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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4 21:07

“이젠 우리말 간판이 더 트렌디 해요”

  • 신한중 | 367호 | 2017-07-14 | 조회수 3,683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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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세대 즐겨 찾는 명소 일수록 우리말 간판 늘어
따듯하고 재미있는 우리말 간판 건 가게들 ‘SNS 성지’로 부상

온통 외국어로 뒤 덮혔던 거리의 간판들 속에서 순우리말로 이뤄진 간판들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망원동과 성수동, 해방촌과 경리단길, 우사단 마을 등 10~20대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외국어 간판보단 우리말 간판을 내건 곳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학생 신혜은(21)씨는 예쁘고 독특한 한글 간판을 볼 때면 꼭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과 SNS에 공유한다. 그가 최근 올린 사진은 서울 신길동의 작은 커피숍 ‘참 좋은 당신’. 명조체 글씨가 반듯하게 적힌 한글 간판에 반했다면서 그는 “요즘엔 영어로 된 간판보다 우리말 간판이 더 세련되고 예뻐 보인다”며 “좋은 문장이 적힌 간판들을 볼 때면 들어가거나, 가지 않아도 간판의 사진이라도 꼭 찍게 된다”고 말한다. 최근의 젊은이들은 대로(大路)보단 골목에, 뻔한 프랜차이즈보단 조금 불편한 듯해도 낯설고 이채로운 공간에 열광한다. 그러다 보니 거리에서 홍수를 이루고 있는 외국어 간판과는 다른 순우리말 간판의 가게들이 그들에게 되레 개성 있고 세련된 장소로 여겨지게 되는 것. 또 그런 장소들의 모습과 그곳에서의 추억을 SNS를 통해 실어 나르다 보니 순우리말 간판을 내건 가게들이 이른바 ‘SNS 성지’가 되는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안녕 낯선 사람’, ‘와줘서 고마워’ 마치 대화하는 것 같은 이 문장들은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의 간판들이다. 이 두 카페는 다정한 우리말로 적힌 간판 덕에 작은 규모에도 몇 년째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바로 옆동네 홍대에도 ‘우연히 행복해지다’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이름처럼 우연히 작은 행복을 찾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등촌동에서 예술가 7명이 1년 동안만 빈 건물에서 프로젝트 전시를 하기로 하고 내걸었던 간판은 우리말로 적힌 ‘일년만 미슬관’이었다. 미술관 표기를 쓰려면 법적 허가가 필요하다는 말에 점을 하나 빼고 ‘미슬관’으로 슬쩍 바꿨다. 이 언어유희와 한글 간판 때문에 이곳은 1020세대 사이에서 한동안 ‘성지’로 조용한 화제를 모았었다. 대구 중구 한 애완동물 가게 이름은 ‘개 키우는 남자’다. 흰색 간판에 불독 한 마리와 날렵한 글씨가 내려앉은 간판으로 유명해졌다. 망원동 술집 ‘복덕방’은 막걸리 병과 잔, 복덕방이라는 한글을 아기자기하게 모아놓은 간판으로 이름났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대문짝만한 간판 아래 버글거리기 보다는 남들이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은밀한 즐거움을 누리길 원한다. 그래서 간판들도 그에 맞춰 목소리를 낮추게 됐고 속삭임을 담아낸 간판들이 그들의 관심을 얻는다. 치장과 허세보다는 따듯한 한줄의 문장과 이 문장을 담아내는 편안한 노트같은 간판이 지금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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