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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4 13:57

을지로 일대 가공업계 ‘진퇴양난

  • 이승희 | 361호 | 2017-04-14 | 조회수 2,161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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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재개발 임박해 이주 고민
레이저 등 관련 장비 대중화로 수요 급감

옥외광고업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던 을지로 일대의 가공업계가 비상이다. 재개발로 인해 그동안 자리잡아온 터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요급감’이라는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을지로 일대의 재개발은 벌써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가운데 최근 을지로 1, 2가 등이 정비된데 이어 을지로 3가 일대도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됐다. 십수년째 이 일대에서 터를 잡아온 아크릴 가공업체 A사 대표는 “을지로가 재개발되는 것은 오래전부터 진행돼왔고 또 (미개발지의 경우) 예정돼 온 일이지만, 이제는 우리 업체에도 코 앞에 닥친 일이 됐다”고 전했다.
A사와 같은 아크릴 가공업체, 조명업체, 레이저·CNC가공업체 등 을지로 일대는 옥외광고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가공업체들이 즐비해있는 가공산업의 메카였다. ‘이 곳에 가면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광고, 인테리어, 건축 관련한 모든 원천이 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공구, 조명, 목재, 타일도기, 페인트, 철물, 벽지 등 온갖 기계공구와 인테리어 자재상도 있다. 이렇게 관련된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있었기에 그동안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일감이 넘쳐났던 곳이었다. 때문에 이 일대 아크릴 가공 및 레이저 업체들은 많게는 수십년, 적어도 십수년의 명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저러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오랫동안 을지로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이들 업체가 직면한 것은 비단 재개발과 그로 인한 이주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수요급감’이다. 바로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아크릴 가공업체 N사 관계자는 “요즘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어 레이저 장비가 올스톱 돼있는 상태”라며 “그동안 쉼 없이 일하던 장비가 놀고 있는 상황이 닥쳐 매우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N사에 닥친 이같은 상황은 이 일대 아크릴 가공업체는 물론, 레이저·CNC가공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상황이다. 한 레이저 가공업체 관계자는 “요즘 일감이 하나도 없다”며 “어떻게 해도 매출 감소를 반전시킬 수가 없어 오랫동안 가족처럼 일하던 직원들을 퇴사시켰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 일대 가공업체들의 일감이 줄어든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최근들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바로 ‘레이저 커팅기의 대중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레이저 커팅기가 1,000~2,000만원이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저가의 제품이 나오면서 많은 광고업체들이 장비를 도입했다”며 “예전에는 외주 가공으로 맡겼던 물량들을 자체 소화하면서 일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외형을 늘리기도 했다. 줄어든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서 토털서비스가 되는 원스톱 가공서비스를 하거나 대량양산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어 급발주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을지로에 닥친 재개발 때문에 이미 수년전 이사를 감행한 업체들이 이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고양시의 한 아크릴 업체 대표는 “장비 한, 두 대로 할수 없던 일까지 맡아야 수요가 늘어나니까 을지로에서 이쪽으로 이사하면서 장비를 추가로 도입했다”며 “서울 한복판에 많은 장비를 놓고 사업을 하기가 어려우니까 고양시로 사업장을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아크릴 및 레이저 가공업체들은 을지로가 도심 한복판인데다 광고주와의 접근성이 좋아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에 있기를 고집해왔다. 그러나 을지로 인근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의 투자나 지원이 어려워졌고, 수요도 가파르게 줄어들게 되면서 도심 한복판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것.
장비의 추가 도입을 위해 아예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넓은 부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경기도 외곽으로 둥지를 트는 업체들이 적잖다. 하지만 이마저도 투자여력이 있는 업체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투자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아예 사업을 접었거나 사업의 중단 및 전업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레이저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산 레이저의 다량 유입이 결국 국내 시장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하청을 받아 일을 했던 가공업체들의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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