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사용량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미수금은 거꾸로 증가 지자체는 제작업체까지 불법광고물 책임 물어 업계 압박
옥외광고물 제작 및 유통 업계의 하반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들려오는 업계 이야기의 대부분은 암울하거나 업계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다. 9월에 들자마자 옥외광고물 제작‧유통 업계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을 주름잡던 대형 종합광고자재 유통업체 A사가 부도를 맞았다는 소식이 업계를 강타했다. 업계에 따르면 A사는 만기가 도래한 일부 어음을 막지 못해 8월 31일자로 당좌거래 정지를 맞았고, 18년에 걸친 유통 전문회사로서의 운명이 막을 내렸다. 이 와중에 업계에는 또 다른 광고자재 유통업체의 세무조사설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국내 최대 광고자재 유통업체의 세무조사설이 업계를 뒤흔들어 놓은데 이어 올해는 경상도 지역을 주름잡고 있는 B사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 B사의 내부 소식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통상적인 세무조사는 아닌 듯해서 회사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업체의 세무조사 결과 및 당국의 조치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대해 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자재 유통시장은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 소비자인 제작사들이 이리 저리 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 특정 업체의 부도나 경영상황 급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이 자재를 공급하는 제조사에 담보로 근저당 설정돼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한 업체의 부침이 업계 전체에 큰 파장이 초래될 수도 있다.
▲잉크 주문량 급감… 장기 불황의 시작?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소재 공급업체인 C사의 대표는 “최근들어 부산과 울산, 통영 등 경남 지방에서 나오는 잉크 주문량이 작년 동기 대비 40% 가량 감소했다”라며 “앞으로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과 호남 지역은 아직까지 크게 감소하는 걸 못 느끼고 있지만 경남 지역의 발주량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어 다른 지역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실사장비 및 잉크 공급사인 D사의 관계자도 이같은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잉크 양은 결국 출력물 제작 일감의 양과 비례하는 것인데, 잉크 주문량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라며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불법 현수막 규제가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실사장비 공급사인 E사의 관계자는 “인천의 게릴라 현수막 업체 중 한 곳과 거래가 있어 매월 1회 정도 방문하는데, 하루 3,000장씩 현수막을 찍다가 최근 1,000장대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다른 해석도 있다. 잉크 주문량이 감소한 것이 사실일지 모르나 이는 계절적 영향 때문일 수 있다는 것. 7월과 8월은 휴가시즌인데다 9월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면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반론이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잉크량이 크게 줄었다는 비교는 올해 초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계절적 요인이라며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팔걷는 지자체, 불법 옥외광고물 책임 제작업체까지 확대 부산시는 9월 1일부터 새로 설치되거나 교체되는 불법 간판의 경우 해당 점포주와 광고주는 물론이고 이를 제작한 업체도 추적해 행정처분(계고 2회, 이행강제금 부과)을 하기로 했다. 불법 간판을 새로 설치하다 3회 이상 적발된 옥외광고 제작사는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하고, 1년에 2회 이상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엔 아예 등록을 취소할 방침이다. 불법 간판을 제작한 업체는 지자체는 물론이고 산하기관, 공공단체 등을 포함한 관급사업 등에 일체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서울시 중랑구도 지난 6월 지역 내 광고물 등록업체 104개 업소에 대해 ‘옥외광고업소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불법 광고물 제작으로 적발된 업소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 및 등록취소, 영업정지, 직권폐업 등의 행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지자체의 잇따른 제작업체 책임 확대 조치에 대해 업계의 우려와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광고물 제작업체 대표는 “국가 경제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광고물 제작업자들도 함께 힘든 상황인데, 지자체는 계속해서 숨통 조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불법 광고물 근절은 좋은 취지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소비자인 광고주나 점포주의 인식 개선 및 도시의 분위기를 바꾸고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제작업체 관계자도 “매질만 한다고 불량 청소년이 선도되지 않듯이,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서서히 연착륙 시켜야 한다”면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도 충분히 합법적으로 광고를 부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