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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8 12:40

구청 간판개선사업 비리 의혹 또 불거져… 이번에는 서울 강남구


4억 7,500만원짜리 사업권 평가위원 명단 기존 사업자에게 노출
정해진 발표순서 이유없이 변경하고 경쟁업체의 자료는 배부조차 안해
피해업체 “노출된 명단은 놔두고 결정난 순서를 재추첨하는게 말이 되나”

지자체 간판개선 사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비리와 부정 의혹이 또 불거졌다. 이번에는 서울 강남구다. 강남구는 지난 7월 31일 청사 별관 도시계획과 사무실에서 ‘2019년 압구정로 간판개선사업’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 평가위원 추첨을 진행했다. 강남구는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먼저 3개 응찰 업체에 접수순으로 A, B, C 기호를 부여했다. 이들 업체의 대표가 추첨함에서 평가위원 후보 23명의 번호가 적힌 공을 7개씩 뽑아 공무원에게 건네면 뽑힌 횟수를 더해서 많은 순서대로 7명을 평가위원으로 정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추첨중 갑자기 소동이 벌어졌다. 마지막 추첨에 나선 C업체가 공을 건네주고 난 직후 명단이 유출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무원이 평가위원 후보군 명단을 펼쳐놓고 체크하는 바람에 옆자리에서는 다 볼 수 있었다는 것. C업체는 앞서 추첨한 두 업체, 특히 공무원 바로 옆자리에 앉은 A업체의 경우 명단 전체를 볼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C업체 대표는 “가장 중요한 평가위원 명단을 노출해놓고 추첨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더니 담당 공무원은 처음이라서 잘 몰랐다고 했다”면서 “법령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입찰 진행 공무원이 이를 몰랐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 바로 옆자리에 앉은 A업체는 최근 몇 년간 있었던 강남구 간판개선사업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해온 업체”라면서 “기입하는데 걸린 시간이 5분쯤 되기 때문에 사실상 구청측이 명단을 다 흘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그렇지 않아도 간판업계에는 강남구 입찰에 참여해 봤자 들러리만 선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압구정로 간판개선사업 예산이 4억 7,500만원이나 됨에도 응찰업체는 3곳뿐이었다”면서 “막상 명단 노출 현장을 목도하고 보니 왜 업체들이 응찰을 안했는지 이해가 간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위원 후보 명단은 기 구성된 강남구 광고물심의위원회의 위원 26명중 23명으로 작성됐다. 강남구의 비정상적인 입찰 진행은 8월 6일 제안서 평가때 재연됐다. 평가위원추첨날 제안서 발표순서 추첨도 있었는데 추첨 결과 A업체가 1번, B업체가 2번, C업체가 3번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강남구는 발표날 갑자기 다시 순서를 정해야 한다며 재추첨을 시켰다. 재추첨 결과 3번이던 C업체가 1번, 1번이던 A업체가 3번으로 뒤바꼈다.

이어 진행된 발표때는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첫 발표에 나선 C업체 대표는 프로젝션을 이용해 발표를 하던중 강남구 공무원이 평가위원석으로 다가가 뭔가를 나눠주는 것을 봤다. 발표를 끝내고 확인해 보니 C업체의 제안서였다. 발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제안서를 배부한 것이다. 그나마 평가위원 6명 중 한쪽 3명에게만 배부하고 다른 쪽 3명에게는 배부 자체를 하지 않았다. C업체는 현장에서 강남구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입찰 무효를 주장했다. C업체 대표는 “제안서가 없어 평가위원이 컨셉에 대한 질문을 거듭하는 등 혼란이 일어 이를 정리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면서 “경쟁입찰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게 제안서 평가인데 평가위원들에게 어느 업체는 제안서를 줘서 평가시키고 어느 업체는 제안서 없이 발표자 입만 보고 평가를 하도록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정입찰의 증거”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다른 두 업체의 제안서는 발표 전에 정상 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C업체 대표는 특히 “명단이 노출돼 소동까지 일어난 평가위원은 그대로 둔채 아무 문제가 없는 발표 순서만 재추첨하는게 공공기관 입찰에서 있을 수 있느냐”면서 “강남구의 이번 입찰은 어느 업체는 봐주고 어느 업체는 떨어뜨리려 한 속셈을 너무도 노골적으로 드러낸 부정입찰로 무효 처리하고 재입찰을 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C업체가 문제를 제기한데 대해 강남구는 담당 공무원이 참여업체 관계자들이 평가위원 명단을 볼 수 없도록 했고, 발표순서를 재추첨한 것은 좀 더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였으며, 발표 직후 제안서를 모두 배부하여 평가위원들이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그러나 재추첨이 어떻게 좀 더 공정한 평가인지를 묻는 SP투데이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강남구는 최근 수년 동안 매년 4~5건의 간판개선 사업을 벌여 왔으며 이 가운데 보통 2~3건은 간접 수의계약으로 옥외광고협회 강남구지부에 사업권을 몰아주고 1~2건은 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이번에 문제가 된 압구정로 사업을 포함한 5개 간판개선 사업에 총 11억 9,000만원의 예산을 편성,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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