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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0 19:18

<제54호> 대형전광판 업계 불황 속 출혈경쟁 ‘이중고’

  • 2004-05-20 | 조회수 945 Copy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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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혼탁 입찰… 원가만 건져지면 ‘일단 따고보자’
한탕업체도 기승… 가격질서 흐려져 업계 발 동동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형전광판 시장이 더욱 심화되는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는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전광판시장의 출혈경쟁이 가속화된 시기를 지난 2002년 월드컵 전후로 보고 있다. 당시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벌어졌던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전광판의 가격대가 대폭 하향됐으며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제조업체들로 과당경쟁은 더욱 심해졌다는 것.
업계 관계자 J씨는 “2002년 이후 100개가 넘는 전광판제조업체가 급속도로 생겨났다”며 “이들 중 설비공장조차 갖추지 못한 업체들도 입찰에 참가, 전광판시장의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출혈경쟁은 2년여가 지난 지금 더욱 심화돼 업계 전체에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작은 정부, 지역 정부’를 내세우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시정과 구정 홍보용 전광판 및 경기장용 전광판 등을 대거 신설하면서 전광판시장은 다소 회복세로 전환될 호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공사를 따내기 위한 업체간 과열·혼탁 경쟁입찰 때문에 원가만 건져가는 수준의 낙찰가로 이어져 신규수요 발생에 따른 수익이 전혀 없다.

특히 공사이행 능력이 없는 일부 ‘한탕’업체가 입찰에만 전문적으로 참가,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낙찰을 받고 마진율을 뗀 금액으로 제작업체에 하청을 주는 ‘치고 빠지기’식 영업을 전개하면서 업계를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
이처럼 공사이행 능력이 없는 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현행법이 일부 업체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로 전광판업을 광고제조업으로 조달청에 등록, 참가기준 서류만 제출하면 누구나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 ‘한탕’업체들이 입찰 참가는 물론 쉽사리 낙찰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은 현행 관련법상 추정금액이 10억원 미만으로서 제조자 외에 공급자까지 참가하는 입찰의 적격심사 항목 및 배점한도는 재무상태와 입찰가격만을 평가해 납품실적이나 기술능력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 10억원 이상인 경우에 입찰가격 외에 납품실적과 기술능력도 평가하지만 이에 적합한 기준 서류를 갖추고 있어 문서상으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달청 관계자는 “입찰참가 기준은 제조업체로 등록돼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에 그쳐 이행능력까지 평가하지 않아 이를 악용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무원은 객관적인 서류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입찰만 전문적으로 참가하는 업체라고 해도 문서가 기준에 적합한 경우 이들을 색출해내는 것이 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조달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공사이행능력이 없는 업체들이 심사기준에 적합한 서류를 구비, 입찰에 참가해 전광판시장의 가격질서를 흐리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를 이행할 수 없는 업체가 수주를 해놓고 이행능력을 갖춘 업체에 하청을 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청을 받은 업체는 원가만 겨우 건지는 수준인데도 일거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사를 떠맡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행능력이 없는 업체들에 대한 참가기준과 적격심사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LCD, PDP, 전광판 제조업계를 통합시킨 협회나 조합을 통해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해외시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과당경쟁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국내 전광판업계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천차만별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전광판 가격을 흐리고 있는 일부 업체들로 인해 중국시장에서 국내 업계 전체의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 M씨는 “국내시장에서 빚어지는 과당경쟁을 피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업체간 무분별한 가격 후리기 경쟁으로 된서리를 맞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 업계가 함께 살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진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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