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관객의 마음을 상영관으로 유혹하는 종이와 잉크의 만남―는 수십 년간 영화 홍보의 고전이 되어 왔으나, 이제는 수백만 미국 영화팬에게 그저 잊혀진 벽지에 불과하게 됐다. 그러나 만약 영화 포스터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5년 전 은밀히 추진
포스터 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윙크를 보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신 제임스본드 영화 포스터 속의 피어스 브로스넌과 할리 베리가 무뚝뚝하게 폼잡고 있기보다 스테레오 사운드트랙에 맞춰 껑충 뛰어오르고 주먹을 날린다면 어떨까. 또 영화 포스터가 관객의 취향을 알아내 적절한 영화 예고편을 보여주고 편안한 영화감상 시간까지 알려준다면?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싱킹 픽처스(Thinking Pictures)는 지난 5년간 은밀히 이런 영화 포스터를 개발해 왔다. \"이런 포스터라면 영화 제작사에 여러모로 이익을 가져다 주죠.\" 뉴욕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사장 스테판 피치(42세)의 말이다. 이런 포스터를 이용하면 영화제작사는 포스터가 몇 회나 보여졌고, 얼마나 오래 흥미를 끌었으며, 심지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못잡았나 하는 것과 같은,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피치는 말한다. 영화 포스터가 고객의 취향 데이터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광고판 설치
피치의 대화형 포스터(interactive posters)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앞에서 영화팬의 눈을 현혹시키고, 포스터에 식상한 사람들의 관심까지 끌어내고 있다. \'싱크픽스 스마트 디스플레이\'(ThinkPix Smart Display)로 명명된 이 대화형 포스터 장치는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깜빡거리고 손짓을 보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전자 광고판과 뉴스 속보, 대화형 디스플레이가 라스베이거스 환락가나 타임스 스퀘어와 같이 통행인이 많은 장소에 많이 설치될 것은 분명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형 스크린 기술 덕분에 광고주는 주유소 펌프, 자동 현금 인출기, 휴게실, 택시, 공항 등에 설치된 작은 스크린으로도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맨해튼에 있는 한 맥도널드 체인점 카운터에 부착된 27인치 평면 스크린은 24시간 고객들을 위한 광고판으로 사용되고 있다. 애드스페이스(AdSpace) 네트워크는 최근 롱아일랜드(Long Island) 퀸스-미드타운(Queens-Midtown) 터널에 북미에서 가장 큰 165피트 높이의 디지털 광고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일명 쿨사인즈(Coolsigns)로 알려진 이 회사의 플라즈마 스크린은 이미 공항, 백화점, 카지노, 영화관 등 1,000여 군데 이상의 장소에 설치되어 상업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카렌 캐츠 애드스페이스 사장은 전한다.
디지털 신기술 결합
5,711개 상영관을 소유한 미국 최대 영화사 체인인 리갈(Regal) 엔터테인먼트그룹은 자사 영화관의 스크린을 디지털 네트워크로 묶어 전자 광고와 판촉을 위한 배달 시스템으로 구축해내기 위해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극장연합회 회장인 존 피시언은 \"리갈그룹은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을 도입하려는 회원사 중 하나일 뿐\"라고 말한다. 이미 고속 네트워크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은 마케팅 차원을 넘었으며, 아마도 1년 후면 전통적인 영사기가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되면서 완전 디지털 영화가 보급될 것이라고 피시언은 덧붙인다. \"플라즈마 스크린은 영화산업에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셀룰로이드 필름 기술이 100여년 동안 영화에 사용돼 왔지만, 이제 새로운 기술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피치의 대화형 디스플레이가 바로 그런 신기술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DreamWorks)의 크리에이티브 광고 담당 책임자인 데이비드 세임스는 개념상 대화형 영화 포스터는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시각장애\' 반론도
기존 영화 포스터는 영화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지 못했다. 그래서 업계 용어로 \'한 장\'이라고 불리는 영화 포스터는 사람들이 두 번만 봐줘도 성공으로 친다. 만일 위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전자 디스플레이 포스터가 플라즈마 스크린을 두 번 이상 보게 만들 수만 있다면 영화 홍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세임스는 움직이는 포스터를 포함한 전자광고판이 거리를 휩쓸게 되면 사람들이 오히려 시각물의 홍수에 의한 \'비주얼 노이즈\'(visual noise)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퀸즈에 위치한 미국영상박물관의 디지털미디어 및 뉴미디어 프로젝트 담당이사인 칼 굿맨은 \"미디어, 문화, 그리고 인터넷을 살펴보면 영상 이미지는 각 커뮤니티를 묶어주는 매개체입니다. 돌아보면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따라갔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변화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광대역 네트워크
피치의 스마트 디스플레이가 아직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스마트 디스플레이는 고객사별로 커스터마이징된 컴퓨터와 스피커가 결합된 42인치 평면 플라스마 스크린이다. 표준 영화 포스터 크기로 디자인된 패널에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그 패널의 전면 상부에는 원형의 움직임 감지장치가 있다. 각 디스플레이는 광대역 인터넷을 통해 극장의 서버에 연결된다. 서버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피치 회사의 콘텐츠를 실어나른다. 피치는 할리우드의 정적인 포스터를, 영화팬ㆍ제작자ㆍ극장 모두를 위한 역동적인 양방향 포스터로 바꿔 놓았다. 피치는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정확한 가격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사용자에 대여해 준 후 광고 수익을 극장주와 나눠갖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작자는 영화 팬의 취향에 관한 정보를 얻고, 극장은 광고 수익을 나눠 가지며, 영화 팬들은 즐거움을 얻는 `윈-윈-윈\'플랜을 세워놓고 있다고 피치는 덧붙인다. <출처 : 마이클 매리어트 www.ny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