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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1 17:15

<72호><2005 SP투데이 연중 캠페인-‘제살깎는 과당경쟁을 지양하자’>- [실사] ⓛ 장비유통 업계의 과당경쟁

[실사] ⓛ 장비유통 업계의 과당경쟁

제작업계의 과당경쟁 실태에 이어 이번 호부터는 실사업계의 과당경쟁 실태를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실사장비유통, 잉크·소재 등 소모품, 실사출력시장 등으로 나눠 과당경쟁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정은 기자>


“수천만원대 장비 팔아도 남는게 없다”

장비유통 대리점인 A업체 사장은 요즘 속이 바짝바짝 탄다.
경기불황에 공급업체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박한 마진을 보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경쟁사에서 도저히 맞출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경쟁모델을 판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사장비 유통업계의 과당 출혈경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00만원짜리 장비 한 대를 팔아 겨우 100만원을 남겼다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실적부진을 만회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거의 노마진에 가까운 장사를 하는 업체들도 있다.

실사장비 유통업계에서 장비판매로 돈번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다.
업계에서 10년 동안 장비유통을 해 온 B사의 관계자는 “이제 장비 팔아서는 남는 게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진 저가경쟁이 끝간데 없이 펼쳐지면서 결국은 손해 안 보고 팔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가격을 던진다” 신조어 탄생
소모품 판매 조건으로 노마진 판매도 불사
매출발생·유동성 확보 위해 울며겨자먹기

요즘 업계에서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가격을 던진다’는 표현이 그것인데, 가격으로 승부를 던진다는 말의 줄임말인지는 몰라도 업계에서 벌어지는 출혈경쟁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달했는지를 가늠케 하는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장비 한 대당 마진율이 보통 10~15% 수준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가격에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어 이 마지노선마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실사시장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엡손계열 피에조방식 프린터를 비롯한 수성안료 시장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업체들이 노다지인 잉크시장을 붙잡기 위해 장비판매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

C사의 한 관계자는 “보상판매, 잉크 등 사은품 제공, 헤드 무상 보장도 모자라 디스트리뷰터한테 받은 매입가 이하로 장비를 파는 업체도 있다”며 “심지어 장비 판매시 일정 누적대수 당 인센티브를 주는 것조차 던지는 실정”이라고 들려줬다.

이 관계자는 또 “장비를 구매하려는 출력업체가 나타나면 같은 디스트리뷰터에게서 받은 제품을 갖고 여러 업체가 달려든다. 여기에 다른 경쟁모델까지 가세하고 업체들이 더 낮은 가격에 견적서를 넣다보면 결국 남는 게 없이 팔게 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D업체의 관계자는 “몇몇 업체는 1년간 자사에서 공급하는 소재를 쓰겠다는 조건으로 장비를 노마진에 12개월 자체할부까지 해서 팔고 있다”면서 “하드웨어만 취급하는 우리는 그러면 뭐를 먹고 살란 말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의 한 목소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매출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렇게 해서라도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E업체의 관계자는 “경쟁사가 보상판매하거나 가격을 내리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업계는 계속 골병이 들고 헤어날 수 없는 나락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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