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25개 구청이 올 초부터 3월 말까지 철거해 폐기한 불법 상업현수막은 무려 22만7,000건에 달했다. 또 부과된 과태료는 2억7,200만원이며 이 가운데 4건은 형사고발됐다.
그러나 식당 등의 현수막은 무조건 철거하면서 국회·경찰 등 \'힘있는\' 기관에서 내건 손도 안대고 있어 일반 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구청측은 \'가로수·육교 등에는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등이 공공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구청장 허가를 얻으면 설치할 수 있다\'는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공공기관, 정당, 국회의원 등이 설치한 대부분이 구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데다 내용도 공공의 목적과 별 관계가 없어 설득력을 잃고 있다.
1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7호선 상도역 주변의 경우 소방청 설치를 주장하는 현수막(관악소방서)과 청소년선도위원 모집(상도파출소) 현수막이 가로등 사이에 내걸려 있다. 더욱이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는 구청 스스로 내건 구민노래자랑 신청접수(관악구청) 현수막도 설치돼 있다. 10여개에 달하는 이 현수막들은 구청장의 검인표시가 없는 불법 현수막.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가로등에는 민주당 소속 모 국회의원의 후원의 밤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과 한 국회의원 연구단체가 주최하는 세미나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산3호터널 위 나무에는 서울시의 청계천복원 홍보 불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내 곳곳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 불법 무기류 신고기간, 마약류 투약자 자수기간 등을 알리는 검·경찰의 불법 현수막이 널려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각 구청들은 검찰, 경찰, 정당 등 힘있는 기관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해당 기관에 현수막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광고물 관리계 관계자는 \"경찰서나 정당 등의 불법 현수막에 대해서는 솔직히 과태료를 부과하기 곤란한 입장\"이라며 \"구청의 사전허가를 받은 뒤 지정된 장소에 게시하도록 요청하는 협조공문은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3만7,000원의 사용료를 내고 중랑구 지정 게시대에 현수막을 건 유통업자 강모(46)씨는 \"일반 상인들에게는 돈을 내고 지정 게시대를 이용하라면서 공공기관이나 국회의원들이 아무데나 내건 현수막은 단속하지 않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