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SP투데이 연중 캠페인-‘제살깎는 과당경쟁을 지양하자’ [제작] ② 생활형 간판 업계의 과당경쟁
지난 호에서 \'기업형 간판\'의 수주경쟁 실태와 개선방안을 짚어본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기업형에 비해 대체로 간판의 규모가 작고 제작업체도 영세한 생활형 간판 제작업계의 과당경쟁의 실태,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살펴본다. 생활형 간판 제작업계는 업체들이 이미 과포화 상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끊임없이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을 벌이고 있다. 일정한 자격요건 없이 제작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과 더불어 불황의 여파가 가중되고 있는 생활형 간판업계는 그야말로 아사(餓死) 직전의 단가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재인 기자
<생활형 간판 제작업체의 현주소>
과포화 상태의 업체수… 마진없는 수주로 제살깎기 다반사 과당경쟁·장기불황이 가져온 재앙인가? 선물인가?
“80년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요즘 경기 상황으로 10년 이상 생활형 간판을 제작해온 업체들은 80년대 아크릴 간판이 주류를 이뤘던 시절로의 회귀를 꿈꿔보며 덧없는 한숨을 짙게 내뱉는다.
한 제작업체 사장은 “80년대 아크릴 간판을 할 당시에는 제작자가 모든 공정을 손수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마진도 좋고 대접도 좋았지만 요즘은 쭉쭉 뽑아내는 플렉스간판을 누가 먼저 인건비 싸게 쳐서 맡아다가 붙이느냐가 경쟁의 관건이 되는 시대가 돼버렸다”면서 “업계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단정했다.
과거 생활형 간판은 광복 이후의 함석 간판을 시작으로 네온 간판, 아크릴 간판으로 차츰 소재의 변화가 이뤄지며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0년대 초 유연성 원단인 플렉스라는 획기적인 소재와 점착시트를 정밀하게 재단하는 커팅플로터의 도입으로 상황에 지각변동이 왔다.
플렉스의 손쉬운 작업성과 뛰어난 광고효과는 간판제작 시장에 산업혁명과도 같은 급격한 중흥기를 몰고 왔다. 시장의 규모가 대폭 확충됐고 향후 10여년 동안 간판을 대표하는 소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같은 급격한 시장확대로 간판 제작업은 국내 경기에 쇼크가 몰아닥쳤던 IMF때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손쉬운 작업성과 50%가 넘는 마진율의 장점은 자연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 생활형 간판 제작업체들은 하루하루 우후죽순처럼 늘어만 갔고 결국 90년대 말을 고비로 난립과 과포화 상태를 맞게 됐다.
소관 주무부처인 행자부의 집계에 따르면 간판 제작업체는 2001년 6월 16,323개에 이르렀다. 이는 행정기관에 신고한 업체수로서 미신고 업체를 포함하면 2만개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신고업체 수는 이듬해인 2002년 16,065개로 주춤하는 듯했으나 2003년에는 18,049개로 다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호 점포주들이 2003년 하반기부터 장기화된 불황의 피로 누적으로 움츠러들기 시작하면서 생활형 간판의 수요가 줄어들었다.
또 행정기관의 인센티브제 도입으로 실적 위주의 불법광고물 단속이 펼쳐지고 2층 이상에는 판류형 대신 입체형 간판만을 설치해야 하는 규제가 더해지면서 생활형 간판의 제작 물량은 급속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우후죽순 늘어난 업체 수가 문제시되기 시작했다.
간판제작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과포화 상태를 형성하게 된 제작업계는 그야말로 안면몰수, 체면불구의 치열한 과당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결국,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은 10여년간 무질서하게 난립해온 간판제작 업계에 시련을 안겨주고 생존을 위한 변화라는 과제도 동시에 짊어주고 있다. <고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