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쉽고 마진 좋았던 플렉스 간판이 제작업체 난립 부추겨 간판수요는 절반 이상 감소… 넘쳐나는 업체들 사활걸고 단가경쟁
생활형 간판 제작업계는 지난 90년대 10년간 플렉스 간판 덕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제는 바로 그 플렉스 간판에 치여 헐떡이고 있다. 손쉬운 제작방법의 장점 덕에 역으로 차별화와 특성화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제작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화된 경기불황으로 내수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점포를 개설하려는 소비자들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옥외광고물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또 한번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업계는 생활형 간판 물량의 전체 수요가 피크때에 비해 실질적으로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업계는 어쩔 수 없이 과포화 상태가 돼 버렸고 반 이상 줄어버린 소비자에게 쉽게 어필하기 위해 상상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견적을 뽑아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경기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지적으로 나타나던 간판의 가격파괴 현상은 적정마진을 고수해온 업체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시장에서 플렉스 간판의 가격이 1㎡당 12만~15만원 선은 유지돼야 최소한의 적정마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단순히 자금을 돌린다는 생각에서 1㎡당 6만~7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작과 시공을 해주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마진없는 가격에 간판을 수주하는 것이 제살깎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일이 없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간판 가격파괴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간판의 수요가 반 이상 줄어듦에 따라 자연 그 비율만큼 업체들의 일거리가 감소했다. 때문에 제작업체들은 ‘손놓고 노느니 자재값만이라도 받고 하자’는 심리로 낮은 가격으로 견적을 뽑는다.
동네 간판일은 그 지역에서 오래된 업체들에 대부분 인맥으로 이어져 계약이 이뤄진다. 때문에 경력이 짧은 업체들은 일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버텨나가기 위해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또 점포 없이 휴대폰 하나만 달랑 들고 트럭을 몰고 돌아다니는 업자들이 싼 가격으로 업계의 물을 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소비자들의 저가 간판에 대한 요구는 이런 양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소호 점포의 창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불황이다 보니 창업시 인테리어와 간판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작은창업연구소 심상훈 소장은 “점포를 개설하려는 사람들은 경기가 어렵다보니 간판이나 인테리어를 싸게 해 예비비를 많이 비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도 품질을 떠나 싼 간판을 선호하기 때문에 제작업체의 저가 과당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