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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해가는 실사출력 업계, 디지털에만 관심두는 정부
- 이석민 | 370호 | 2017-08-31 | 조회수 2,719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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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만 살찌우는 편파 정책” VS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야”
실사출력 시장 무너지면 실업자 대량 발생 불보듯
실사출력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현수막 시장의 몰락을 시작으로 실사출력시장 전반으로 그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음이 역력히 감지되고 있다. 하나가 쓰러지면 그 여파로 결국 모두가 쓰러지는 도미노 게임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실사출력 업종의 현재화한 위기 상황에서도 디지털 사이니지 육성에만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옥외광고 업계의 원성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디지털 광고물에만 관심있는 정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의 행안부 행보를 보면 디지털 광고물의 육성에 마치 ‘올인’을 하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행안부 산하이면서 그 정체성이 모호한 한국옥외광고센터(이하 ‘센터’)의 최근 행보까지를 더해 살펴보면 정부의 디지털 광고물에 대한 집착과 환상이 전혀 사그라들지 않는 듯해 옥외광고 산업계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센터는 지난 2008년 설립 이후 옥외광고 업계의 최대 산업 인프라인 코사인전시회 때마다 컨퍼런스를 후원해 왔는데, 대부분 ‘디지털 사이니지’에 집중됐다. 지난해 7월엔 특별히 ‘디지털 광고물과 환경변화’라는 주제로 지자체 공무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디지털광고물과 관련한 포럼을 주최했고 오는 8월 17일에도 프레스센터 20층에서 ‘2017 디지털 광고전략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지난 6월에는 행안부 주최와 센터 주관으로 프레스센터에서 일부 산업계와 학계 관계 등을 모아 ‘디지털광고전략 포럼’을 출범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광고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관단체가 나서서 대비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지금 현재 실사출력업계가 침몰해 가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장악해 나갈 디지털광고 산업 육성에 올인하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디지털 광고물에만 목을 맬게 아니라 정통 아날로그 광고물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고 그렇게 해야 옥외광고 산업 전반에 걸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수막 전문 제조업체들의 쇠락
현수막 전문 제조업체들은 쇠락의 길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현수막 업은 2000년대 들면서부터 한동안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정부와 지자체들이 본격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크게 꺾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불법 현수막 적발 및 수거 건수는 약 77만건에 달했다. 2012년 32만여건에 비해보면 약 3년만에 단속 건수가 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정부의 불법 현수막 퇴출 의지가 그만큼 강화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중 과태료가 부과된 것만 3만2,000건에 191억2,000여만원이나 됐다. 서울시는 특히 불법 현수막 과태료를 현행 500만원에서 배인 1,000만원으로 올린다는 방침도 천명해놓은 상태다. 부산시도 올해 불법 현수막 과태료가 급증,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산시의 올해 2분기 불법 현수막 정비 건수는 6만7,461건으로 전년 동기의 3만1,067건에 비해 거의 100%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수막 제조업체들의 폐업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의 현수막 제조업체 중 여러 곳이 문을 닫았고 경기도의 경우도 올해 초 시흥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업체가 폐업한 것을 비롯해 여러 곳이 업을 접었다. 구조조정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업체는 4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사장의 조카인 1명만 남았다. 아직도 인건비 조달조차 어렵다는 게 이 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출력시장으로 옮겨 타기 위해 준비했던 업체들도 상황이 나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실사출력 전문업체인 A사는 3.2m 폭 대형 프린터를 지난해 구매했지만 사용 빈도가 높지 않고, 매달 지급해야 할 할부금이 너무 커 이 장비를 인수할 사람을 찾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실사출력 업계 몰락 도미노 일어나나?
현수막 업계의 몰락은 실사출력 업계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장비 공급업체다. 장비공급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약 50%나 감소됐다. 일부 업체는 전년대비 70% 가까이 축소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또 다른 업체는 올해 프린터 판매의 부진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사업 철수 계획까지 검토중이다. 그동안 고부가가치 출력물로 알려진 투명필름, 아크릴․목재, 백릿, 패브릭 등을 활용한 사인물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수막 전문 제조업체들이 현수막 시장이 저물자 부가가치가 높은 출력시장으로 옮겨 타면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여겨지던 출력물 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며 “실사출력업군 전체가 출형경쟁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고가의 출력장비를 도입해 고부가가치 출력물 생산에 매진하고 있었는데, 올들어 급격하게 출력물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느낀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라며 “현재로는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엎친데 덮쳐 최저임금도 상승… 대량 실업사태로?
실사출력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된 자료는 없지만 적어도 수만명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수막을 포함한 실사출력 업체가 적게 잡아도 전국적으로 1만개는 넘을 것이라는 추정에서다. 실사출력 업종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 15일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나 인상되자 대규모 실직사태를 언급하는 분위기다. 직원 9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한 실사출력 업체는 최근 ‘주문 자동 시스템’을 도입, 시험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 회사의 일자리는 상당수 줄 것이고 결국 근로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고객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들과 디자이너 일부를 줄일 계획”이라며 “생산성은 높아지고, 인건비는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직원을 30명 가량 고용하고 있는데, 현수막 생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실사출력협회 최용규 회장은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윗단계의 호봉에 있는 직원들의 급여도 단계적으로 모두 올려줘야 한다”며 “2020년엔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이 된다는데 급격한 급여의 인상은 오히려 직원 고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사출력 업계, 상생의 길은?
실사출력 업계는 불법 현수막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되, 합법적인 현수막은 유지 및 진흥을 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합법 현수막 게시대의 수를 대폭 늘려 달라는 것이다. 또 차량 래핑 규제 완화와 버스 외부광고를 비롯한 광고물 크기를 여유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력물에 대한 규제는 세지는 반면 디지털 광고물에 대해선 규제를 아예 안하거나 낮추는 분위기에선 실사출력 시장의 위축이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실사출력물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해서 살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석민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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