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간판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당기사의 임금 인상에 대한 이해상충 및 사전 협의조정 필요성 등의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들어 간판기사들의 노임은 10~20% 정도 올랐다. 이같은 일당기사의 임금 인상에 일감이 크게 줄어든 간판제작업체들은 당연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15만원으로 올린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어 제작업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3D업종에 대한 기피현상이 맞물리면서 간판기사 일을 배우려는 사람도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라 많은 간판업체들이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제작업체로서는 기사들의 일당이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을 맡았으니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강력히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기사들이나 용역업체쪽에서는 현재의 임금수준에 불만족스러워 한다. 기사들에게도 일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지난해보다 다소 오른 일당으로 일감 부족분을 만회하려는 계산은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체계 마련과 사전 협의조정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일당기사를 어쩔 수 없이 고용해야 하는 간판업체들은 기사들이 숙련도와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일당을 받는 것은 모순이라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하의 간판기사를 고용할 경우 하자 보수 등 고스란히 사후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간판업체들의 이같은 주장은 정당한 목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사 노임을 일방적으로 올릴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제작업체들과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같은 제작업체들의 입장에 대해 일당사무실과 기사들도 상당부분 동조하는 분위기다. 기사들의 일당 인상을 둘러싸고 매년 되풀이되는 이들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 찾기가 가능한지 간판·네온 제작업체들과 기사 및 용역업체 등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제작업체 입장
간판업체들은 경기상황에 맞는 일당기사 인건비 책정을 희망하며, 일당기사들이 가급적 간판업체들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임금 조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간판가격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일당기사 임금만 자꾸 오르다 보니, 가게 운영하기도 버겁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도 적지않다. 네온업체인 미래아트 유상운 사장은 “일당기사의 임금이 너무 오르다 보니, 직원을 하려는 사람을 그 만큼 구하기 어렵다”며“네온 일당기사의 경우 IMF이후 해마다 1만원정도씩 올라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간판업체들은 기술과 숙련도에 관계없이 똑같은 일당임금을 요구하는 현행 임금체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몇 개월 일당기사를 쫓아다니면서 일한 후, 버젓이 경력 일당기사라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많은 간판업체의 경우, 이미 검증된 간판기사를 주로 쓰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지만, 가끔 일손이 부족해 고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한양기획 설동관 사장은 “대부분 검증된 일당기사를 쓰고 있으나, 일손이 부족해 일당사무실을 통해 일당기사를 쓰게 될 때도 있다”며 “만족과 불만족 비율은 반반정도”라고 말했다. 간판업체들은 하지만 일당기사에 대한 사전검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기술과 숙련도에 따른 임금체계 차별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대체로 공감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회 차원에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사·일당사무실 입장
일당기사들과 용역업체들은 현재의 임금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물론 자질에 따라서 많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경력을 갖춘 일당기사의 경우 오히려 비슷한 경력의 건설인부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고 톤을 높인다. 또 경기상황과 관련업계의 분위기를 고려해 임금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성림하이비젼 관계자는 “용역사무실도 경기상황과 업계 분위기를 충분히 고려해 일당 임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랑 관계자는“3월에 임금을 추가적으로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경기상황이 어려워 보류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일당기사가 자질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일당을 받는 것은 모순이라며 간판업체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 6년째 일당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병철(35)씨는“기술수준과 숙련정도에 관계없이 똑같은 임금을 받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수준 이하의 기사라면 금방 들통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림하이비젼 관계자도“일당기사가 자질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일당을 받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역시 기사들도 이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당기사를 모두 모아놓고 테스트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실력을 가늠할 수 있겠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