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도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구조안전확인서류’의 제출대상 광고물의 범위를 놓고 다른 시도에 비해 지나친 규제를 받고 있는 5개 시도(충청남·북도, 전남도,광주·울산광역시)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의 안전 확보라는 관련규정의 큰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많은 생활형 간판들을‘구조안전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대상 광고물로 묶는 것은 소규모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구조안전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과 시간을 부담스러워 한 나머지 구조안전 자체를 기피하고 불법으로 광고물을 설치하는 쪽을 택하는 광고주가 많다는 데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조항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서류제출 왜하나
지난 2001년 11월22일 개정된‘옥외광고물등관리법시행령’(제7조제1항제4호)에서는 광고물의 안전을 위해‘구조안전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광고물의 범위를 시도조례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행정자치부는 2002년 초 16개 시·도에 조례표준안을 내려 보내 준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서울시 등 일부 시·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들은 조례표준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건물에 1면의 길이(높이를 포함한다)가 4m를 초과하는 광고물에 대해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조례안’을 채택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것만은 분명했지만, 관련 공무원의 광고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표준안을 그대로 따랐던 것도 일면 사실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광고물 담당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법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조례를 만든 곳이 몇 곳이나 되겠냐”고 반문하며 “행자부의 시·도 조례표준안을 거의 그대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옥외광고물등관리조례(제2조제6항제나호)에서 ‘건축법시행령 제118조제1항제3호의 규정에 의한 광고물에 대해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해 비교적 법 목적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련 건축법 조항에 따르면 ‘높이 4m를 넘는 광고탑·광고판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 한정해‘구조안전확인서류’를 첨부토록 함으로써 일반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 주면서 구조안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형광고물 위주로 서류를 제출토록 했다.
5개 시·도를 제외한 다른 시·도들도 조례개정 시기와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옥상간판(높이 180cm 이하인 간판과 게시시설 없이 옥상구조물에 입체형 또는 도료로 직접 표시하는 간판은 제외)만을‘구조안전확인서류’ 제출 대상 광고물로 규정하거나, 지주이용간판과 돌출간판 등 위험성이 많은 대형광고물로 한정해 구조안전을 받도록 함으로써, 민원인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면서 안정성 확보라는 법 목적을 잘 살리고 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된 충남을 포함한 5개 시·도에서는 지난 2002년 초 행자부에서 내려 보낸 시도 조례표준안을 현재도 그대로 채택하고 있다. 광고업계에서는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법 취지를 고려할 때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조안전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대상 광고물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음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면의 길이(높이를 포함한다)가 4m를 초과하는 광고물 중 상당수는 생활형 간판으로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광고물의 제작가격과 비슷한 수준의 구조안전 확인비용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구조안전확인서류’ 때문에, 합법적인 절차를 피하고 불법으로 간판을 설치하는 쪽을 택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또 시민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일정 규모의 광고물은 심의 또는 안전도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다.
충북의 한 광고물업체 관계자는 “지키지 못할 규정을 만들어 불법을 조장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개선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도 “조례표준안은 어디까지나 준용의 범위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라며 “모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체 시도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조례표준안이 시·도 사정에 맞게 변경될 수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제주도의 경우 바람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건물에 높이가 4m를 초과하는 돌출간판, 지주이용간판, 옥상간판에 한해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제출토록 한다’고 규정해 옥상간판만을 대상 광고물로 정한 대전시 등 다른 시·도에 비해 조금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법 목적을 살리면서 대다수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더욱이 현실성이 결여된 법제도로 요건을 구비한 불법광고물이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선 현장의 목소리]
- 서울 금천구청 광고물 담당 강상현 씨
“서울시 조례에서는 건축법시행령(제118조제1항제3호)에 따라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받고 있는데 4m 이상의 지주이용간판과 옥상간판 등이 대상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4m이상의 지주이용간판 중 생활형은 구조안전 대상 광고물에서 빼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공작물의 축조에 대한 신고를 건축법에 따라 했으나, 옥외광고물에 한해 광고물 관련법에 갈음하도록 바뀌면서 안전성을 고려해 관리조례에 구조안전 확인에 대한 조항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또 서울시조례상에 건축법시행령에 명시된 광고물을 정확히 표시해 민원인들이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받아야 하는 광고물을 확인할 때 건축법시행령을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게 어떨까”
- 광고제작협회 대전시지부 여동철 사무국장
“대전시도 지난해 12월 조례가 개정되기 전까지는 충남등과 같아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광고주들은 구조안전 확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꺼려 상당수 불법으로 간판을 다는 쪽을 택했다. 이는 정말 모순이라고 생각해 협회에서는 의회에 이 조례가 개정될 필요성을 조목조목 잘 정리해 제출했고, 협회의 안이 받아들여져 이제는 옥상간판(일부 제외)에 한해 구조안전 확인을 받고 있다. 현실성 없는 법제도로 인해 불법이 조장된다면 이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광고물 심의와 안전도검사를 통해 일정 규모의 생활형 간판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5개 시도에서도 현실적인 문제점을 잘 감안해 법 목적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