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타업종에 유리한 법개정 전 ‘옛 사례’ 다시금 회자 다양한 제작기술·지역 네트워크 기반 요구되는 간판업 업계, “기업이 진출할 사업 아냐” 경고 메시지
를 커팅•절곡 등 다양한 기술들 을 활용해 만드는 전통적인 간 판 제작•시공업계에서는 요즘 ‘ 간판이 내린 저주’, ‘간판 늪’ 이 라는 기괴하면서 해학적인 표 현들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나 타업종에 유리하게 만들어 진 새로운 법령의 개정을 앞두 고 대기업들의 사업 진출에 대 한 걱정과 불안이 들불처럼 확 산되면서 나오는 이야기다. 금 번 법개정과 무관하게 이미 간 판업에 진입하려던 기업들의 시도가 있었는데, 번번이 실패 로 돌아갔던 것. 전례를 봤을 때 ‘기업이 손만 댔다하면 줄줄이 망해 나갔다’며 업계가 사업 진 출을 도모하는 대기업들에 전 하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인 셈이다. 네이버, 신라교역의 사례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의 간판업 진출 사례로 손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유명했던 라이코스가 PC방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잘되자 네이버도 출 자회사인 미디어웹을 통해 PC 방 광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라 이코스 PC방을 겨냥한 듯, 일부 PC방에 네이버라는 상호와 자 사 상징이자 로고인 ‘날개달린 모자’ 간판을 다는 사업을 실시 한 것. 네이버는 네이버 로고를 사용하는 PC방의 물량 소화만 으로도 채산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 계열사 수요를 발판삼아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중도 에 포기하고 손을 뗐던 전례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PC방 이 2만군데 였는데, 2,000여개 간판 결과물만 나왔다는 것. 즉 자체 물량 소화도 못해내는 저 조한 실적으로 간판업에서 철 수했다는 설명이다. 신라교역의 경우 사인 프랜 차이즈 사업을 명분으로 내세 우며 간판업에 진입, 직영점 몇 개를 오픈하고 프랜차이즈 박 람회에 참가하는 등 사업에 시 동을 걸었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간판업에서 손을 털고 나갔다. 서울의 간판 제작업체 L씨는 “기업들이 외부에서 볼 때는 가 능성이 있는 사업처럼 보이겠 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 다. 간판업은 대기업이 들어왔 을 때 늪이 되는 구조”라고 간 판업을 ‘늪’에 비유했다. 그렇다면 기업과 간판업이 궁합이 맞지 않는 이유는 뭘까. L씨는 “간판업은 한마디로 노 동집약적 산업”이라며, “주 5일 근무에 4대 보험까지 다 해줘야 하는 기업의 인력 운영구조는 간판업과 전혀 맞지 않다. 휴일 에도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마누라가 형광등 조립하고 남 편이 시공하러 나가 인건비 줄 여야 겨우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라고 업계의 구조적 환 경을 그 이유로 설명했다. 간판제작업체 D사 J대표는 “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대량 생 산, 공급으로부터 나오는 게 보 통이다. 하지만 간판은 그런 공 산품이 아니다. 유통구조만 장 악해서 할 수 있는 단순 유통업 도 아니다. 다양한 소재와 가공 기술을 가지고 여러 가지 변수 가 도사리고 있는 현장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성격이 있다. 디 자인이 들어가니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할수 있겠지만 기업 이 손대는 사업처럼 명확한 기 준을 가지고 들어와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며 대기업의 진입 업종으로 간 판업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분석했다. 간판제작업체 한 관계자 역 시 “편의점이나 마트 사업 뛰어 드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 다”며 “플렉스 간판에서 소재 의 사용이 다양해지고 있는 요 즘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규격 화가 어렵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술과 네트워크 기반이 돼있 지 않으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대리점 이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 어 자체물량을 많이 떠안고 있 다고 해도 사업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 자는 “은행이나 통신사처럼 대 리점이 많은 기업들이 대리점 이 많다는 이유로 사업에 뛰어 들지 않지 않느냐”며 “그네들 이 협력사로 제작업체를 선정 할 때도 권역별로 나눠서 뽑아 맡게 하는 데는 대리점이 전국 각지에 산재돼 있고 현장 상황 에 대응하기 위한 시공팀을 관 리,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역설 했다. 우리 업계와 직접적인 관계 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카카오가 대리운전 사업에까 지 손을 뻗친다고 하여 사회 전반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CJ 올리브영이 최근 건강•미용 제품 뿐 아니라 음료수에서 각종 생활잡화를 판매하고 있 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CJ는 이미 광고대행업에도 진 출해 우리 업계의 불만을 사 고 있기도 하다. 이들 대기업 의 행보로 골목상권 침해 논 란이 불거지고 있어 당분간 기업이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해오던 업종에 진출하는 것은 자제하거나 준비하던 것도 대 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고 비 밀리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잠잠 해질 때쯤이면 이번 옥외광고 법령 개정작업도 마무리될 것 으로 보인다. 이런가운데 대부 분 완성품이고 설치도 제품 유통망을 통해 공급할 수 있 는 디지털 광고물이 합법화돼 활개를 친다면 대기업의 간판 업 진입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귀추가 주목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