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여론으로 인해 전동차 내의 광고물 소재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지하철 소방대책이 종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지하철공사와 옥외광고대행사들이 여러 차례 모여 \'불연성 소재로의 교체 또는 방염처리 등을 논의, 결론 도출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불연소재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 뾰족한 대안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불러올 제작비 증가, 영업 위축 등 경영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많은 업체들이 \'지하철 차량 내 광고물이 종이와 아크릴로 돼 있어 화재가 날 경우 쉽게 불이 옮겨 붙고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주범 중 하나로 과장, 오도\'하고 있는 언론과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불연성 소재로의 조속한 교체를 촉구하고 있는 시민들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방염처리쪽 가닥잡을듯
■ 앞으로 어떻게 되나=전동차 내의 광고물 소재변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난연성 소재 개발과 기존 소재에 방염처리를 하는 방법. 그러나 서울지하철공사와 옥외광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시로 회의와 토론을 하고 있지만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내 현실에서는 불연성 소재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이를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광고물에 방염처리를 하는 방안을 먼저 구체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 전문가들은 \"방염처리를 할 경우 불에는 타지만 시간을 지체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두 가지 방안 모두 비용증가를 불러와 이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매체사나 공사도 선뜻 비용을 부담키 어려운 실정이라 \'분담형태\'로 결론지어질 공산이 크고 이 과정에서 광고게첨료 감면 등의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와 매체사들은 해외사례 등도 대안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26일 다시 모여 토론할 예정이다. 동영상 광고매체의 경우 문자 및 음성표출을 통해 화재 등 비상시에 대비해 출입문 여는 요령이나 소화기 사용방법에 대한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된다.
여론악화 우려 \'자제\'
■ \'본말 전도\' 성토분위기=매체사들은 대부분 광고물 소재 교체 등의 논란은 본말이 뒤집힌 처사라는데 공감한다. 업계는 먼저 광고물이 마치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과장되게 묘사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실제로 일간지들은 \'광고판의 재질이 종이와 아크릴로 돼 있고 안전규칙과 달리 방염(防炎) 처리가 안돼 인화성이 강할 뿐 아니라 불에 타면 독성이 강한 가스를 내뿜는다\'고 보도하고 있다. 모 언론은 부산지하철 전동차 내부에 부착된 광고물에 초점을 맞춘 사진을 게재하고 \'상업성 광고판은 불을 키우고 유독가스도 유발해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과장보도하기도 했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사용 안내문부터 주변의 화려한 광고판에 눌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광고물이 많아 \'비상시 요령\'이 가려져 찾을 수 없다\'는 보도도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사실처럼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업계는 안타까워 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천정걸이광고를 대행하는 매일애드 유시헌 사장은 \"전동차 내의 바닥재와 천정재, 의자 등 기본적인 구조물이 최우선적으로 조기에 개체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광고물 소재교체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침소봉대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그러나 광고물 철거를 외치는 여론이 확대되거나 악화될 것을 경계해 말을 아끼고 있다.
\"외국도 같은 재질\"
■ 불연성 소재 뭔가=사인업계에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광고물 소재 중에는 불연성 소재가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와이드컬러의 경우 스틸배관을 사용하고 누전차단기와 타이머 부착 등으로 화재에 대비한 필요한 조치는 이뤄져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하드보드지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전동차 내 광고물은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평판 인쇄를 통한 철강제품을 떠올리고 있으나 고비용이 따르고 기술적으로도 대중화되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 광고물에 방염처리를 하는 문제도 간단치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광고재에 방염재를 씌우는 것은 광고물의 색상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쉽게 결정내릴 수 있는 방안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매체사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사례도 연구하면서 확실한 개선방안을 강구하느라 골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두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독일 등 외국의 지하철 광고물도 우리와 같은 형태의 재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세계적으로도 대안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같은 실정을 감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을 무조건 찾아내려 애쓸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도록 작게 비상유도 표시를 하는 등 기존 광고물을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는 매개체로 만드는 문제도 검토해볼 만한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