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를 잡아라~! 해마다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커들이 한국에 방문할 때 꼭 들려간다는 최고의 명소, 명동의 간판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깔인 붉은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간판은 몇 걸음만 걸어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중국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간판의 변신은 색깔 뿐 아니라 간판이나 매장의 익스테리어에 차용한 디자인, 문양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마치 황제를 모시는 왕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반복적인 중국풍 문양, 화려한 꽃 프린팅으로 수를 놓은 간판들이 바로 그것이다. 한글 상호 대신 중국어로 쓰인 간판도 흔하다. 매장 간판에서부터 광고 매체에 이르기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바꿔버린 명동의 사인(Sign)을 들여다보았다.
■지하철부터 시작되는 유커 고객 잡기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에 접근하기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단연 지하철이다. 4호선 명동역에 닿으면 내리기가 무섭게 바로 중국의 냄새가 ‘훅’하니 나기 시작한다. 승강장 스크린광고 속 모델 전지현은 새빨간 배경 위에 새겨진 결제서비스 유니온페이 광고 옆에서 도도하게 미소짓고 있다. 빨간색과 한자로 쓰여진 광고문구의 효과로 무심코 지나가면 그녀를 중국이나 홍콩의 유명 모델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매체의 한가운데에 있다. 명동거리로 나가기 위해 높게 이어져있는 에스컬레이터 옆 벽면 전체는 유니온페이의 경쟁사인 알리페이 광고로 래핑돼 있다. 알리페이의 광고는 빨간색은 아니지만 광고 전체가 하늘색으로 도배돼 있어 화려하거나 원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4호선 승장장 스크린도어 광고, 역구내 있는 기둥광고 벽면 래핑광고 등은 양진텔레콤이 운영중인 매체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한 후 명동으로 나가는 길목에는 명동 지하상가가 있는데, 그 사이에는 현재 롯데면세점의 광고가 즐비하다. 기둥, 계단 곳곳이 빨간색으로 래핑돼 있는 이 광고 매체는 SP나래애드가 운영중인 매체들. 유커들의 명동 사랑으로 인해 이 일대의 매체는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는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SP나래애드 김재식 국장은 “작년부터 롯데백화점 나가는 출구 측에 롯데면세점이 광고를 집행중”이라며 “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라 광고주들이 광고를 계속적으로 연장하는 추세다. 한달에 몇 천 만원씩 할 정도로 적은 비용이 아닌데도 광고를 연장하는 것은 그만큼 효과를 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광고 연장으로 인해 광고 집행을 희망하던 신규업체가 광고를 집행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을 만큼 예전에 비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들의 간판 경쟁 각축장 유커들의 명동 유입 증가는 화장품 매장의 간판과 익스테리어도 통째로 뒤바꿔 놓았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등은 최근 매장 리뉴얼을 단행했는데, 명동에 입점돼 있는 매장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간판, 익스테리어 실험의 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급스럽거나 화려하거나 색다른 모습으로 단장했다. 더페이스샵이 선택한 간판과 인테리어 포인트 색상은 황금색. 황금색은 부를 상징하는 색으로 빨간색과 더불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색상이다. 주조색인 황금색의 부각을 위해 간판 소재나 제작 기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황금색에 가까운 색상 연출을 위해 매장 측면의 돌출간판 소재로 티타늄을 채택하고 조각기법을 적용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명동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핫스팟인 만큼 명동 매장은 다른 지점보다 각별히 신경을 썼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며 “이번에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금색을 주조색으로 채택했는데, 그 이면에는 중국인들의 취향을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장 외관 전체가 ‘도시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 사철나무를 심어 꾸몄다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은 유커들이 한국 방문 기념 사진을 찍는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스킨푸드도 노란색으로 산뜻하게 매장 리뉴얼을 해 여타 화장품 브랜드들과의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한자로 만들어진 채널사인도 눈길 한자로 제작된 간판도 몇 걸음만 움직이면 마주칠 수 있다. 관광에 들떠 잊고 있던 허기를 달래줄 음식점에서부터 옷가게에 이르기까지 명동거리를 채우고 있는 소호들도 유커들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상호에 ‘한글’ 대신 ‘한자’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도입했다. 채널사인으로 제작된 한자들도 적잖이 볼 수 있는데, 한글이 아닌 한자도 제법 자연스럽게 표현해내 이목을 끈다. 한 채널업계 관계자는 “한자는 획수가 많고 좁은 각을 표현해야 해서 한글 채널사인을 만드는 것에 비해 난이도 높은 작업들이 종종 있다”며 “각이나 획을 표현하기 쉬운 소재를 많이 사용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