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 옥외광고 대행사 선정 입찰 전까지 업계에서는 \'유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대부분의 매체사들은 \'수익성 낮은 사업\'이란 분석을 마친 상태에서 응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제주 관내 옥상간판들이 상당수 비어 있는 등 제주공항을 중심으로 한 옥외광고 외에는 영업이 안된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모 업체 관계자는 \"제주 시내에서 위치가 좋다는 한 건물의 옥상간판조차 광고영업이 안돼 뼈대도 세우지 못한 채 임대료만 억대를 준 것으로 안다\"며 \"그룹당 낙찰가가 10억원 이하라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권 수주전에서는 사전에 다른 업체의 응찰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입찰보증금 규모를 탐문하는 등의 치열한 정보수집 움직임도 없었다. 지난 3월17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전홍, 광인, 국전, 대한매일, 광일, 인풍, 조은닷컴, 대지, 우주사, 승보광고, 해금광고, 욱일기획, 그린미디어, IS애드, 애드프로젝트, 미디어스팟, 한화미 등 모두 17개사가 참석했으나 열흘 뒤에 열린 입찰장에는 전홍, 광인, 국전, 광일, 인풍 등 8개 업체만 참가했다. IS애드는 아예 B그룹 응찰을 포기했다.
입찰 참가업체들은 \"돼도 걱정, 안돼도 걱정\"이란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투찰금액을 개봉하기 전 센터측이 A, B그룹의 예정가를 공표할 때마다 예상을 넘어선 금액 탓인지 \"너무 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업체들의 이같은 반응은 결국 B그룹의 유찰을 불러왔다. 각 업체의 수익성 추산이 비교적 정확했다는 풀이다. A그룹 광고를 따낸 전홍의 수주방침이 \'당장의 수익을 따지기보다 멀리 보고 투자한 전향적인 경영결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센터측이 산출한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업계의 인식은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매체사 배려 적다\" 지적도
옥외광고 대행사들은 이번 입찰을 겪으면서 \'매체사들에 대한 센터측의 배려가 적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미흡한 배려\'에 대한 지적은 센터측이 사전에 정확한 입찰정보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모 업체의 임원은 입찰 직전 \"광고물의 위치 등을 대충이라도 알려줘야 사업성을 분석하고 응찰가를 산출하든지 할텐데 그렇지 않아 난감했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센터 마케팅팀 서승모 대리는 \"광고물이 설치될 장소는 전적으로 낙찰업체가 선정하고,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라며 \"우리도 광고물량의 3배수 정도에 이르는 후보지 리스트만 갖고 있을 뿐이어서 밝힐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 대리는 이어 \"이같은 사항들은 사업설명회 때 충분히 고지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센터측의 마케팅능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업체는 \"센터측이 이라크전쟁, 고유가와 환율 급등, 신용불량자 양산, 재계 개혁, 침체된 내수시장 등 한껏 움츠러든 경영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정가를 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현지 광고물들의 광고게첨 상황과 가격 수준, 환경과 관련해 유독 감시와 규제가 심한 현지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것같다\"며 \"예정가 산출에 옥외광고 전문가들의 자문과 조언이 곁들여졌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서 대리는 \"예정가는 작년부터 준비해 경기동향에 따라 수치를 조정해 왔으며 행정자치부가 광고물 수량을 확정한 뒤 3월 초쯤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 대리는 또 \"현지의 광고게첨 상황이나 광고영업난 등 실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면서 \"자유도시센터가 완공됐을 때의 미래가치 등을 감안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향에서 예정가를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매체사들은 지난 17일 의자도 준비하지 않아 자신들을 실내 바닥에 앉힌 채 사업설명회를 가진 센터측에 내심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옥외광고업체들이 거액의 기금 납부를 통해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기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센터측은 이에 대해 \"비용 문제 때문에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데다 참석 업체수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며 \"비록 많은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앉긴 했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아 지금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