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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17:14

한-중 FTA 발효 6개월, 내수시장 치킨게임에 ‘불 붙였다’

  • 이승희,이석민 | 345호 | 2016-08-17 | 조회수 2,895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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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수입은 ‘증폭’, 수출은 ‘제자리’
내수시장 품목별 단가경쟁 ‘끝없는 레이스’
업계, “2~3년 후 중국산 가격 공세 현실화 될 것”

‘이미 치킨게임에 돌입한 국내 옥외광고 시장에 한-중 FTA의 시작은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다’.
한-중 FTA가 발효된 지 6개월여가 지났다. 내수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대(對)중국 무역 개방으로 옥외광고 산업의 중국산 잠식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광판이나 아크릴 등 플라스틱 판재류, 레이저 가공기에 이르기까지 옥외광고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산 수입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들 중국산 제품은 가격을 무기로 국내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 시장의 단가 경쟁을 더욱 고조시키는 촉발제가 되고 있다.
국산 레이저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과 가격 면에서 중국의 출현으로 시장의 유통구조까지도 변하고 있는데, 한-중 FTA는 이같은 구조에 쐐기를 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은 먹거리 시장뿐 아니라, 제조업까지도 한국의 시장구조를 변화시킬 정도”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한-중 FTA 이후 품목별 가격경쟁이 ‘끝간데없는 레이스’의 구조로 펼쳐지고 있다.
40만원 이하의 전광판도 보이기 시작하고, LED의 경우 모듈당 100원대 단가로 떨어져 마진이 10원대까지 왔다. 관련 가공기기인 레이저 커팅기도 1,000만원 이하의 가격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플렉스 소재도 국내 시장에 진입해 적극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부 실사출력업체들에선 플렉스 출력 가격을 ㎡ 당 4,000원까지 내린 곳도 있다. 이 가격에 맞춰 줄 수 있는 요인이 중국산 플렉스 소재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종을 망라하고 펼쳐지고 있는 이 같은 가격 공세에 국산 제조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사실상 옥외광고 분야의 관련 제품들 가운데 FTA 체결 즉시 관세 철폐 대상 품목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봤을 때 관세 인하로 인한 절감효과는 아직까지 업계가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한 자재유통업체 관계자는 “수 백개의 유통 품목을 취급하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 가운데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없다”며 “아직 FTA가 발효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 인하폭을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 전후로 단가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결코 관망할 일은 아니다. 한-중 FTA가 체결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시점에서도 내수시장이 치킨 게임에 돌입했는데, 관세 인하폭이 현실화된다면 그 경쟁은 게임이 아닌 전쟁 수준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쟁에서 이기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느냐는 생존권의 문제로 변질되는 것이다.
한-중 FTA 협정 결과에 따라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적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이면 관세가 모두 사라진다.
아크릴의 경우 5년만 지나면 수입 관세가 ‘제로’가 된다. 한 아크릴 제조사 관계자는 “아크릴 업계는 5년간 세율 균등분배로 관세가 낮아진다”며 “연간 2.5%씩 낮아져 5년 후면 0%, 즉 무관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산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10년이 지나야 관세가 사라진다. 이미 중국산 아크릴의 가격 공세로 국내 제조사들이 휘청할 때쯤 수출관세가 낮아져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시장의 규모상 대량으로 교역을 요구하는 중국 시장에 국내 제조업체들의 생산 규모로 수출을 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한 아크릴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기존 대비 2.5% 관세가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정도 수치는 아직까지 피부에 와닿는 수준이 아니지만 2년 정도 지나고 나면 관세 인하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저 가공기기의 수입 관세도 5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레이저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레이저는 수입할 때 증치세 명목으로 세금 환급을 받는 부분이 있어 이미 세금 환급폭 만큼의 가격 인하가 있었는데, 관세까지 사라지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에 대한 기대감은 가지기조차 어렵다. 한중 FTA가 농·수산물은 보호했지만, 제조업과 그와 관련된 소재 및 부품 업체들에게는 ‘텅빈 선물상자’만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가격·물량 공세에 맞대응하는 전략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특수한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승희· 이석민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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