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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7 12:47

<70호><2005 SP투데이 연중 캠페인 - ‘제살깎는 과당경쟁을 지양하자’>-기업형 간판 수주경쟁의 현주소

<2005 SP투데이 연중 캠페인 - ‘제살깎는 과당경쟁을 지양하자’>

[제작] ① 기업형 간판 수주경쟁의 실태와 개선방안


통상 간판은 기업형과 생활형으로 분류된다. 기업형과 생활형은 간판의 크기와 디자인, 가격, 물량 등 모든 면에서 확연히 구별되며 업계의 수주경쟁 또한 판이하다. 따라서 간판 제작업계의 과당경쟁을 기업형과 생활형으로 나눠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특히 기업형 간판의 수주실태와 문제점을 최근 과당경쟁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전자입찰을 통해 진단해 본다. 전자입찰은 현재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등이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주요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재인 기자>


<기업형 간판 수주경쟁의 현주소>

무제한 최저가 입찰에 골병들어도 뛰어드는 제작업계의 현실
간판업체 우후죽순 난립, 발주처들은 원가분석… 갈수록 ‘이중고’

기업형 간판 수주경쟁에 참여하는 업체는 대부분 제작업계에서 어느정도 위치를 확보한 중견급 이상들로 나름대로 역사와 경륜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업체들일수록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아 옛날이여~’를 읊조린다고 한다. 한달내내 죽어라고 간판을 제작해 시공을 해도 남는 것이 별로 없고 적자 면하기에 급급한 간판 제작업계의 현주소가 빚어낸 한 단면이다.

한 제작업체 대표는 “불과 7~8년 전만 해도 한 달에 두어개만 간판을 수주해도 업소와 가계 운영이 충분했었다”면서 “이제 그런 호시절은 영영 오지 않을 것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깊어만 가는 불황의 골과 제작업체수가 2만여개 이상으로 포화상태인 상황이 맞물려 간판 제작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과당경쟁은 심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88년 국내 사인시장에 처음 등장한 플렉스간판은 이후 제작상의 용이함과 가격대비 우수한 광고효과 등의 장점으로 93년 보람은행, 95년 삼성그룹 등 기업형 간판시장으로 급속히 확산돼 나갔다.

특히 90년대 기업들의 CI 교체바람을 타고 금융권과 유통업계 영업점 등 기업형 간판의 교체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 이에 따라 제작업계는 대망의 2000년대를 맞기까지 소위 간판특수를 맞아 IMF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IMF 구조조정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간판 제작업에 뛰어들면서 제작업체는 우후죽순 난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한편으로 간판업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면서 간판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자연 IMF를 맞아 비용절감에 부심하던 기업체들의 간판 가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이들은 자재 가격을 분석하는 등 간판비용 절감에 나섰다.

제작업체들의 난립으로 수주경쟁이 격화되고 발주처는 원가까지 꿰가며 경쟁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제작 마진은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체들간 경쟁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전자입찰이다.

전자입찰은 국내 처음으로 한빛은행이 2001년 시작했고 이듬해인 2002년 한국까르푸가 이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금융권에 이어 유통업계로 확산됐다.

전자입찰 시스템은 그러나 제작업계에 재앙으로 다가왔다. 대부분 낙찰가가 예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떨어져 경쟁에서 승리해봤자 아무런 실익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승리자가 패배자가 되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주를 한뒤 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오른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손실은 더욱 커지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업계는 전자입찰의 구조와 폐해 등 실체를 파악하게 됐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로 업계의 경쟁 양상이 이윤경쟁, 실리경쟁보다 버티기경쟁, 죽고살기식 경쟁으로 흐르면서 무모한 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뛰어들어 업체들간 서로 피고름을 짜는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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