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저곳 거리를 걷다 보면 상점 간판들이 어지럽게 눈앞을 가로막는다. 특히 아파트 단지의 상가는 온통 간판들을 뒤집어 쓰고 있는 듯하다. 너도 나도 자기 가게를 요란하게 선전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도 볼 수 없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건물의 벽에, 유리창에까지 덕지덕지 간판을 붙여 놓았지만 행인의 눈에는 정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다 보이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보고자 하는 내용물만 일정부분 보게 되어 있다. 그 비율은 30% 정도라는 게 시각 디자이너들의 견해다. 그런데 이처럼 유치찬란한 광고물이 온통 시야를 어지럽히니 모든 것이 보이지 않게 돼버릴 수밖에. 얼마나 큰 낭비이고, 손해인가. 간판 광고물에 대해서는 엄연히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무시되는 것은 아마도 상점 주인들의 과욕과 이기주의, 그리고 단속기관의 단속망이 느슨한 때문이리라.
거리도 예술적 감성을 촉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현대도시의 덕목으로 이해된 지 오래다. 예술도시라고 하는 파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까운 일본의 도쿄나 캐나다의 몬트리올, 밴쿠버를 보면 거리 간판이 단순히 사업장을 선전하는 광고물로 인식되지 않는다. 거리문화의 한 축으로서 시민의 시각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해주는 예술작품으로 기능하고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하고 스케일이 큰 라스베이가스의 네온사인이나 전광판도 철저하게 도시가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크기, 색상, 조도, 디자인 등을 고려해 부착하고 있다. 거기에도 단속하는 행정기관이 있겠지만 그들의 단속과 규제와 감독 때문에 광고물이 아름답게 제작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왕 부착한다면 시민에게 시각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광고주의 미적 감각에서 나왔을 것이 당연하다.
파리의 한 교외를 지나다 의상실 거리, 먹자 골목의 간판들이 일정한 규격과 색상, 디자인, 조도 등으로 행인의 시각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보았다. 500평이 넘는 세계적인 의상실이지만 건물에 부착된 간판과 네온사인은 앙징맞을 정도로 작고 예쁘게 꾸며져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식당가 역시 악착스럽게 내 가게만이 최고란 듯 경쟁적으로 간판을 내건 것이 아니다. 따뜻한 미적 감각의 간판들이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색상이고, 디자인이고, 크기고 간에 옆집을 제압해야 내가 산다는 \'악착 심뽀\'의 간판이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고 거리를 우아하게 꾸민다는 공동체적 미풍이 그대로 묻어나는 간판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거리의 간판은 단속과 규제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상점 주인의 인격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거리의 조악한 간판이 모두 이들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디자인이나 색상을 고르기에 무지하다. 그래서 간판 제작자가 간판 제작의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간판제작자는 가능한한 제작단가를 올리려고 대형화, 현란화를 강조할지 모른다. 이를 따르다 보니 주변 거리나 이웃 상점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간판 제작업자의 각성과 시각 디자인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품위있는 삶을 얘기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성숙된 국민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이는 2002 한일 월드컵과 촛불시위에서 확인되었다.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함성과 피켓이 난무하고 어지럽게 휘날리는 종이조각들, 역동성이 있는 것같지만 웬지 불안하고 무질서한 집회장으로 비쳐지는데, 정작 행사가 끝나자 깨끗이 치워지고, 비워짐으로써 감격을 배가시켰었다.
이런 국민수준이라면 우리의 거리 간판도 파리나 몬트리올, 라스베이가스에 못지 않는 품격을 갖출 것이라고 본다. 규제나 단속, 감독에서가 아니라 제작업자 스스로 거리문화의 주인공이라는 자세를 견지해 나간다면 천박한 간판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지하철 광고등 수익사업 승객 불편없게 관리해야 김민권(서울 둔촌동)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다. 최근 지하철 역사와 열차 내부에 광고판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광고는 바쁜 직장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영상의 경우 지나친 소음으로 책을 읽거나 말을 하는 데 불편을 주기도 한다. 벽마다 세워진 광고문구들은 승객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기도 한다. 또한 빵이나 과자를 파는 간이매점들이 각 역마다 생기면서 지나다니는 통행로를 막는 것은 차치하고 음식냄새를 풍기면서 냄새를 싫어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지하철 당국은 승차권 값이 싼 것을 수익사업을 통해 보전한다고 한다.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광고나 시설물을 관리했으며 한다.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