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한옥과 작은 골목 사이에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들. 그리고 뉴트로풍의 색다른 간판과 인테리어가 묘한 활기를 불어 넣는 곳.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익선동은 오래된 미래다. 익선동은 한글 간판으로도 유명한 인사동 문화의 거리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옆에 위치해 있다. 익선동의 동명은 마을 이름인 익동의 ‘익’ 자와 한성부 중부 정선방의 ‘선’자를 따서 붙여졌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형성됐으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로 꼽힌다. 당시 ‘건양사’라는 부동산 회사가 한옥을 지어 사람들에게 분양해 익선동과 북촌, 서촌 등의 지역에 한옥 단지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선동은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데 좁은 공간과 불편한 교통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이 곳이 뉴트로라는 새로운 흐름과 함께 트렌디한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2015년 한옥 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졌다. 공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등 여러 한옥 보존지구들이 있지만 익선동은 그중에서도 뉴트로풍 거리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면 여타 한옥거리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런 풍경을 만들어 낸 일등공신은 바로 간판이다. 다른 한옥 거리들이 한옥 본연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간판을 다는데 치중한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한옥건물에 현대적 소재와 위트있는 디자인이 반영된 간판들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레트로가 아닌, 옛 시대의 모습에 현대적 감성을 결합시킨 뉴트로 분위기를 바로 이 간판들이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반영된 간판들도 많아 간판을 보는 재미 자체도 쏠쏠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익선동의 개화기 시절 감성을 표방하는 만큼 그 시절의 표기법을 간판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지금은 사라진 사잇소리 표기를 적용해 ‘만화가게’를 ‘만홧가게’로 표기하는 등의 방식이다. 또한 영어 상호 또한 영어를 표기하기보다는 촌스러운 서체의 한글로 병기함으로써 옛 시절을 상기시키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