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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호) 특별기획 / 위기의 지하철광고를 진단한다 (2)>
- 2004-05-07 | 조회수 1,068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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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광고의 붕괴위기 사태를 초래한 일차적 책임은 어디까지나 업계 스스로가 져야 한다. 매체사간 고가 입찰경쟁이 결과적으로 사용료 인상을 불러왔고, 이는 다시 광고료 상승으로 이어져 광고주 외면을 초래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있어서는 발주기관의 책임도 업계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매체의 가치를 고양시켜야 함은 물론 시장경제 원리에서 합리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발주기관이 뒷짐을 지면서 오히려 무분별한 매체개발로 붕괴위기를 부추긴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하철광고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 주요 원인과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붕괴위기 지하철, 업계 스스로 발목 잡았다”
매체사간 고가 입찰경쟁이 일차적 원인
단기이익에 눈 먼 발주기관의 무분별한 매체개발도 한몫
■업계 과당경쟁 자기 발등 찍기
지하철광고가 붕괴위기 사태에 놓이게 된 일차적 원인은 매체사간 과당경쟁이다. 그동안 지하철 광고대행권을 놓고 매체사간에 벌인 지나친 입찰경쟁이 이제 부머랭으로 돌아와 업계의 목줄을 쥔 형국. 높아진 사용료를 광고료에 반영하려다 보니 광고주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J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가 입찰 경쟁으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업계가 자승자박한 측면이 크다”고 자성했다.
지난해 열린 부산 지하철 1호선과 서울 지하철 7호선 대행권 등 메이저(차내, 역구내, 외벽) 매체 입찰은 예외없이 과열경쟁으로 낙찰가가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말 열린 3,4호선 입찰은 고가 입찰경쟁을 가장 여실히 보여준 케이스. 분리입찰로 바뀌긴 했지만, 지난 사업연도에 비해 3호선은 4배 이상(100억원에서 410여억원), 4호선은 3배 가까이(80여억원에서 210여억원) 사용료가 인상돼 또다시 과당 입찰경쟁을 재현했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업체간 과열경쟁이 공사의 수익극대화 전략과 맞물리면서 지하철광고가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3호선 역구내는 낙찰자였던 전홍이 계약 자체를 포기해 재입찰에 부쳐졌으며, 3호선 차내 광고도 고전끝에 포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무분별한 매체개발, 경종을 울려라!
발주기관은 해마다 많은 신규매체를 지하철시장에 밀어 넣고 있다. 이런 관행은 올해도 어김없다. 업계는 발주기관에 매체를 제안하는 당사자가 대부분 자신들이란 걸 인정하지만, 매체주로서 발주기관이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분별한 매체개발로 지하철광고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존 매체와의 동반 추락을 부추기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지하철광고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몇몇 발주기관은 여전히 신규매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쟁력 있는 매체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수익성만을 따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모 매체사 관계자는 “(공사가) 동업자 정신을 아예 상실한 것같다”며 “신규매체를 개발하더라도 기존 매체를 감안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성토했다. 현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거나, 아니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
업계에서는 또 시설물 설치나 공익사업까지도 일단 광고에 접목시켜 보려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안대고 코풀려고 하는 격’의 매체개발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
이같은 발주기관의 무분별한 매체개발은 가뜩이나 파이가 줄어 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지하철광고 시장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안매체 옮겨 타기, 무가지도 영향
지하철광고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진 데는 대안매체로의 이동도 한몫하고 있다. 물론 지하철의 광고단가 상승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크지만, 대안매체의 메리트 강화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하철과 함께 교통광고의 양대 축인 버스는 광고면 확대로 탄력을 받으면서 지하철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I사 관계자는 “지하철에서 이탈한 광고 중 상당수가 버스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전동차 외벽광고는 존재가치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지하철 광고료 상승도 대안매체 옮겨타기에 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다. A형 광고 200매를 집행하려면 패키지까지 1,500만~1,800만원 정도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라리 옥상빌보드와 버스외부 등 여타 매체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지하철 이용객을 겨냥한 무가신문 배포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미 서울 및 수도권에만 4가지 무가지가 뿌려지면서 지하철 매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 일부 광고주들은 무가지에 집행할 광고 예산을 지하철 광고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광고대행사 한 관계자는 “광고주 중에는 무가지를 지하철광고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붕괴위기에 따른 문제점들
붕괴위기에 처한 지하철광고 시장이 호전될 기미가 없고 반납 및 계약해지 사태가 이어지자, 관련 업계에서는 자칫 도미노현상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반납에 따른 재입찰로 낙찰가가 내려가는 것은 좋은데, 기존 매체를 고수하고 있는 경쟁사들은 자연스레 가격 경쟁력에 밀려 또다시 보유 매체를 반납해야 하는 도미노현상이 우려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소규모 업체는 더욱 큰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업체는 재입찰까지의 2~3개월 공백기간으로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지하철광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과 함께 시장 재편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높다.
K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쯤 지하철광고 시장에 큰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관련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민들이 제구실을 못하는 지하철광고에 레드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발을 외치기도 한다. 무분별한 매체 개발로 인한 광고물 난립은 시민들에게 좋지 못한 인식을 심는다. 또 행선안내기처럼 사업 중단으로 인한 시설물 방치도 시민들의 지하철광고 거부운동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힘을 모야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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