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일변도’에서 ‘파격적 완화’로 고층 입점 상가 늘어나는 신도심 현실 반영 규제보다 양성화가 불법광고물 방지 ‘해답’
지난해 개정된 옥외광고물등관리진흥법에 따라 지자체 곳곳에서 조례 개정작업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상위법을 웃도는 완화된 조례를 선보여 이목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세종시다. 세종시는 관내 일부 지역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조례 개정을 통해 그동안 간판 규제의 상징장벽으로 여겨져온 4층 이상에 벽면이용 광고물의 설치를 전면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다. 세종시의 이같은 파격적인 완화정책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다.
세종시의 신도심 9개 건물에 대한 간판 층수규제 전면 철폐는 한동안 꾸준히 강화돼온 규제 일변도 옥외광고 정책의 일대 전환을 선도하는 규제 혁파의 대미로 꼽힌다. 그동안 간판사업자는 물론이고 점포주 등도 끊임없이 벽면이용 광고물(종전 가로형간판)을 4층 이상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완화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법 개정때도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고층 건물의 4층 이상에 입점된 상가의 경우 연립간판이나 소형 돌출간판 등으로 만족해야 했다.
■적용 범위= 금번 완화정책이 세종시 전역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국한된 조치다. 심의를 거쳐 4층 이상에도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상업건물은 현재 신도시 내에 있는 총 9곳이다. 도담동·어진동·다정동·나성동·보람동·소담동 등 각 동별 1곳씩이며, 대평동에 3곳이 있다. 이들 건물에 입점하는 상가는 행복청에 개별적으로 옥외광고물을 신고하고 벽면이용 간판을 설치하면 된다. 현재 세종시의 조례 체계는 신도심과 구도심으로 이원화돼 있다. 세종시 내 읍·면 지역을 관리하는 세종시 건설과의 조례와 신도심의 동 지역을 관리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의 조례로 분리돼 있는 것. 즉, 구도심과 신도심의 관리 주체가 다르고 내용도 다른 셈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의 조례가 적용되는 신도심 지역에서만 간판 층수의 규제가 전면적으로 철폐된 셈이다.
■정책적 의미= 세종시 전역이 아닌 신도심에 국한된 조치이지만 건물 4층 이상에 간판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먼저 행정에 현실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최근 건물이 고층화되고 있는 추세이고, 신도심의 경우 특히 그렇기 때문에 건물의 4층 이상에도 많은 상가가 입점된다. 종전대로 할 경우 이들은 간판 없이 영업해야 한다. 때문에 간판 허용 층수의 완화는 간판 사업자는 물론이고 점포주 등 간판 수요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현실을 감안하기보다 도시 경관을 이유로 규제의 강화에 주력해 왔다. 세종시의 행보가 주목되는 첫 번째 이유다. 파격적인 완화 정책이 행정의 중심도시 세종시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보인다. 과거 서울에서 도입하는 정책이 지방으로 남하하던 양상 일변도였던데 반해 이번에 지방에서 도입한 정책이 북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자치에 걸맞게끔 지자체들이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옥외광고물을 관리,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완화 배경= 세종시 관계자는 “간판의 설치를 3층 이하로 제한하다보니 상가들이 창문이용광고물이나 현수막 등 불법광고물을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건물과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미관 개선을 위해 했던 제한이 오히려 미관을 해치는 결과를 불러오는 역효과를 보면서 무조건적 규제보다 양성화를 통해 불법광고물을 줄이고자 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또한 “4층 이상에도 엄연히 상가들이 있고 그들에게도 홍보수단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의 이같은 움직임에 고무된 일부 지자체들은 벽면이용 광고물의 허용 층수 환화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4층 이상에도 간판을 달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 조례를 개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상위 기관이 제시한 표준조례안이 3층 이하인 만큼, 섣불리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전면적으로 허용한 세종시나 5층까지 완화한 지자체들이 일부 있어 방향의 전환을 고려중”이라며 “규제보다 완화에 초점을 두고 조례 개정을 재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의 간판규제 완화 행보가 향후 얼마나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