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무심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한 눈에 들어와 반가운 마음에 채널을 고정했다. 그 네온사인에 시선을 빼앗겼던 이유는 네온이 설치된 곳이 상업 매장이 아닌 여느 가정집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집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중인 박나래의 집. 박나래는 ‘Narae Bar(나래바)’라는 문구의 네온사인을 설치해 평범한 자취방을 분위기있는 모던 바(Bar)로 탈바꿈시켰다. 지상파를 타고 나온 네온사인은 금새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인터넷 검색창이나 유튜브 등에 ‘네온사인’이나 ‘네온사인 만드는 법’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삽시간에 늘었다. 네온사인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 노래방이나 주점을 떠올린다면 구세대다. 개그우먼 박나래처럼 집안의 인테리어를 네온사인으로 꾸미는 풍속이 젋은이들 사이에서 늘고 있다. 젊은이들은 네온사인에서 더 이상 크고 현란한 노래방이나 주점을 떠올리지 않는다. 분위기 있고 트렌디한 이미지가 네온사인을 대변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네온사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곧 네온사인이 실외가 아닌 실내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사실 가정집보다 네온사인을 더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상업용 매장이다. 네온이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으면서 매장 내부에 네온사인을 설치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그간 바닥을 쳤던 네온사인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외 간판용으로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특히 실내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 DID 패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표출되는 동영상 광고, LED를 넣어 만든 입체형사인 등 관련 기술의 진보와 함께 광고산업이 현대화의 가속 폐달을 밟고 있는 찰나, 이에 질세라 사회 전반에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옛 것’을 찾는 복고의 열풍이 부활하면서다. 복고열풍을 타고 네온사인의 가치와 매력이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옥외에서 네온사인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일변도의 정책에 네온사인 제조업은 하향길을 걸었다. 서울에만 450군데가 넘던 네온업체가 현재 20여개로 줄었다는 것은 암울했던 그간의 시장 상황을 대변해준다. 규제일변도의 정책으로 네온업체의 명맥을 유지해오던 업체들은 사업을 접고 채널사인 제작으로 사업을 전환했고 네온 기술자들은 채널 기술자로 변신했다. 30년 가까이 네온 만드는 것을 평생 업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던 한 네온업체 사장님은 스스로는 네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네온 제작 기구들을 아내가 대신해서 몰래 버리고 다음날 바로 사업체를 채널업체로 바꿨다는 일화도 있다.
서울 연남동에 자리잡고 있는 은성네온 역시 급감하는 매출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해 3년전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규제 때문에 일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정말 사업을 그만두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은성네온의 이강구 대표는 이렇게 운을 뗐다. 하지만 폐업의 갈림길 앞에서 갑자기 ‘네온의 역습’이 시작됐다. “갑자기 주문량이 늘어나고 매출이 뛰기 시작했어요”라며 그때의 상황을 생생히 전하는 이강구 대표. 그렇게 은성네온은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네온만들기에 열중했다. 폭주하는 주문량 때문에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은 밤이 깊어야 겨우 끝날 정도다. 예전에 만들었던 네온사인은 주로 크고 현란한 것들이었는데 지금은 아트네온이 대다수. 일단 크기가 작고 다양한 이미지나 서체를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연습도 필요했지만 이제는 아트네온을 찾아 은성네온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아트네온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인테리어 소품이나 간판, 쇼윈도 등의 용도로 찾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방송국이나 작가의 전시회, 가정에서도 네온사인을 주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호재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공급이 줄어들어 오는 반사이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네온사인이 과거 어두운 뒷골목을 떠나 예술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그 네온과 예술의 만남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역할이 더 크다. 이유야 어찌됐든 실내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네온사인의 역습이 반갑기만 하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취재 협조 및 자료제공=은성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