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게시대의 위탁운영을 두고 운영주체간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책이 마련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게시대의 관리권한이 대부분 시군구로 이양되면서 일부 시군구에서 무리하게 조례상에 관련 조항을 명시하면서 잡음도 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적어도 법령(관리법?시행령) 단위에서 게시대의 위탁에 관한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관련해 정부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를 비롯해 지자체, 광고사업협회, 민간 위탁업체 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 속에서 과연 합리적인 운영방안은 없는지 모색해 본다.
■ 행자부, “협회가 맡는 것이 바람직, 법령 명시화엔 난색” 행정자치부는 올해 초 업무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정단체인 광고사업협회의 시군구 지회에 현수막게시대의 운영권을 적극 위탁하라는 지침을 16개 시?도에 내렸다. 행자부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제11조의2 규정을 근거로 현수막게시대도 안전도검사와 옥외광고업자에 대한 교육 등과 함께 시군구 자치단체장이 위탁하는 업무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게시대의 위탁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제11조의2를 근거로 얼마든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위탁할 수 있다”며, “다만 행자부의 입장은 이들 업무를 불법광고물의 발생 예방과 정비관리상의 효율성 제고와 광고물의 안정성 및 책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회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수막게시대의 위탁에 관한 조항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과 관련해서 행자부는 이미 법령(법제11조의2)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므로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난색을 표명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며, “현수막 자체는 없어져야 하는 광고문화라 생각한다”며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법령에 모두 담다 보면,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행자부는 또 수원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게시대의 위탁에 관한 조항을 마련하면서 잡음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도, ‘광고사업협회 등’으로 명시한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이다. 법 목적에 봤을 때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행자부 관계자는 “협회가 옥외광고물 관리와 관련하여 위탁을 받아 발생된 수익금에 대해서는 업무수행에 따른 인건비 등 최소한의 경비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광고물의 디자인 개발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연구비 등 법정사무 추진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A구청 관계자, “공개경쟁 입찰이 최선, 법령에 명시해야” 서울시 A구청 관계자는 현수막게시대의 위탁과 관련,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운영주체를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게시대 관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지역발전을 위해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를 관내 업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관내에 해당 업체가 없을 경우, 그때 가서 타 관내업체에 입찰 참가자격을 주는 보완책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춘 업체 모두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광고물심의위원회에서 디자인이나 아이디어 등을 심사해 사업 업체를 선정하면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전에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법령 단계에 명시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령 단계에 현수막게시대의 위탁운영에 대한 조항이 정확히 명시돼야 지자체 담당자들이 책임소지를 벗어나 위탁업체를 공정하게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수원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에 관련조항을 신설하며 ‘광고사업협회 등에 위탁하여 그 게시시설을 관리할 수 있다’고 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광고물 담당이 협회가 아닌 다른 곳을 선정할 근거가 없다보니 책임소재 차원에서 협회에 주라는 말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구를 ‘광고사업협회 등 기타 아래와 같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업체에 위탁하여~’로 바꾸고 안전도검사처럼 자격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잡음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위법(법령)에 명확한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위법에 근거가 없는 사항을 조례에 만드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 주목을 끈다.
■ 광고사업협회 관계자,
■ S업체(민간 위탁업체) 관계자, “협회 밀어주기는 불공정, 공개 경쟁해야” 현재 서울시 자치구 3곳의 현수막게시대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S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전제하며, “공개경쟁은 당연한 자본주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공개경쟁을 통해 최상의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권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절차라는 것이다. 오히려 특정 단체에 게시대의 사업권을 밀어주는 것은 불공정행위이며, 이는 법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수막게시대를 위탁하는 목적은 도시미관을 고려해 깔끔하게 게시대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협회에 밀어주기 보다는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를 보고 공개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타 관내업체가 게시대의 위탁 사업권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인 관리와 신속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당 업체가 민원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하루 내에 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어떤 지역이라도 하루 안에 충분히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지적을 반박했다. 이와 함께 현수막게시대를 설치한 목적을 감안할 때 도시미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디자인이나 아이디어 공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천편일률적인 게시대 모양을 개선해 게시대가 도시의 흉물이 아니라, 상징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특정 단체에게 사업권을 밀어준다면 발전적인 방안이 나오기는 커녕, 현재의 답습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많은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디자인이나 아이디어 창출 효과를 노리는 것이 법 목적에 가장 맞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수막게시대의 합리적인 위탁운영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은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불협화음은 상당 부분 이 같은 입장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조속히 관계자들의 입장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수막게시대의 사업권은 특정 단체나 업체에 무조건 줄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사업업체를 선정한다면 그 만큼 잡음을 줄일 수 있다. 또 몇몇 지자체에서 조례상에 관련조항을 만들면서 잡음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는 주무 부서인 행자부가 보다 책임의식을 갖고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럴 바에는 법령 단계에 구체적으로 관련 조항을 명시해 잡음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실제로 안전도검사와 옥외광고업자 교육에 대한 위탁사항은 시행령(제40조, 제43조)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논란의 여지를 줄였다. 이민영 기자 mylee@sp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