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물 설치 허가와 관련한 지자체들의 초법적 행정권 남발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도를 넘어선 행정권의 남용으로 업계의 빈축을 샀던 서울시 K구가 옥외광고 업계에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에 불복, 국내 거대 로펌을 앞세워 거액의 항소를 진행중이라는 소식에 업계에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미 폐지된 고시와 자치구 정책 등을 이유로 합법적인 옥상 전광판 이전 설치를 불허하며 물의를 빚어온 서울시 K구와 전광판 운영업체 B사간에 벌어진 행정소송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2009년 K구에서 합법적인 옥상전광판을 운영해오던 B사는 광고물이 설치된 건물이 재건축되면서 K구에 광고물 이전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K구는 ‘옥상 광고의 신규 설치 금지’ 내용이 포함된 이미 폐지된 고시를 근거로 허가를 반려했다. 이에 B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도 불구하고, K구가 계속 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업을 하지 못해 금전적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억울한 B사는 지난해 다시 K구를 상대로 행정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섰고, 행정법원은 B사에 손을 들어주며 K구에게 ‘B사에 19억여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K구가 최근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한 것. 특히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인 ‘J사’를 법무대리로 앞세우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어 업계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구 때문에 B사가 8년 동안 본 손해가 얼마인데, J사까지 영입하면서 나선다는 것은 B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 조금도 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것 아니냐”며 “초법적 행정권 남용으로 업계에 손해를 끼친 것도 모자라 불합리한 소송까지 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법을 넘어서는 지차제의 자의적 해석과 그로 인한 혼란과 피해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6년전 옥외광고 업체인 C사는 서울시 S구에 옥상광고 설치 허가를 신청했다. 상업지구이면서 옥상광고 신규 설치를 금지하는 고시도 없었던 상황. C사는 관련된 모든 법을 검토하고 전혀 문제가 없어 건물주와 계약까지 마쳤다. 이후 S구에 옥상광고 신규 설치 허가를 신청했는데, 법적인 근거도 없는 정책상의 이유로 이를 반려당했다. 사업을 앞두고 건물주에게 미리 치러야 했던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고스란히 공중에 날려야 했다. C사 관계자는 “K구와 S구는 당시 초법적인 행정권을 과도하게 남발해 걸려있는 소송도 한, 두건이 아니다”며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광고자유표시구역을 추진하며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같은 일은 비단 옥상광고와 같은 대형 광고물 뿐 아니라 건물에 적용되는 간판을 둘러싸고도 빚어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는 종합 홈 인테리어 기업 한샘이 운영중인 플래그십스토어(대구 범어네거리 두산위브더제니스에 입점)의 간판과 관련, ‘설치 위치가 건물 외벽이 아닌 구조물 상단’이라는 이유로 설치 허가를 반려했다. 이후 해당 간판을 불법 광고물로 간주해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 이에 한샘은 구청을 상대로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했고, 얼마전 대구지법 제1행정부(손현찬 부장판사)는 “간판을 부착한 구조물은 건물과 일체로 연결한 모서리 일부로 구조나 형태로 보면 건물 벽면 연장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해당 구조물이 건물 벽면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피고가 원고의 간판 설치 허가신청을 반려한 처분은 위법이며 피고는 이행강제금 500만원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지자체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아예 법을 무시해버리는 과도한 행정권의 남발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업계와 광고주의 몫으로 남고 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졸속적으로 제·개정을 반복하며 만들어지고 있는 ‘누더기식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이 근본적으로 고쳐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다시금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