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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호> 지상중계 - ‘2004 종로프로젝트 추진 관련 세미나’
- 2004-07-21 | 조회수 910 Copy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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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서울디자인
- 발표자: 안상수
지난 7월 5일 서울시 주최로 열린 ‘2004 종로프로젝트 추진 관련 세미나’에서 발표된 두 편의 주제발표 내용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번 호에는 홍익대 안상수 교수의 ‘서울디자인’ 발제내용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주>
간판은 단순 사인물 아닌 도시 디자인의 핵심요소
서울거리 간판… 시각공해 넘어 자원낭비 수준
종로업그레이드 ‘간판 일률적 제한’ 개선해야
사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미지와 외양에 의해 지배적인 인상이 결정되고, 그 인상은 내적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도시의 시각적 인상중 하나인 간판 역시 도시의 이미지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간판이란 단순히 간판만이 아닌 서울의 전체 디자인에 연결되고 연동되는 큰 부분이다.
‘서울디자인’을 만들자
이 시대의 문화를 상징하는 지금 서울 거리의 간판은 시각공해의 수준이다. 시각공해를 넘어 자원낭비에까지 이르고 있다. 우리는 청각공해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고발도 하고 사회적 문제로 삼는 수준이 되었지만, 어지럽고 방해받는 시각환경에 대해서는 그간 무감각했었다. 어디에도 눈을 편히 둘 수 없는 난삽한 시각환경은 거의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 보고 서울시는 간판 정비에서부터 종로 업그레이드 사업을 시작한 것 같다. 간판이 단순히 한 부문의 디자인 문제가 아니기에 그 사업은 간판이나 거리미화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큰 개념의 ‘서울디자인’이며, 이 기회를 빌어 ‘서울디자인’을 제안한다. 부분을 보되 크고 긴 안목으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큰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지 간판만을 바꾸는 것이 아닌 서울 전체의 시각적 환경을 큰 디자인의 눈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6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 성장에 치우쳐 도시 디자인이나 자연환경에 대해 대책없이 무계획 무질서하게 공룡처럼 자라왔다. 이러한 서울의 도시환경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턱밑까지 차올랐고, 더불어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 역시 높아졌다.
최근 종로 업그레이드 사업을 잠시 살펴본 적이 있다. 간판에 대해 일률적으로 제한을 가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간판을 규제하고 획일화하는 쪽으로만 정책이 수립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간판은 도시를 지저분하게 보이게도 하지만, 간판은 도시에 삶의 생기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하기-빼기’ 정책을 제안한다. 어느 곳은 규제와 선도를 해야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산업적 문화적 명물이 될 수 있도록 집중 선택적으로 간판명소를 의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나, 뉴욕 맨해턴의 타임스퀘어 간판 거리는 그 도시의 명소가 됐다.
서울의 간판도 제한하고 걷어내고 정비해야 하는 ‘빼기’적인 시각과 더불어, 간판의 가치를 조장하는 ‘더하기’식의 정책도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 왜 타이포그라피인가
타이포그라피 이야기를 좀 하겠다. 이달부터 버스 중앙차로 운행이 시작되고 버스의 바깥 디자인이 바뀌었다. 네 가지 빛깔로 통일을 했다. 지난 번 외양 디자인에 비해 신경을 많이 쓴 듯이 보이고, 단순한 디자인 접근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왠지 엉성하다는 느낌도 든다. 왜 그럴까.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자배열이기 때문이다. 버스 앞머리나 옆구리에 써있는 정보를 나타내는 글자배열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시각디자인 정보디자인에서 타이포그라피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이다. 좀 과하게 얘기하자면 도시란 ‘글자의 도시’, ‘타이포그라피의 도시’일지 모른다. 곧 글자를 세련되게 다루는 것은 도시디자인의 핵심사항이다.
- 색채계획 매우 중요
빛깔 역시 중요하다. 몇 년 전 예루살렘을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 그 도시가 주는 밝고 야릇한 빛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그 빛깔은 다름아닌 건축재료인 돌의 빛깔이었다.
오래 전 예루살렘에 세우는 집들은 모두 예루살렘에서 나는 돌로 지어야 한다고 했다더라. 색채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마냥 울긋불긋한 것이 아닌 서울의 자연환경에 맡는 색채계획은 신중하고 근본부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서울은) 한글을 의도적으로 써야 한다. 이 역시 디자인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문에 비해 한글 모양이 촌스럽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일 한글이 아름답지 못하고 국제적이지 않으며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하면, 이것을 멋지게 극복해야 하는 것은 우리 당대의 일이다. 그러나 한글은 결코 촌스럽지 않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글을 보고 정말 그래픽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글이란 서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가장 정체성이 높은 디자인 결과물인 것이다.
- 공공 디자인이 앞장서야
좋은 디자인은 삶의 창조적 경험을 하게 하고 시민적 자부심을 제공한다. 멋지게 디자인된 여권을 들고 입국심사대에 서면 나라에 대한 중요하고 남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작고 하찮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아름답게 디자인된 돈을 쓰고 사는 나라 사람들의 삶의 질이나 생각은 남다를 수 있다.
기능적이고 멋진 타이포그라피로 디자인된 번호판을 달고 달리는 차는 그 번호판으로 해서 더 멋져 보일 수 있다. 멋진 돈 디자인은 온 나라 어린이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공부를 간접적으로 시키는 것이 될 것이고, 국민의 미감을 높여놓을 것이다.
- 좋은 디자인은 삶의 질을 높인다
‘서울디자인’은 바로 문화디자인이자 공공디자인이다.
공적인 디자인이 솔선해야 사적인 디자인, 상업적 디자인이 바뀐다. 거리의 전화박스, 분전반, 버스정류장, 버스, 주소안내판, 거리이름 사인, 교통표지판, 거리미화원의 복장, 청소차, 건물의 비상구 표시, 경찰복장 등등 그것은 미국의 것과 달라야 하고, 아직도 여러 분야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일본의 때를 벗어야 한다.
이를 바꾸는 것은 문화운동의 차원에서 해야 한다. 현대적인 또는 미래에도 빛이 날 수 있는 우리의 멋을 찾고 문화를 일으키는 문화개혁운동이다.
‘서울디자인’ 으로 서울이 하나하나 바뀌면 우리나라가 바뀔 것이다. ‘서울디자인’ 은 미래를 위한 오늘의 문화 실천이다. ‘서울디자인’은 서울에 개성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통한 개혁’을 통해 창조적 변화를 도모하고자 함이다. 그것이 바로 ‘서울디자인’ 이다. ‘서울디자인’ 은 서울과 온 나라에 새로운 기운과 생명을 주고자 하는 문화행동이다.
<시각디자이너·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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