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 판매 대리사들, 공문 발송·방문 등으로 영업행위 서체·디자인 패키지 프로그램 사라며 ‘강매성’ 영업 이어가
법무법인을 판매 대리로 앞세워 패키지로 서체를 판매하려고 하는 특정 서체 판매업자들의 영업 행위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같은 행위는 2000년대 초반 저작권법이 강화되던 즈음, 현수막, 인쇄 간판 등 여러 업종을 대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데, 최근 다시 업계를 대상으로 강매성 영업을 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Y나 A와 같은 특정업체 개발 서체들은 사실상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폰트 파일’이라는 저작물로서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저작권법을 침해했다’고 경고했을 때 일반 대중이 알아듣기 쉬우면서 동시에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 일부 판매 영업업체나 법무법인들은 여전히 저작권법을 들먹여 강매 성격의 영업 행위를 하기도 한다. 얼마전 경기도에 있는 현수막 제작업체 T사는 법무법인 K사로부터 채증자료가 포함된 공문을 받았다. ‘서체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침해 관련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에는 ‘저작권자의 요청에 의해 불법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사안에 대하여 그 중단을 촉구하고 정품 사용을 계도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채증자료를 첨부했다. 채증자료는 T사의 홈페이지에 올라가있는 현수막 설치 사진이 캡처·인쇄돼 있으며, 사진 속 현수막이 라이센스를 등록한 서체를 사용해 만든 것이 맞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는 글이 함께 게재돼 있었다. 저작권의 침해를 이유로 이같은 공문을 받아본 T사 대표는 덜컥 겁이나 해당 법무법인에 연락을 했더니 ‘Y서체를 쓴 것 맞냐, 시리얼 번호를 대라’라는 등 법적단속권을 가진 양 던지는 질문 공세에 이어진 서체 패키지 프로그램 강매 요구에 응해 울며 겨자먹기로 패키지 200만원어치를 사야했다. T사 대표는 “이 회사를 거쳐간 여러사람이 사용하던 디자인 프로그램이라 그 중 어떤 서체가 무료이고 유료인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다른 서체까지 같이 사야하는 것처럼 말해 겁이나 한꺼번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T사의 경우처럼 서체를 개발한 디자인회사나 그 회사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법무법인들이 서체 사용과 관련해 저작권 침해 사실 여부를 묻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현수막이나 로고, 간판 디자인 회사들이 매우 영세해 라이센스를 등록하지 않은 불법 복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무지이든, 고의이든 간에 업계의 대다수가 정품 서체 프로그램을 구비해 영업하는 경우는 사실상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우리 업계를 상대로 한 이같은 강매성 영업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한 간판회사 디자이너 서체와 디자인 프로그램까지 전부 구매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영세한 규모로 일을 하고 있는 곳이 많은 간판 업계에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프로그램을 사야한다면 그냥 사업을 접는 게 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서체 판매업자들이 불시에 업체에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시 징역이나 벌금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들고 방문해 PC 공개를 요구하면 단속권한을 가진 듯한 인상이 강하다”며 “그래서 PC, 서체 다 보여줬다가 결국은 수백 만원 어치 서체 프로그램을 샀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인터넷상에 ‘무료’, ‘비상용’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도는 서체 파일을 설치해 사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해당 서체들은 무료나 비상용이라는 문구가 있어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불법 복제 사용을 유도하는 ‘낚기용’인 경우가 많다. 서체의 판매대리 행위를 하는 일부 업체들은 이런 식으로 ‘무료’를 가장한 미끼를 던지고 그것을 사용한 흔적들을 인터넷을 통해 추적해 찾아와 정품 사용을 요구한다. 과거에도 소비자를 가장해 현수막 및 간판 등의 디자인을 의뢰하고 해당 디자인에 적용한 서체를 문제삼아 정품 판매 영업을 해간 사례도 있었다. 실질적인 단속권한도 없고 단지 판매권만 가지고 있는데도, 이를 이용해 강매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의 명의로 공문을 받았지만, 확인해보면 법무법인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 판매 대리 업체들은 법무법인의 명의로 관련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는 것. 그래서 그런 공문을 받았다하더라도 업체명은 물론 법무법인인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그런 업체들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Y, A, S 등 많은 서체들을 한꺼번에 판매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불법 복제 서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컴퓨터정보보호법에 따라 정품 서체를 사서 등록하고 사용하는 것이 적법한 행위이다. 문제는 흡사 ‘보이스피싱’을 연상케하는 서체 판매업자들의 얄팍한 상술이 도를 넘어, 실제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서체까지도 한꺼번에 구매해야 하는 등 서체 업체들에 업계가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체 업체들에게는 단속의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간판이나 현수막 등 다양한 서체들을 이용해 만들어진 저작물 자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판이나 디자인회사를 이용한 소비자들까지 법적인 처벌 범위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해 영리 행위를 하는 디자인이나 제작업계까지만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서체 판매업체들로부터 공문을 받거나 불시 방문에 당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을 해야한다. 채증을 거론하며 ‘특정 서체 사용 여부’를 두고 질문 공세를 이어가도 성실히 대답할 의무도 없으며, 불시 방문에 PC를 보여줄 필요도 없다. 서체 판매업체들의 강매성 영업 행위가 아니라 실제로 법적인 문제까지 비화됐을 때 성실히 대응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전에 정품을 구입해 놓고 관련 프로그램들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면 좋은데, 요즘에는 소비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한꺼번에 구매하지 않고 월단위 결제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서체 회사에 알아보고 상황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