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부터 올들어 지금까지 쭉 간판 제작업계의 최대 수요처인 대기업들의 간판 교체 물량이 거의 없어서 해당 시장에서의 기업의 파생 수요는 바닥을 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예산 투입으로 이뤄지는 간판정비사업의 경우 사업 한번 하면 한꺼번에 다량의 물량이 쏟아지기는 하지만 사업에 들어가는 간판의 단가가 워낙 급락한 상태인데다 일부 업체들이 독점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일이 번복되면서 간판 시장 전체에는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과거 간판의 최대 수요처였던 대기업의 간판 물량은 줄어들고 간판정비사업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등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수년전 만해도 대기업 한군데가 간판을 교체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제작업계 전체가 들썩거렸었다. 예를들어 1,000여군데의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의 간판 교체 물량이 나오면, 원청에서 하청업체, 자재상에 이르기까지 수백군데의 업체에 수익이 배분됐기 때문이다. 간판정비사업도 한때는 제작업계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도시가 일괄적으로 100억원대의 사업을 벌일만큼 동시다발적, 대규모 사업을 전개하는가 하면, 사업 초반에 투입됐던 LED 채널간판은 한 점포당 500만원의 간판 제작비가 투입될 정도로 고가의 간판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금의 시장은 과거 제작업계 전체를 들썩이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대규모 다량의 간판 수요가 터져 나오지 않는다. 기업이나 간판정비사업이 간판 업계에 수혜를 가져다 준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상황이 이렇게되다보니 해당 사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제작업계의 움직임도 한풀 꺽이고 있다. 우선 때마다 제작업계에 ‘가뭄의 단비’를 뿌려주던 기업 간판의 수요가 급감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수백, 수천 군데에 이르는 많은 대리점을 거점으로 유통업을 전개하던 기업의 유통구조가 변하고 있는 것이 그 주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통점포를 많이 확보했던 통신사의 경우 독립 점포로 전환되는 추세이며, ‘기업 간판의 꽃’이라 불리던 은행의 경우 갈수록 지점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는 구조를 면치 못하면서 간판이나 인테리어 등에 들이던 비용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들도 많이 줄었다. 이같은 사업환경의 변화로 과거에 기업 간판의 최대 수요처는 이제 더 이상 최대 수요처가 아닌 곳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간판 제작업계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호재를 맞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거 많은 물량을 안겨줬던 기업이나 간판정비사업 대신 다른 곳에서 수요가 나와 기존 수요의 급감을 상쇄한다는 것. 대표적인 업태는 대형 쇼핑몰이다. 신세계나 롯데, 현대 등 유통업계가 대형 아울렛이나 복합쇼핑몰들을 줄줄이 오픈한데다 그 여파로 쇼핑 아케이드가 점차 쇼핑몰 설립 및 입점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 쇼핑몰이 한번 오픈하면 수백개의 입점 점포가 생겨나고 그로 인한 수요가 적지 않다. 특히나 대형 복합몰의 경우 단순히 입점 매장들의 개별 간판 뿐 아니라 몰 전체의 동선을 안내, 유도하는 통합 사인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번 오픈으로 인해 파생되는 수요가 어마어마하다. 더불어 거리에 있는 소호들, 즉 개인들이 장사하는 가게의 간판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불황인 만큼 소규모 영세상인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업종 전환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악재가 되레 간판 제작업계에는 호재가 된 셈이다. 그런가하면 아이러니하게도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수요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움직임이 더딜 것 같지만 불황이 짙어질수록 프랜차이즈가 새로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또 만들어지기를 거듭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기존의 대기업이나 간판정비사업의 간판 교체 수요는 사실상 일부 업체들에게만 집중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영업, 프랜차이즈 등의 성업으로 그 수요가 다수의 업체에 고르게 배분되기도 한다. 이같은 사업 환경의 변화와 움직임을 주시하고 새로운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판단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