… 영세한 대다수 업체 ‘시공업자’ 전락 위기 ‘수 천 억원대 간판정비사업’ 거스르는 줏대없는 정책기조 비난
‘산업 몰락의 전조이자 위기 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일선 간판 제작시공 업체들 사 이에서 불안감과 위기감이 고조 되고 있다. 이들 업계는 디지털 광고물은 아직 현 업계와 동떨 어진 분야로 이를 다뤄본 극히 일부 업체 혹은 디지털 기반의 다른 업계에 수혜가 돌아갈 것 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며, 이는 곧 업권을 빼앗기는 심각한 결 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정부 정책의 기조와 법의 방향이 생계를 뒤흔들 정 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00년 대 초반부터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를 모토로 행자부가 추진 해온 간판정비사업으로 이미 호 되게 홍역을 치른 터다. 수 천 억 원대의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전개됐던 ‘간판이 아름다운 거 리’ 시범 사업의 결과 사업에 참 여했던 일부 업체에만 수혜가 돌아갔고, 정부 예산으로 간판 을 달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 심 리마저 얼어붙어 보릿고개를 넘 어야 했던 것. 그런 만큼 이번 법 령 개정의 방향에 대해 더욱 민 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들 업체의 대표 단체 격인 한국옥외광고협회는 디지 털 광고물 전면 허용에 반대한 다고 전했다. 한국옥외광고협회 박홍규 사무처장은 “얼마 전에 도 행자부를 방문해 반대 입장 을 전달하고 왔다”며 “디지털 광고물이 전면 허용될 경우 광 고 효과가 기존의 간판보다 훨 씬 낫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선 호도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몰 릴 것이고, 그 결과 디지털광고 물은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알 루미늄, 갈바, 절곡, 커팅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일선 간판 업체 들은 디지털 광고물이란 용어 자체도 생소하게 느낄 만큼 모 르는 분야다. 결국 디지털 광고 물을 다뤄보았던 일부 업체만이 사업을 하게 될 것이다”라며 업 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일선에 서 간판업을 하고 있는 N사 대 표는 “우리는 디지털의 ‘디’자도 모른다. 지금 기업 간판들 보면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여와 단 것들도 많다. 이미 중국 시장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 서 디지털 광고물 역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한 대기업 들이 자본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무기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 다. 예를 들어 간판 틀만 한번 만 들어 놓고 거기에 컨텐츠만 계 속 바꾸어 전파하면 모든 게임 은 끝이다. 더 이상 예전처럼 광 고주들이 간판을 바꿔 달 일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번 법령 개정의 여파로 이 렇듯 ‘산업의 몰락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가운데 줏대 없는 정부 정책의 기조에 대한 신랄 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노윤태 인천옥외광고협회장 은 “행자부가 지금까지 주창해 온 것이 아름다운 거리였다. 불 법광고물을 정비해 깨끗한 거리 를 만들겠다고 수 백 억원대 예 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지금 내놓은 개정안은 아름다운 거리 를 완전히 역행하는 내용이다. 지금 개정안에는 벽면, 창문, 심 지어 교통수단까지 달아도 좋다 고 한다. 거리가 빛과 동영상으 로 넘쳐나면 당초 정책기조대로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 을까.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 려고 하는 것인지, 디지털 광고 물 하나로 오랫동안 고수해온 정책의 기조가 흔들리는 것 자 체가 이해가 안간다”며 “시대가 시대인 만큼 디지털에 대한 요 구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유 예기간을 두고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과 개선점, 보강점을 찾 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수 십 년간 고수해온 정부 정책의 기 조를 다시 한번 점검해주길 바 란다.”고 의견을 전했다.
간판업체 B사 대표는 “대기업 이나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 고 하는 것이라는 소문도 들리 던데, 갑자기 정부가 기존의 정 책기조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모 양새를 보면 단순한 소문이 아 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비난 했다.
업계가 ‘광고물의 디지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1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듯 이 미 생활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 화되고 있는 것은 시대의 자연 스러운 흐름이다. 그런 만큼 생 활형 간판을 비롯한 각종 광고 물에 디지털이 도입되는 것 역 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 에는 업계 역시 공감하고 있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은 가야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전광판 하나 유리창에 다는 것 조차도 불법으로 규정 해왔던 그간의 법령과 달리 갑 자기 디지털 광고물을 전면 허 용한다니 아이러니하다”고 말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법령 개정에 대해 수용하는 분위 기다.
장세도 서울시광고물제작공 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광고에 도 시대에 따라 많이 사용되는 소재가 있고 그에 따라 시장은 변화해왔다. 예를 들어 과거에 는 파나플렉스, 그리고 채널사 인을 거쳐 면발광으로 시대에 따라 패턴은 계속 바뀌어왔다. 디지털 역시 그런 흐름의 측면 에서 바라봐야 한다. 디지털은 광고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소 재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도 록 해주며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이같은 트 렌드를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 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오 히려 광고물의 범위가 더욱 광 범위해진다는 눈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 용범위에 대한 규제는 연착륙 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업종에 따라 이번 사안을 바 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산업 몰락의 위기 감에 불안해하고 있는 제작·시 공업체들과 달리 디자인회사, 채널·프레임을 제작하는 하청 업체들은 긍정적인 의견도 내놓 고 있다.
디자인올림 전원표 대표는 “ 그동안 규제가 심했던 우리나 라의 경우 일본이나 미국에 비 해 광고 표현의 한계가 많았다. 하지만 추세가 디지털로 가는 만큼 받아들이고 준비할 필요 가 있다. 아직 현장의 제작업체 들이 준비가 안돼 있어 그렇지 시장이 풀리면 소수의 몇몇 기 업들이 다룰수 있는 문제는 아 니다. LED나 소프트웨어를 만 드는 부분은 업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를 설치해서 광고물로 표현하는 것은 제작업계의 몫으로 고스 란히 남는다. 법령의 주도로 시 장이 열린다면 지금의 업체들 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 도 금방 개발돼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각하는채널 정항석 대표는 “법령이 바뀌어 에너지의 변화 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에너지의 합은 있을 것이다. 업체들의 역 할이 바뀔수도 있고 중심축이 변화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시 장을 빼앗기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변화 속에서 새로 운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생길 수도 있다. LED, 소프트웨 어 개발 등의 문제는 우리 업계 에서 다루기 어렵겠지만 그동안 현장에서의 노하우를 가지고 역 제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 에 편승하지 못하면 멸종을 당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변화에 적 응할 무기는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