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물 제조업체에 레이저 커팅기가 도입되면 이슈가 되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레이저 가공은 레이저 전문업체에 외주 처리하던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레이저 가공은 사인업계가 필요한 일부분이었지만, 실사출력 만큼 근간이 되는 장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1990년도에서 2000년도를 넘어오던 즈음, 아크릴이나 MDF 등 각종 판류형 소재의 커팅을 겨냥해 사인업체들은 레이저 커팅기의 도입을 막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입체사인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레이저 가공의 수요가 많아지고 사인업체들은 레이저 커팅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입체사인의 개화기였던 만큼 시제품을 만들 일도 늘어났고, 제품의 응용 개발을 위해서도 장비가 필요했던 것. 따라서 업계 가운데 중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레이저 커팅기의 도입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레이저는 외주 가공’이라는 공식은 점차 깨졌다. 그러다 2010년대를 전후로 중국산 레이저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사인업계에도 레이저 커팅기가 대중적인 장비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중국산 레이저의 유입으로 고가로 인식돼오던 레이저 커팅기의 가격이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실사출력 장비 만큼 필수장비로 급부상한 레이저 커팅기. 관련 장비가 사인업계에 대중화된 지금, 또다른 변화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때 사후관리의 문제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중국산 레이저의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는가 하면, 파이버 레이저나 레이저 용접기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그만큼 레이저 장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대목.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레이저 시장의 현황과 트렌드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호에는 연재의 시작으로 세가지 키워드를 통해 레이저 커팅기 시장 현황을 알아본다.
[키워드1-중국산]
중국산 보급 확대, 레이저 대중화 견인차
장비 품질 안정화로 부정적 이미지 회복
국내 레이저커팅기 제조·유통 시장은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이다. 레이저 커팅기를 보급, 유통하는 회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광고자재유통업체에서부터 실사출력장비 판매업체, 심지어 간판을 제작하는 업체까지도 레이저 커팅기를 판매한다. 이런 현상은 ‘중국산 레이저’의 대거 국내 유입에 따른 것이다. 중국산 레이저 커팅기의 수입, 공급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산 레이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 과거 수입을 담당했던 일부 벤더사들의 장비에서 잦은 고장이 발생했고, 또 이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부 벤더사들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을 앞세워 장비를 판매한 결과, 고장이 발생했을 때 발빠르게 A/S 처리를 하지 못한 것. 레이저를 유통,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 판매한 장비에 문제가 발생해 A/S를 나갔는데 해결이 안되어 중국 현지 업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지 업체에서 인력이 투입되는 데만 보름이 걸렸고 해당업체는 장비를 한 달 넘게 운용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그때 거래처로부터 비난도 받았지만 A/S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에 레이저를 판매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소비자 사후관리 대응을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중국산 레이저 A/S 문제를 겪어본 공급사들이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사후관리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중국산 레이저 커팅기에 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됐고 사인업계의 레이저 대중화에 한몫했다. 하지만 일부 수입 유통사들은 여전히 A/S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기도 하다. 한 간판 제작업체 관계자는 “예전에 중국산 장비 들여놓았다가 애를 먹은 적이 있어, 그 뒤에는 국산 장비를 구입했다”며 “그렇게 경험을 해보니 국산, 중국산을 떠나서 구매한 장비의 사양에 맞게 장비를 운용하는게 맞는 것 같다. 예를들어 국내에 많이 보급돼 있는 150W 레이저로는 아크릴만 가공한다든가, 가공 가능 소재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사용해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렇게 최근까지도 중국산 장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각에 자리잡고 있지만, 해당 장비들의 수요는 예상외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 가공업체처럼 다양한 소재를 가공하고 응용하기보다 아크릴 등 한정적인 소재를 가공하는 정도로만 사용하려고 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이들 업체 대부분은 중소형 사인업체들인 만큼 장비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격을 최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한 채널업체 관계자는 “주로 얇은 소재 위주로 가공을 하고 있고, 스카시 정도만 가공하려는 업체도 많아 성능이 우수한 고급 장비의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 굳이 고출력, 고사양의 장비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임가공을 자체 소화하기 위해서 장비 도입을 검토하는 경우가 대다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일부 국산 장비업체들도 가격을 낮춰 시장을 공략, 장비의 평균시장가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내 사인업계 종사자들의 소비성향을 감안해 수입 업체들은 레이저 커팅기에 1,000~3,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레이저의 사양은 대동소이한 편이며, 대다수가 100~150W 급의 글라스튜브 타입 레이저를 수입해 국내 업체에 공급중이다. 이와 함께 중국산 레이저 기술이 예전보다 많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한 조각기 회사 관계자는 “중국산 레이저 기술 수준이 많이 개선됐다. 중국의 한 지역에만 해도 수 백 군데의 레이저 업체가 있고 그런 가운데서 경쟁하다보니 과거보다 장비의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키워드2-파이버레이저]
박판 금속 소재 가공 대안으로 급부상
가공결과물 ‘깨끗’하고 소모품 비용 ‘적고’
국내 사인의 입체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아크릴 등 플라스틱 판재의 가공 뿐 아니라 금속 소재의 가공에 대한 요구도 생겨나고 있다. 파이버레이저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서스(SUS), 알루미늄 같은 소재 가공에 대한 사인업계의 목마름을 해갈해줄 수 있는 대안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버레이저(Fiber laser)는 광학섬유를 발진기로 이용한 레이저를 말한다.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CO2 레이저와 근본적으로 발진기가 다른 레이저 장비로, 가공 소재가 달라진다. 물론 일부 철판 소재들은 고출력 CO2 레이저와 가공 소재에 있어 공통 분모를 갖기도 하지만, 이 두가지 레이저 방식은 아크릴 및 알루미늄의 가공 유무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CO2 레이저로 아크릴 가공이 가능하지만, 파이버 레이저로는 아크릴을 가공할 수 없다. 또한 CO2 레이저는 빛의 파장이 알루미늄을 반사하기 때문에 가공이 어렵지만, 파이버 레이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알루미늄의 가공이 가능하다. 즉 업계에서 보편화된 150~200W CO2 레이저 커팅기는 아크릴 가공에 적합하고, 파이버 레이저는 금속 박판 가공에 최적화돼 있다. 한 채널 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티타늄 등 금속 소재를 응용한 사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파이버 레이저의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며 “기존의 레이저는 아크릴 가공으로, 파이버레이저는 금속 박판 소재 위주로 작업이 이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내·외 간판이나 디스플레이 및 POP물 제작에 있어 가공해야 하는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내 인테리어 영역 등 보다 다양한 업역으로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만큼 파이버레이저의 활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사인업계에서는 원래 금속 소재의 커팅작업을 위해 플라즈마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플라즈마 가공은 절단면이 깔끔하지 않기 때문에 연마작업을 거쳐야 하는 등 후가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파이버레이저의 경우 가공 결과가 깔끔하게 나오기 때문에 후가공 처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그동안 산업용 레이저로 사용돼온 고정밀 레이저로 분류되며, 소모품이 없는 구조로 설계 되었기 때문에 부대 비용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레이저 전문가들은 전한다. 한 레이저 제조사 관계자는 “장기간 사용해도 소모품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도 높아 기존 대비 전기료의 절감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에 높아지고 있는 파이버레이저에 대한 관심은 중국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레이저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산 파이버 발진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형성되고 있으며, 품질의 안정화도 이뤄지고 있어 일부 공급사들은 파이버레이저를 새로운 전략 장비로 들고 나오고 있다”며 “철판 가공(임가공) 분야서도 얇은 소재에 대한 가공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1kw 미만의 파이버레이저를 얇은 판재 전용 가공기, 즉 세컨(second) 장비로 추가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1억~2억 정도의 가격대로 형성됐었으나 최근에는 1억 미만의 장비들도 나오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인 분야서 도입 초기인 만큼 이 분야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금속 소재 가공에 대한 대응력이 증명돼야 공급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키워드3-레이저용접기]
자국 남지않아 후공정 필요없는 ‘메리트’
비전문가도 쉽게 ‘다뤄’… 인건비 절감 ‘유리’
국내 레이저 커팅기 시장을 관통하는 세 번째 키워드는 ‘레이저 용접기’다. 레이저 용접기는 기존에 전문 용접 기술자들이 하던 용접을 대체할 수 있다. 국내 업계에는 2012년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성능이나 경제성 등이 검증되면서 보급이 빨리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먼저 성능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레이저용접기는 기존 수작업으로 하던 용접에 비해 사용이 매우 용이하다. 사실 용접의 경우 기술자가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전문화된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레이저용접기는 그간 전문 기술자들이 해오던 영역을 장비가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사용법이 간단하다는 게 큰 특징이다. 한 제작업계 관계자는 “주부 등 여성이 해도 될 정도로 사용 방법이 간단하다”며 “채널벤더도 여성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듯이 레이저용접기가 그동안 전문 기술자가 해오던 영역을 비전문가의 영입으로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용접기의 이 같은 특성은 어쩌면 국내 제작업계가 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반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불황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제작업계의 화두는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라며 “레이저용접기를 도입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전문가의 채용으로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절감과 함께 손꼽히는 레이저용접기의 또 다른 장점은 가공결과물이 깔끔하다는 것이다. 기존 용접의 경우 작업 후 용접자국이 남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레이저용접기로 용접을 하게 되면 용접자국이 남지 않아 마치 용접을 하지 않은 것 같은 효과가 있다. 기존에는 고급사인을 연출하기 위해 용접 후 그라인딩, 샌딩, 도장 처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후공정을 거쳐야 했지만, 장비로 가공하면 이같은 후가공 공정없이 소재가 지니는 본연의 느낌 만으로 연출도 가능한 것. 때문에 밀러나 볼드 형식 등 샌딩 처리가 어려운 소재들의 경우 레이저용접기로 가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후가공을 없이 레이저용접기를 활용할 경우 기존 아르곤 용접과 비교했을 때 비용, 시간, 인력 등을 40% 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업계의 평가다. 아울러 작업 후 변형과 수축이 적고, 용접속도가 빠르며 좁고 깊은 접합도 용접 처리가 가능하다는 다양한 장점이 어필되고 있다. 또한 도입 초기에 비해 가격도 낮아졌다. 초창기 6,000~ 7,000만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어 업계가 선뜻 도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2,000만원 대까지 떨어지면서 메리트가 더 커진 것. 특히 업계 가운데 용접처리가 필수인 채널제작업체들을 중심으로 장비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 채널업체 관계자는 “생산성, 인건비 절감, 가공결과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해 투자 대비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인시장에 소개되고 있는 레이저용접기의 출력은 보통 200~220W, 400W 등 다양하다. 200~220W는 보통 서스, 스테인리스스틸, 갤브 등의 소재를 용접할 수 있고, 400W의 경우 알루미늄과 같은 비철금속을 용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