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 엄격한 자격제로 제작업계 난립 근원적으로 차단 까다로운 행정절차도 업계의 적정마진을 보장해주는 요인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간판영업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 광고물 제작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채권 구입, 보험 가입에다 제작시공하려는 간판마다 일일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행정절차도 까다롭다. 반면 제작업체들의 난립과 제살깎기식의 과당경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제작업을 하는 동포사업가 그레고리 김씨로부터 미국의 사례를 들어본다.
미국은 50개 주의 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간판의 제작 및 시공을 하려면 전기관련 자격증과 사인 자격증을 지녀야 한다. 특히 여러 전기관련 자격증 가운데서도 사인관련 전기 자격증(Journeyman sign special)을 취득해야 한다.
사인관련 전기 자격증을 지니더라도 간판으로부터 6피트 이상 떨어진 곳의 전선은 연결할 수 없다. 6피트 이상 떨어진 곳의 전선을 연결하려면 종합 전기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두 가지 자격증을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사인자격증이 있는 업체에서 8,000시간(약 4년) 경력을 쌓아야 시험볼 자격이 부여된다. 시험을 통과해 자격이 부여되면 그 주의 채권을 사야 한다. 보통 5,000달러짜리 채권을 사는데 이는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이고 실제 지불하는 채권 가격은 10%인 500달러다.
대부분의 주에서 간판업은 시공업과 제작업으로 나뉜다. 먼저 시공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 건설용채권(Construction Contractors Board)을 사고 보험을 들어야 한다. 웬만한 간판을 하려면 1만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본드를 사야 하는데 보험료는 10%인 1,000달러다. 또 각 주마다 채권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주에서 간판을 제작 및 시공하려면 그 주의 채권을 별도로 사야 한다. 채권은 매년, 보험은 매달 금액을 지불한다.
시공에 문제가 발생하면 주차원에서 소비자에게 보상을 해주고 시공업체에는 벌금과 경고가 주어진다. 경고 3회시는 시공자격이 박탈된다.
간판을 제작하려면 전기자재 인증업체인 UL의 인증(인증업체가 몇 개 더 있다)을 받아야 한다. 인증은 모든 간판마다 받는다.
예컨대 8개의 채널사인을 설치한다면 설치할 채널 사인 모두에 대해 UL인증을 받아야 한다. UL인증을 받은 채널사인은 각각 SECTON 1 OF 8, SECTON 2 OF 8… SECTON 8 OF 8로 표시되며 인증표가 없는 것은 불법광고물이 된다. 또 채널사인 전체 뿐만 아니라 간판에 들어가는 광원, 트랜스포머, 전선 등 못을 제외한 모든 자재에도 UL인증을 받아야 한다.
간판 제작 및 시공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업체는 사인 관련 업체로 시트를 유리에 접착하거나 배너 제작, 실사출력 등만 할 수 있다.
오리건주의 경우 사인 제작 및 시공을 할 수 있는 업체는 16개 정도밖에 안되지만 간판 관련 업체는 300여 곳이 넘는다. 이처럼 미국은 간판과 관련해 체계적이며 세부화되고 분업화돼 있다.
*일 본 간판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주는 액세서리… 관련법규 꼼꼼 번화가는 많고 현란하게… 전통지역은 촌스럽게
-일본 간판은. 일본의 간판은 지역성이 두드러진다. 전통지역인 교토나 가나자와 같은 도시들의 간판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있다. 반면 신주쿠나 록본기와 같은 번화가의 간판은 화려하다. 간판의 수도 많은데 번화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준다. 과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일본의 옥외광고물법은 기본적인 규제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정확하게 적용한다. 이러한 법규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불가능하게 하는 장애 요인이 아니라, 규제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인식되며 일본 문화와 역사성, 지역성 위에 자유롭게 디자인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환경의 차원에서는 모든 게 간판이다. 왜냐하면 건축물, 길, 나무, 스트리트퍼니쳐 등 가로시설물 모두가 총체적으로 어떠한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시, 관, 지방자치단체, 사인디자인협회, 사인디자인학회, 시민단체들까지도 간판을 환경디자인 차원에서 보다나은 이미지 만들기를 위해 상호협력하며 연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술이나 소재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나무나 돌이 사용되고, 천이나 종이가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들의 간판에서 보기 어려운 페인트작업을 하는 간판들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한 예가 된다.
이러한 것들은 손쉽게 디자인하고, 설치할 수 있는 간판이 빚어내는 획일화된 도시이미지를 탈피시켜 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간판디지인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간판 어떻게. ▲‘어떤 프로세스로 디자인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오랜 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지역에 따라 시간이 만들어낸 역사성과 색채와 조형미를 살려낼 수 있는 차별화된 프로세스가 절실하다. 그 지역의 맛과 멋, 향기 등 특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기에, 오랜 기간 준비와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해외의 좋은 사례들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의 디자인을 카피 했을 때 간판의 조형성, 컬러 등을 똑같이 살리기란 쉽지 않다.
전통에서 베껴오고, 외국에서 베껴오는 디자인은 한계가 있으며, 그것들이 설치되는 건축물과의 관계가 고려되지 않음으로써 도시의 개성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기 쉬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문제는 전통적인 것에 있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요인들과, 외국에서 이입된 서구문화의 아름다운것들에 대한 공통된 미의식을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기술, 그리고 서구의 이국적인 멋들을 수용하고 소화시켜 어떻게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낼것인가가 관건이라 하겠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면서 어떤것이 더 아름다운가에 대한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색채에 대해, 형태에 대해, 디자인에 대해 배우며 우리들의 도시에 대해 말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도시와 간판만들기를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오늘날 간판디자이너들에게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그 사회적인 책임이 절실히 요구된다. <고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