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불법임에도 창문 디지털광고 도처에 넘쳐나는 실정 여성속옷 광고마저 버젓이… 정부, 단속않고 합법화로 책임회피하나 업계 “행자부 시행령안 통과되면 모든 거리에 디지털광고 범람할 것” 한탄
디지털 광고에 대한 전면적 허용방침을 담은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디지털 광고로 뒤덮이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옥외광고업계 전반에 팽팽히 번지고 있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임에도 이미 전국 도처에서 창문이용 디지털 광고물이 난립하는 등 디지털 광고물에 대한 통제 자체가 실종돼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자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거리 모든 매장의 간판이 디지털 광고판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여론이다. 실제로 강남이나 명동 등 서울 중심가의 수많은 매장들이 창문에 LED와 LCD 또는 프로젝터 영상 등을 활용한 디지털 광고물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등 디지털 광고는 이미 현실 깊숙하게 침투해 만연돼 있다. 소형 LCD나 LED전광판을 걸고 있는 업체는 부지기수이며, 쇼윈도 전체를 도배하는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 운영하는 곳도 많다. 아울러 일부 프랜차이즈 상점들의 경우 디지털 창문이용 광고물 자체를 프랜차이즈의 심볼마크처럼 모든 가맹점에서 활용하는가 하면 아예 영리용 타사광고를 틀어대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의 창문이용 광고물 표시방법에서는 빛의 점멸이나 동영상의 변화가 있는 광고물은 규제 대상이다. 따라서 디지털 광고물을 쇼윈도에 설치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광고물은 이미 정부나 지자체의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확산돼 있는 상황이며 때문에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디지털 광고물이 봄날 들불 번지듯이 확산돼 전국적으로 대홍수를 이루는 기폭제가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디지털 광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행자부가 합법화를 통해 단속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도시 미관을 해치는 소형 LED전광판을 뿌리뽑겠다며 강력한 디지털 광고 단속 의지를 보였던 행자부의 갑작스런 태도 돌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산업 진흥을 위한 합법화라는 미명하에 단속 주체로서의 책임을 벗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디지털 광고물의 콘텐츠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심의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전광판 광고 등과 달리, 창문이용 디지털 광고물은 콘텐츠 관리감독의 주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디지털광고물 운영자가 임의로 제작한 콘텐츠를 아무런 여과과정 없이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5월 12일 SP투데이가 창문이용 디지털 광고물의 길거리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둘러본 서울의 길거리에서는 불법 디지털 광고물들이 이미 만개하고 있었다. 불법 대형 동영상부터 창문이용 디스플레이, 점멸 전광판, 이동식 전광판 등 각양 각색의 디지털광고물들이 시민들의 생활환경 속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 강남대로변의 한 매장의 경우는 속옷차림 여성모델의 선정적인 모습이 대형 멀티비젼을 통해 수시로 표출되고 있었다. 서울 변두리 지역 뒷골목에 자리잡은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창문에서는 창문에 밀착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편의점 홍보내용과 취급상품, 상업광고인 축구경기 광고 등이 번갈아가며 표출되고 있었다.취재중에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전면 허용이 되면 디지털광고의 특성상 합법과 불법의 경계 파악이 어렵고 규정상으로는 경계 구분을 하더라도 단속과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행자부가 디지털 광고의 실상과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디지털 광고를 전면 허용한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광고의 빛공해 문제도 심각하다. 2013년 시행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에 의하면 상업지역이라도 광고물의표면휘도는 1,500cd(칸델라)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밝기로는 대낮의 태양광 아래서 디지털 광고의 시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제 길거리에서 마주친 불법 디지털 광고물들의 경우 규정 휘도를 준수하고 있는 것이 없어 보였다. 한 업종단체 관계자는 “행자부 현 담당자 가운데 옥외광고 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옥외광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채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어젖히려 하고 있다”면서 “통제 불능의 사태가 왔을 때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