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87호> '광고 금기를 깨다'
- 관리자 오래 전 2005.11.01 13:14 실시간 뉴스 인기
-
1,009
0
신부와 수녀의 키스,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 전사한 병사의 피묻은 군복, 백인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흑인여성 등 충격적 소재를 다룬 베네통 광고를 기억하시는지. 이 광고는 종교,인종,죽음 등 민감한 내용을 소재로 삼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적 금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 속에서도 베네통 광고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2005년 10월. 우리는 문득 우리 사회의 각종 금기가 수면 위로 올라와 있음을 본다. TV광고를 통해서다. 노골적인 동성애 표현, 죽음에 대한 언급, 음식 모독, 혼전 성관계 등 지금까지 말하기 꺼리던 소재들이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광고들은 우리 시대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광고에 금기는 없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한 남자의 손이 밑에 깔린 알몸의 남자 가슴을 더듬는다. 두 남자는 야릇한 미소를 주고받다가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교감의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잠시 후 줌아웃 된 화면에서 두 남자는 레슬링을 하고 있다. 경기를 보던 관중이 헤드폰을 귀에서 떼자, 로맨틱한 음악 역시 현장의 함성으로 바뀐다. 극적인 반전이다.
이 광고(SKY 휴대전화)를 만든 TBWA코리아의 권오성 차장은 “소리에 따라 영상의 느낌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에로틱한 동성애 코드를 사용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사실 동성애 코드를 담은 광고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생활백서’ 광고의 ‘동성커플’ 편을 비롯한 화장품, 캔커피 광고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레슬링’ 광고처럼 노골적인 표현은 없었다.
한국야쿠르트 ‘왕뚜껑’ 광고는 음식을 모독했다는 점에서 금기를 깼다. 남자가 길에 떨어뜨리고 간 라면이 갖고 싶은 여인은 길바닥에서 슬그머니 라면을 깔고 앉는다. 광고대행사 코마코의 최상규 부장은 “음식을 깔고 앉는다는 설정이 금기사항이어서 우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능청 연기와 코믹한 배경음악으로 포장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유머광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 광고는 CF포털사이트 ‘TVCF’(www.tvcf.co.kr)에서 이달의 인기순위 1, 2위를 달리고 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교보생명 광고에서 한석규는 친정식구 상을 당해 상복을 입은 아내에게 ‘마음에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전한다. 광고에 죽음을 상징하는 상복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음주운전이나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공익성 광고를 제외하고는 광고에서 표현이 극도로 자제돼 왔다. 이 광고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와 ‘볼수록 우울해진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광고대행사 웰콤의 이영실 팀장은 “보험이 필요한 순간을 부각시키기 위해 죽음을 살짝 건드렸다”고 말했다.
젊은 남녀의 혼전 성관계를 암시하는 말도 버젓이 등장한다. 썬키스트 레몬에이드 광고에서 여대생은 남자친구에게 “요즘 자꾸 새콤한 것만 먹고 싶다”고 말한다. 게임을 하며 이를 흘려듣던 남자친구는 “우리 형수도 애 가졌을 때…”라고 말하다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곤혹스러워한다. 신맛이라는 제품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혼전 성관계라는 금기의 코드를 사용한 것이다.
금기는 깨지기 위한 것?
이렇게 금기를 깬 광고가 거부감 대신 오히려 인기를 끌고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회의 변화로 예전의 터부가 더 이상 구속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금기에 대한 언급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에 광고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개방적인 성 관념을 갖고 있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동성애나 혼전 성관계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라는 게 광고계의 시각이다. 광고대행사 웰콤의 권미경 부장은 “광고 소재가 고갈된 상황에서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찾으려는 광고업계의 욕구와 달라진 소비자들의 의식이 맞물린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 이전글<87호> 헐리우드 스타들 국내광고 '컴백'2005.11.01
- 다음글<86호> 지하철공사 미디어렙방식 도입 ‘초고속 진행’2005.10.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