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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17:57

사인기행-자로잰 듯 반듯반듯한 후쿠오카의 간판

  • 이승희 | 366호 | 2017-07-02 | 조회수 1,842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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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류형 간판으로 크기보다는 수량 제한에 중점
설치 위치 통일해 보다 깔끔한 경관 이미지 UP

일본의 후쿠오카 현에 들릴 일이 있어 습관처럼 카메라를 들고 간판 사진을 찍어댔다. 그런데 막상 카메라 렌즈 속으로 들어오는 간판의 모습은 특색이 없었다. 오사카 도톤부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보다는 재미있는 간판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셔터 소리와 함께 카메라에 담긴 간판의 모습들은 ‘가로로 정렬’, ‘세로로 정렬’ 누군가의 구령에 맞춰 열을 제대로 맞춘 이미지 뿐이었다. 자로 잰 듯 반듯반듯 어쩌면 그렇게 서로 다른 층의 다른 간판들이 붕어빵 찍어낸 듯 똑같은 크기로 설치돼 있을 수 있는지 오히려 그 ‘붕어빵 찍기’ 기술에 입이 딱 벌어졌다. 사실 세로형, 가로형, 거리 전체 등을 중심으로 찍고나니 찍을만한 간판 사진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간판의 수량 자체가 적어 기본적인 형태의 간판들만 찍어놓아도 거리의 간판 문화 예측이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건물의 3층까지는 가로형 간판이 적용돼 있고, 세로형 간판의 경우 필요한 경우 건물 고층까지도 적용돼 있었다. 국내에서 허용되고 있는 소형 돌출 간판 수준의 간판이 아닌 가로형 간판 만큼 길고 커다란 간판들이 동일한 폭으로 세로로 정렬돼 있는 모습이었다. 즉, 하나의 프레임을 사다리 형식으로 구분한 형태로 짜 넣고 각각의 층별 사인을 적용한 것. 하나의 간판 틀 안에 여러개의 세로형 간판을 적용한 연립형이었다. 대형 쇼핑몰에 설치된 현수막마저 자로 잰 듯 똑같은 크기로 바르게 부착된 모습이었다. 요란한 국내의 간판 문화에 익숙했던 필자에게는 오히려 정없이 삭막한 느낌마저 들기도 했지만, 깨끗한 가로경관 이미지 하나만은 감탄할만 했다.

원래 일본의 옥외광고는 옥외광고물법을 지자체들이 준용해 사용해오다가 2004년 경관법이 제정되면서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경관의 요소로서 옥외광고물을 컨트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변화기를 맞이했다. 교토시의 경우 2007년 규제중심의 조례를 만들면서 광고물에 대한 타이트한 관리에 들어갔고, 이어 도야마현, 사가현, 후쿠오카현 등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보다는 유도형의 관리를 선택했다. 지금의 후쿠오카 현 경관의 모습은 자체 가이드라인의 결과물이다. 후쿠오카에 다녀온지 얼마후 서울의 종로에 방문했더니, 불현듯 후쿠오카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종로 역시 2007년 서울시가 만든 ‘옥외광고 가이드라인’의 기준이 적용된 간판정비사업의 대상지로서 자로잰 듯 천편일률적인 간판이 설치된 대표적인 거리 중 하나. 상가 밀집 지역인 종로가 후쿠오카에 비해 간판 수량은 압도적으로 많지만 정비해놓은 이미지는 비슷했다. ‘붕어빵 간판’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예전에 비해 전체적인 거리의 이미는 확실히 깔끔해졌다는 인상이다.

이승희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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