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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16:35

사인 관련 특허 ‘빛 좋은 개살구’?

  • 이승희 | 349호 | 2016-10-07 | 조회수 2,533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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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3D프린터 업체들이 독자적인 기술로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불과 3~4년 전부터다. 3D 프린터 제조 원천기술이 특허로 철벽방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허를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은 10년. 제조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던 미국 등 선진국의 3D 프린터 특허가 풀리면서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3D 프린터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선구업체들은 관련 제품을 특허로 보호받고 있던 지난 10년간 관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매진하며 더욱 앞선 기술로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3D 프린터는 특허가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나 업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최근의 예다. 즉, 특허는 독자적으로 고안하고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장치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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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제품 무단 도용 등 침해 사례 잇따라
연구·개발에 공들여봐야 ‘무용지물’


그간 업계는 특허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해 관련 제품을 개발하면 특허로 등록해놓는 것을 등한시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게 특허 맞아?’라고 느껴질 정도의 일반적인 제품이나 기술에까지 특허를 출원하는 과잉 특허 양상까지 나타날 정도로 특허에 열을 올린 업계다. 독자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보호하고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든, 방어를 하기 위해서든 간에 사인 관련 특허 출원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개발 노력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작은 채널사인이나 면발광 사인, 프레임이나 관련 소재는 물론 부자재에 이르기까지 사인 관련 특허도 다양하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특허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요근래 특허를 둘러싼 업계의 개발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 특허로 등록돼 있는 아크릴 면발광 제품들의 유사 제품 설치가 급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백화점 한번 둘러봐도 특허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백화점 실내사인이 아크릴 면발광으로 싹 다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크릴 면발광은 결합구조 및 표현방식에 따라 몇가지 제품군이 있는데, 이들 제품군에 대해 몇몇 업체가 특허를 등록해 놓았다. 때문에 이들 제품이 한창 개발되어 나왔을 때는 기술을 알더라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제작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해 유사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작업체들도 늘어났고, 대기업들도 특허를 무시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아크릴 면발광에 대한 특허 기사가 언론에 나온 적도 있어서 알만한 기업 담당자들은 그런 제품에 특허가 걸려 있는지 알 것”이라며 “몰라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도 쓰는 경우가 많아 특허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경쟁업체들은 기술을 도용하고, 기업들은 모른척하고 사용하는 경우는 너무나 빈번해 업계나 기업이나 모두 모럴해저드가 팽배해진 상태다.

#2. 얼마전 아예 기업이 나서서 특허가 등록된 간판 제품을 대놓고 도용하겠다고 나선 사례까지 나와 해당 특허를 보유한 업체를 당혹감에 빠뜨린 사건도 있었다. 대기업 N사는 약 4~5년간 자사 대리점의 간판으로 제작업체 P사의 특허 제품을 스펙으로 지정해 사용해왔다. N사는 해당 제품에 별도의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N사의 협력사로 일하는 다른 제작업체들이 간판을 신규 설치시 P사로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해서 설치하도록 독점적 판매권한을 부여했다. 해당 제품이 특허 제품인 만큼 아무나 만들어서 사용하라고 할 수 없어 당연한 처사이기도 했지만, N사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에 제작을 맡김으로서 해당 간판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했다. 이는 간판 관련 특허 제품을 스펙으로 지정했던 이례적인 사례로, 제작업체의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을 대기업이 인정하고 보호해줬다는 측면에서 업계에 좋은 선례로 회자되기도 했다. 또한 좋은 제품을 개발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변 제작업계의 개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N사의 일부 협력사들이 최근 P사에 독점적 판매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오면서 N사는 자구책을 고심했다. 하지만 N사가 내린 결론은 제품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P사 입장에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N사가 P사의 제품을 카피해 특허 출원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해서 다른 협력사들이 그 제품을 직접 만들어 설치하게 되면 특허 침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마진이 많이 떨어진 작금의 상황에서 협력사들이 특정 업체의 제품을 사서 사용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같은 N사의 결론은 명백히 대기업이 소기업의 특허를 대놓고 침해하고자 했던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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